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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2년 생 성불사 느티나무, 나이테에 역사를 품다

윤성희의 만감萬感

2022.01.24(월) 10:45:28도정신문(scottju@korea.kr)

올해로 수령 840년이 된 성불사 느티나무

▲ 올해로 수령 840년이 된 성불사 느티나무



800년 세월 애간장 녹듯 텅 빈 속
역사의 각고와 신산 견뎌낸 흔적
거친 나이테 짊어지고 수도하는 고목


천안에는 성불사가 있다. 이은상이 시를 짓고 홍난파가 곡을 넣은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하는 그 성불사가 아니다. 가곡 속의 성불사는 황해북도 사리원에 있지만, 천안의 성불사는 안서동 각원사 가는 길의 중간을 꺾어 올라간 태조산 중턱에 있다.

성불사는 1930년대 농촌문학의 최고봉이라는 장편소설 『고향』이 집필된 장소다. 소설가 민촌 이기영은 생계의 막막함에 직면하여 원고지 보따리만 짊어진 채 허위허위 가파른 산길을 올라 이곳 요사채에 머물렀다. 그리고 40일의 밤낮을 바쳐 탈고한 작품을 껴안고 다시 상경길에 올랐다.

천안 성불사에는, 만세를 부르듯이 산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민촌을 합장 배웅했을 것 같은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다. 1982년에 천안시 보호수로 지정된 노목(老木)이다. 어떤 근거로 산출되었는지 모르지만 2019년 기준 수령이 837년이라는 표지판이 옆에 서 있다. 계산해 보니 1182년생이다.

가까이 다가가 나무를 들여다본다. 푸른 꽃대궁 같은 젊음은 이제 먼 추억이 돼 버렸고, 생자필멸이라는 우주의 법칙에 복종할 준비가 되었음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오래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또한 얼마나 힘든 신산과 각고를 견뎌야 하는 것인지를 몸통 여기저기 박혀 있는 옹이들이 증언하고 있다.

나무는 요임금 때 800년을 살았다는 전설의 인물 팽조를 떠올린다. 팽조는 평생을 살면서 49차례나 상처(喪妻)를 하였고, 54명의 자식들이 먼저 죽었다고 한다. 오래 산 만큼 속이 그만큼 썩어들었을 것이다. 성불사의 느티나무도 속이 다 비어 있다. 840년 생애 동안 애간장이 다 녹아내렸다는 증거다.

1182년생 느티나무는 고려 백성이 어느 날 조선 백성으로 바뀌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었을 게다. 역사의 구석구석, 속속들이를 말 없는 나이테 안에 간직하면서 느티나무는 천년 고찰 성불사 옆에서 묵언수행 하였으리라. 

소설 『고향』의 태생을 지켜본 나무, 민초들의 발원을 나이테에 새겨 넣은 나무. 팔백마흔 살을 잡수신 느티나무는 태조산 성불사의 증언자이자 수도승이었다.

1182년 생 성불사 느티나무, 나이테에 역사를 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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