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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천에서 만난 아주 특별한 인연, 혹고니

2022.01.08(토) 12:50:44경명(jsh_letter@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보령시내를 관통하는 젖줄인 대천천 겨울 탐조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제까지는 '대천천 생태 관찰로'를 중심으로 남대천교 아래쪽 하구 일대만 다녔는데, 대천천 상류 구간 풍경이 궁금해 새로운 탐험길을 나섭니다. 이번에 방문하는 동대교 위쪽 상류구간은 지금껏 봐왔던 대천천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썰물 시간이 되면 갯벌이 만들어지는 전형적인 아래쪽 기수역 구간과 달리, 여기부터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하천 풍경이 펼쳐집니다. 

ㄷㄱ▲ 일반 하천 풍경이 모습을 드러내는 동대교 구간


가장 먼저 반겨주는 이는 얼음 위를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는 백할미새입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까지 날아온 백할미새를 만나는 일은 늘 반갑습니다. 얼지 않은 물길을 찾아 이곳까지 날아온 쇠오리와 물닭 무리도 보입니다. 비록 과는 다르지만, 영역을 두고 다투는 일 없이 사이좋게 한데 어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대천천에서 만난 아주 특별한 인연, 혹고니 사진

23▲ 대천천에서 만난 겨울 친구 : 백할미새(위), 쇠오리와 물닭 (아래)


대천천 상류를 향해 계속 걸어갑니다. 갯벌풍경이 주를 이루는 아래쪽과 달리, 여기 풍경 주인공은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입니다. 발걸음 속도늘 늦추고 귀를 쫑긋 세우면, 갈대밭 속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따라가 보면, 이곳에서 활동을 하는 다양한 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오랜만에 반가운 쑥새 무리를 만납니다. 저 멀리 유라시아 고위도에서 살다가 겨울이 오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친구인데, 저 작은 몸집으로 해마다 먼 거리를 어떻게 비행해 오는지 늘 경이롭게 느껴질 따름입니다.  

대천천에서 만난 겨울 친구 : 쑥새▲ 대천천에서 만난 겨울 친구 : 쑥새


대천천 하천 산책로는 계속 이어집니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보이던 높은 건물 풍경이 사라지고 호젓한 교외 풍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점점 정겨운 시골 정취가 깊어가는 상류 구간으로 가 보니, 황조롱이가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사냥에 막 성공했는지, 인적 드문 길가에 앉아 식사를 하는 중입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망원경을 이용해 황조롱이 관찰을 시작합니다. 자세히 보니 여태껏 봐왔던 황조롱이와 조금씩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눈 위에 흰 눈썹선이 있는 걸로 보아서, 겨울에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겨울철새 쇠황조롱인 듯싶습니다. 보기 드문 쇠황조롱이를 처음 만난 순간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대천천에서 만난 겨울 친구 : 쇠황조롱이▲ 대천천에서 만난 겨울 친구 : 쇠황조롱이


여기까지만 해도 쇠황조롱이가 오늘 탐조여행 주인공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천천 하구로 되돌아오는 길에 다리가 아파 쉼터 의자에 앉아 있던 그 순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경이로운 순간이 펼쳐집니다. 뭔가 커다란 흰 새가 날아들더니 수면 위에 풍덩 하고 안착합니다. 처음에는 대백로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가 백조라고 부르는 고니입니다. 이렇게 바로 지척에서 고니를 만나는 일 자체가 처음이라 놀랄 새도 없이 바로 관찰과 촬영을 시작합니다. 

이 친구는 이제껏 제가 본 적 없는 혹고니라는 녀석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1-3호인 혹고니가 제 눈앞에 나타난 마법 같은 순간입니다. 혹고니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답게 부리 위쪽이 검은색 혹이 툭 튀어나온 형상입니다. 그리고 목에는 커다란 인식표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고니 종류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큰 혹고니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고니 삼총사 중에서 가장 보기 힘든 종입니다. 그나마 대부분 강원도 동해 지역에서 겨울을 나는 걸로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이런 녀석이 서해지역, 그것도 대천천 까지 날아든 겁니다. 아무래도 혼자 있는 걸 보면 무리와 떨어져 길을 잃은 채 여기까지 온 듯 싶습니다. 앞으로 남은 평생에 또 이런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덕분에 편안하게 벤치에 앉아 혹고니가 활동하는 모습을 원 없이 실컷 관찰할 수 있었답니다. 대천천이 제게 건네 준 정말 마법 같은, 특별한 선물입니다. 

대천천에서 만난 겨울 친구 : 혹고니

대천천에서 만난 아주 특별한 인연, 혹고니 사진

대천천에서 만난 아주 특별한 인연, 혹고니 사진▲ 대천천에서 만난 겨울 친구 : 혹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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