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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찰 생태여행, 예산 금오산 향천사

2021.12.03(금) 23:19:19경명(jsh_letter@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뭔가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는 날에는 많이 걷는 여행보다는, 적당히 걷다가 어딘가에 오래 머무르면서 복잡한 마음을 비우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전통사찰이 간직하고 있는 고요하고 차분한 기운을 느끼며 위로를 받고 싶어 예산을 대표하는 전통사찰인 금오산 향천사를 찾아갑니다.

모든 사찰 여행이 그러하듯, 향천사 여행 역시 속세와 불국토 경계를 구분 짓는 일주문을 통과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향천사 대웅전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길 양옆에 우뚝 솟아 있는 여러 고목과 교감을 나누며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그렇게 조금 속도를 늦춰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새소리를 따라가 보면, 오목눈이를 비롯한 여러 산새 친구를 만날 수 있답니다.

전통사찰 생태여행, 예산 금오산 향천사 사진

전통사찰 생태여행, 예산 금오산 향천사 사진

32▲ 금오산 향천사 경내 풍경 ; 고목 풍경과 오목눈이

향천사가 안내하는 두 번째 코스는 대웅전 앞마당에 도착한 후 경내 주변을 감상하는 코스입니다. 향천사 창건 설화에 금까마귀가 등장하는 거처럼, 큰부리까마귀는 이 일대에서 손쉽게 관찰할 수 있는 새입니다. 이렇게 향천사 경내는 천년고찰 무게를 더해주는 노거수 자태를 감상하는 한편, 이따금 머리위를 오가며 고요한 경내 정적을 깨뜨리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쉬어가기에 좋은 그런 곳입니다.

전통사찰 생태여행, 예산 금오산 향천사 사진

34▲ 금오산 향천사 이야기 : 대웅전 앞 마당 풍경, 큰부리까마귀

향천사가 안내하는 세 번째 코스는 문화재자료 제173호로 지정되어 있는 천불전 주변 공간입니다. 이곳 역시 방문객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이는 수령이 300년에 가까운 보호수입니다. 그렇고 고목이 건네주는 인사를 받으면서 향천사 부도를 비롯한 불교문화재를 감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일대만큼은 겨울풍경으로 완전히 바뀐 금오산 아래쪽 풍경과 달리 가을 단풍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땅에 떨어진 낙엽도 아직 가을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듯이, 기대하지 않은 가을 숲 이야기를 만끽합니다.

전통사찰 생태여행, 예산 금오산 향천사 사진

전통사찰 생태여행, 예산 금오산 향천사 사진

34▲ 금오산 향천사 천불전 인근 풍경

향천사가 안내하는 다음 코스는 향천사를 벗어나 금오산 깊은 곳으로 향하는 등산로입니다.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계곡길을 따라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그런 길입니다. 중간중간 가파른 계곡길을 횡단해야 하기에 마냥 쉬운 코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적당한 지점마다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큰 부담은 없습니다.

첫 번째 쉼터에서는 이제껏 어떤 등산로에서도 만나지 못한 멋진 안내문 문구를 발견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딱딱한 명령문 형식의 안내문이 아니라, 천년고찰 인근 산책로답게 불교정신을 담고 있는 글귀를 실고 있습니다. 잠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이 문구가 건네 주는 깊은 여운을 맘껏 느낍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바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전통사찰 생태여행, 예산 금오산 향천사 사진

32▲ 금오산 향천사 인근 등산로 풍경

그렇게 졸졸 흘러내려오는 물소리, 숲을 흔드는 겨울바람 소리, 숲을 오가는 산새 소리를 들으면서 계속 올라가다 보면 또 다른 쉼터가 나타납니다. 이곳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산 정상으로 향하는 대신 나무의자에 앉아 꽤 오랫동안 머물다 가는 일정을 선택합니다. 이곳에선 주변에 보이는 산 정상과 머리 위 하늘풍경이 손에 닿을 듯 꽤 가깝게 보입니다. 그렇게 조용한 깊은 산기슭 쉼터에 앉아 복잡했던 마음과 머리를 정리하면서 모든 걸 비우는 시간을 갖습니다.

전통사찰 생태여행, 예산 금오산 향천사 사진

43▲ 금오산 향천사 인근 등산로 쉼터 풍경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조용했던 쉼터 주변이 갑자기 시끄러워집니다. 주위 산새들이 이동하는 길에 이곳을 지나가는 중인가 봅니다. 오색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도 들리고, 쇠딱따구리 울음소리도 들립니다. 쉼터 바로 옆 나무와 수풀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박새와 오목눈이 무리로 인해 정신이 없을 지경입니다. 그렇게 나무의자에 앉아 산새 친구가 들려주는 자연 이야기애 푹 빠져듭니다. 

그러던 중 정말 반가운 만남을 경험합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야생조류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은 상모솔새를 만난 일입니다. 상모솔새는 10cm가량 밖에 안 되는 작은 몸집으로 먼 거리를 건너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경이로운 생명력을 지닌 멋진 겨울 철새입니다. 상모솔새는 머리 한가운데 나 있는 독특한 머리 깃이 유명한  멋쟁이 새이기도 하지요.

상모솔새는 몸집이 워낙 작아 눈에 잘 안 띄는 데다, 설사 발견을 하더라도 쉴새없이 움직이는 특성 때문에 사진으로 담기 어려운 녀석입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마치 금오산이 제게 선물을 건네주는 것처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상모솔새와 인연을 맺으면서 향천사 생태기행 이야기 마침표를 찍습니다.

45▲ 금오산 향천사 생태탐방 : 상모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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