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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청춘이 다시 온다면'

내포칼럼 -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2021.09.06(월) 09:04:18도정신문(scottju@korea.kr)

만해 한용운, '청춘이 다시 온다면' 사진


일제가 조선 불교계 점령하자
맞서 저항했던 민중화의 선구자
임제종 포교당 세워 종교적 독립
 
민족운동 세력 통합 위해 신간회
활동에 참여, 지회장까지 역임해
최악의 여건에서 남긴 불후 업적
 
“나에게 청춘이 다시 온다면
무슨 학문이든 전문적으로 공부
세상 일은 지식여하에 따라 결정”

만해 한용운은 출중한 스님이요, 시인이었다. 그러나 정치적 취향이 강한 인물이기도 하였다. 언젠가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이렇게 말하였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스님으로 생애를 마치고 말 것인가. 우리 앞에는 정치적 무대가 없다는 말인가. 그런 기회가 없어서 나는 스님이 되고 만 것이 아닐까.”

돌이켜보면 구한말 거센 정치적 풍운으로 인하여 만해의 집안은 중대한 위기에 빠졌다.

1894년 갑오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을 때 만해의 아버지 한응준은 홍주 관군의 중군(中軍)으로 농민군을 진압하는 데 앞장섰다. 그 뒤 1905년에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홍주에서는 제2차 의병운동이 일어났고, 만해의 아버지와 형 한윤경도 의병이 되었다가 일시에 생명을 잃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2년 전, 만해는 국운을 되살릴 방법을 찾으려 애쓰다가 산사로 출가하였다. 그랬으나 그도 정치적 회오리를 피하지 못했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삼키자 일본 불교계는 조선 불교계를 점령하였고, 만해는 이를 참지 못했다. 1911년, 박한영 등과 함께 만해는 순천 송광사에 임제종 임시종무소를 설치하고 저항하였다.

그 이듬해 그들은 서울에 조선 임제종 중앙포교당을 세웠는데, 만해는 회장으로 선출되어 불교계의 독립을 이룩했다.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 때 만해가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만세 사건으로 옥에 갇혀 갖은 고초를 당하다가 1922년 출옥하자 만해는 불교의 민중화에 앞섰다. 또 민족운동 세력이 좌우로 분열되자 그들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신간회 활동에 참여하였다. 1927년 6월 만해는 신간회 경성지회 회장이 되었다. 그보다 1년 전 시집 ‘님의침묵’이 출판되어 낙양의 지가를 올렸다.

신간회는 각지에 지부가 구성되었고 1927년 8월에는 홍성에도 지회가 문을 열었다.

만해의 주선으로 그 아들 한보국이 홍성 지회 간사가 되었다. 이후 한보국은 사회운동가로 성장해 해방 직후에는 홍성군 건국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였다.

1948년 4월, 한보국은 평양에서 열린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했고, 나중에는 좌익이란 이유로 서대문형무소에 갇혔다. 3.1운동 때 아버지 만해가 옥고를 치른 바로 그 감옥이었다.

6.25 전쟁 때 한보국은 북한으로 넘어가 평양에서 작고하였다. 그는 가족들에게 유언하기를, 조국이 통일되는 날 만해 할아버지 묘소부터 찾아가라고 했단다.

태평한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만해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언젠가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언제나 생각하고 있는 바인데, 사람은 제각기 전문 지식을 연구하여야겠다는 것이다. 나에게 청춘이 다시 돌아온다면 무슨 학문이든지 전문적으로 공부하겠다. 세상일은 대소를 막론하고 지식 여하에 따라 일이 되고 말고가 결정된다.”(한용운, ‘나에게 만일 청춘이 다시 온다면, 이러한 일을 하겠다’, 1929)

지금처럼 평안한 세상에 살았더라면 만해는 학자가 되었겠다. 타고난 소질대로 문학을 전공했으면 당대 최고의 문학 교수가 되었을 테고, 철학이나 정치를 공부했더라도 불후의 저서를 남겼을 것이다.

하필 험난한 세상에 태어나 마음먹은 대로 살지 못하였으나, 그때도 온 민족이 만해에 의지해서 희망의 등불을 켤 수 있었다.

최악의 여건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후의 업적을 남겼으니, 이런 위인은 천고에 드물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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