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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긴 든든한 터널, 소장

내 몸이 들려주는 건강 이야기

2021.09.15(수) 17:18:26도정신문(scottju@korea.kr)


좁고 긴 든든한 터널, 소장 사진


위장에서 위산과 각종 소화액과 함께 뒤섞여 죽 비슷해진 음식물들은 저의 관문인 십이지장으로 들어옵니다. 십이지장이란 위와 소장 중간의 연결부위의 10㎝ 내외의 짧은 장인데, 췌장과 쓸개에서 분비되는 소화액들이 들어오는 통로 역할도 합니다. 십이지장은 위장과 함께 소화성 궤양이라고 하는 속 쓰린 병이 잘 생기는 곳입니다. 십이지장을 통과한 음식물은 6m나 되는 저, 소장을 통과하게 됩니다. 이렇게 좁은 뱃속에 길고 긴 터널이 존재하는 이유는 어렵게 섭취한 음식물 속의 영양분을 남김없이 흡수하기 위함입니다.

만일 어떤 이유로 장의 상당 부분을 절제하게 되면 한동안 설사로 고생하게 되는데, 아직 소화가 덜 된 음식물들이 수분을 머금고 배설되기 때문입니다. 하루 동안 분비되는 소화액만도 하루에 7~8리터나 되니, 이것을 흡수하지 않고 배설하게 되면 우리 몸은 하루종일 설사로 고생하다가 탈수 현상으로 금새 마른 장작처럼 되고 말 것입니다.

음식이 충분히 소화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7시간 정도인데 음식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냉수 한 컵을 마시면 단 몇분이면 소장에 도달하지만 동물성 지방은 4시간 정도 걸립니다. 고기를 먹고 나면 쉽게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소장은 단순히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들어온 음식물 속의 영양분을 우리 몸이 필요로하는 형태로 바꾸는 화학공장 역할까지 합니다. 밥이나 감자의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육류는 아미노산으로, 동물성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바꾸어 흡수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과정은 췌장과 담즙, 침과 위액 속의 각종 효소의 도움으로 장의 내부를 구성하는 수많은 융모 세포에서 일어납니다.

좁고 긴 구조물이지만, 인체장기 중에서 저보다 더 튼튼한 놈은 찾기 어렵습니다. 혹시 십이지장암, 소장암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거의 없으실 겁니다. 저의 이웃인 위나 대장과는 달리 소장에는 암이 매우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소장내시경 검사는 애초에 필요가 없는 거지요. 저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장폐색인데요. 어떤 이유로든 개복 수술을 하고 나면 장 유착이라는 게 생기기 쉽고 장폐색이 발생합니다. 이거야 뭐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는게 아니라 답답하긴 하지만 암이 안생긴다는 사실로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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