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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초가집

생생현장리포트-김수로 무한정보 기자

2021.10.24(일) 23:42:53도정신문(scottju@korea.kr)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초가집 사진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에 있는 수덕여관은 세계적인 거장 고암 이응로 화백의 예술혼이 서린 곳이다.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이 화백은 이곳에서 심신을 달래고 그림을 그렸으며, 직접 현판을 쓰고 암각화를 남겼다.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신여성이었던 나혜석 작가도 수덕여관에 머무르며 작품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은 충청남도지정문화재 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이곳을 2007년 복원했고, 2010년에는 그 옆에 ‘수덕사 선미술관’을 조성해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찾은 수덕여관은 지붕 위 볏짚과 서까래가 썩어 으스스한 폐가를 연상케 했다. 해마다 3~6월 2600만 원을 들여 지붕 ‘이엉 잇기’를 해왔지만, 지난해 작업을 마친 뒤 시작된 장마가 50일 가까이 이어지고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지붕에서 물이 샌 탓이다.

ㄷ자형 가옥을 덮은 이엉은 심하게 훼손돼 일부가 처마 끝에 매달려 있고, 지붕 위는 잡초들이 무성했다. 문에 바른 창호지와 목부재엔 곰팡이가 피었으며 벽체는 빗물이 흘러내린 얼룩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현재는 관람객 피해를 막기 위해 임시 휴관 상태다.

수덕여관은 7년 전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 2014년 1억 2500만 원을 투입해 교체·보수가 이뤄졌지만, 이후 관리 방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또다시 수억 원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도와 군은 지붕을 전면 해체·복원하기 위해 올해 도지정문화재 보수 정비사업 대상으로 4억 5000만 원을 신청했으며 도문화재위원회가 심의하고 있다. 결과는 11월 말~12월 초께 나올 예정이다.

누수가 발생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볏짚 수급’이다. 이엉 잇기에 사용하는 볏짚은 손으로 수확해야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화가 이뤄지며 온전한 형태의 볏짚을 구하기 어렵고, 다수확을 위한 품종 개량으로 벼 높이가 점점 낮아져 이엉을 얹기엔 줄기가 짧은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 소유주인 수덕사가 계약재배를 통해 필요한 볏짚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엉 잇는 작업에 책정된 예산으로는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보니, 지붕을 두껍게 덮을 수 없어 쉽게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앞으로’다. 모든 집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낡고 허름해지기 마련이다. 수덕여관은 이 화백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시인, 화가, 묵객들이 드나들던 곳이다. 한때는 이곳에서 숙박하며 근대 문화예술인들의 자취를 느끼고, 맛깔스러운 한정식을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옛 초가집의 정취 속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차츰 온기가 더해질 것이다. 행정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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