느닷없이 이 노래가 떠오른다.
여느해 설날이면 막히는 도로에서 시간을 다 보내고 있었을 시간인데 올해도 역시 코로나로 인해 부모님 뵈러 가는 길을 포기했다.
그런데, 눈까지 내리는 화이트 설날이다.
찹찹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눈 드라이브를 떠났다.
눈이 오다 또 해가 떴다~
참 요상한 날씨다.
그래서인지 도심 주변은 눈이 채 쌓이기도 전에 녹고 또 내리고를 반복한다.
눈을 찾아 달리다보니 점점 외곽으로 빠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도착한 이곳! 태학산 자연휴양림이다.
등산로도 잘 조성되어 있고 오토캠핑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예전에 등산로쪽을 산책한 적이 있는데, 이날은 눈 구경이 목적이었기에 아래쪽으로만 한바퀴 돌았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조금 걸으니 유아숲 체험원이 나온다.
인적이 없어 소복히 쌓인 눈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와~ 발자국 하나 없는 하이얀 눈에 내 발자국 먼저 도장~꾹!
다 커버린 울아들은 이제 이런 곳은 심드렁이다.
오히려 내가 더 신났다.
밧줄이나 통나무등으로 꾸며진 체험시설들이 마치 동화속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거기다 하얗게 쌓인 눈 덕에 영화 속 한장면 같기도 하다.
생각 같아서는 이곳에 누워 버리고 싶었지만 이젠 나중을 생각해야하는 나이라 동심으로 돌아가긴 어렵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 든다.
모래놀이 하는 동산은 눈으로 덮혀 모래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눈을 걷어내면 그 속에 모래가 보인다.
그냥 하얀 눈밭에 알록달록 블록들이 흩어져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놀이터다.
실내 키즈카페보다 이런 자연속에서의 놀이터는 또 다른 감성을 아이들에게 전달해 준다.
우리때도 이런 곳이 있었다면..
아쉬운 생각이 든다.
여러 블럭으로 테마가 나뉘어진 듯 한다.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크다.
눈 쌓인 돌계단을 두번째 오른다.
오르는 곳마다 다른 로프나 나무등의 다른 테마로 꾸며진 비밀의 숲들이 펼쳐진다.
아이들이 참 좋아할 만한 곳이다.
눈 덮힌 징검목 위를 일부러 걸어도 보고 가지런히 쌓인 통나무 위를 올라도 본다.
나이가 들면 성격도 바뀔 줄 알았다.
뭔가 근엄하고 점쟎은..
하지만 몸만 늙을뿐..마음은 그대로라는 사실을 내가 나이가 드니 알겠다.
내 마음은 여전히 어릴적 그때 그대로다.
돌이 촘촘히 박힌 운치있는 세면대에도 눈이 쌓이니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색색의 줄들로 이어진 징검다리도 참 이쁘다.
마음은 있지만 유아용이니 참기로 한다.
내 몸무게를 지탱할 수는 없을테니..
대신 소복히 쌓인 눈을 모아 내 짝꿍이랑 눈사람을 만들어 본다.
얼마만에 굴려보는 눈인지...
그러다 흔들의자에 앉아 쉬어갈까? 했더니
여기도 눈이 예쁘게 덮혀 있다.
차마, 하얀 눈을 더럽히긴 싫은 마음에 그 위, 굴러다니던 솔방울 하나 올려..
찰캇~
쉼터 위에는 고드림이 얼어서 대롱~대롱~
고드름도 어릴때는 참 자주 보던 것인데..요즘은 보기가 힘들었다.
왜지?
아파트에 살아서 인것 같기도 하고..
라떼는 말이쥐...
저 고드름을 아이스바처럼 먹기도 했다며..
울 짝꿍은 다 커버린 아들에게 또 라떼얘기를 꺼낸다.
눈이 내리다 그치더니 또 다시 눈이 내린다.
파릇파릇 이제 봄을 맞이하러 올라온 새잎들 위로 하얀 눈꽃이 피었다.
올해는 2월에 눈이 더 자주 오는 느낌이다.
덕분에 지난해 제대로 보지 못한 눈구경을 실컷 하고 돌아온 날이다.
동화같은 풍경 덕에 동심으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어 더욱 좋았던 날이기도 하다.
하얀색 눈을 바라보면, 왠지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드는 건 나만 그런걸까?
이젠 따뜻한 봄이 기다려진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삼태리 태학산 유아숲체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