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리 금강 물길이 굽이굽이 흘러 서해와 만나는 곳, 금강하구를 품고 있는 곳이 바로 서천군입니다. 서천 금강하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내내 나그네새, 여름 철새, 겨울 철새가 쉴 새 없이 드나들고 머물렀다 가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유명합니다. 특히 썰물 시간대에 잘 맞추면, 금강 하구가 들려주는 생태 이야기를 더 생동감 있게 만날 수 있습니다. 강기슭에서 멀리 떨어진 갯벌 주변에서 쉬던 조류 녀석들이 불어나는 강물을 피해 갯벌이 남아있는 안쪽으로 이동해 오기 때문이지요.

서천 금강 하구에서 즐길 수 있는 여러 생태여행 코스 중에서, 김인전 공원-서천 생태공원-장항항 일대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민물과 썰물에 따라 달라지는 금강 하구 기수역 생태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코스입니다.  길을 걸으면서 흔한 녀석들부터 가볍게 만나봅니다. 어부가 남겨둔 부표에 의지해 휴식을 취하는 괭이갈매기와 왜가리부터 시작해, 뭍 쪽으로 이동해 온 쇠백로 녀석까지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 서천 금강하구 5월 탐조여행길 : 괭이갈매기, 왜가리, 쇠백로 

봄철 이동철을 맞이해 참 다양한 도요새 종이 이곳에 와 있습니다. 천천히 차근차근 어떤 도요새가 와 있는지 망원경을 이용해 살펴봅니다. 사실 탐조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종이 바로 도요새입니다. 도요새 종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종마다 크기, 색깔, 부리 모양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도요새가 한데 무리 지어 섞여 있는 필드에서 한눈에 정확한 도요새 이름을 알아맞히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현장에선 열심히 종류가 다르다 싶은 도요새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와 이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다음 탐조 여행을 준비합니다. 이번에는 여러 번 만난 다른 도요새 친구들뿐만 아니라 난생처음으로 메추라기도요를 사진으로 담는 데 성공하는 작은 기쁨을 누립니다.







▲ 서천 금강하구 5월 탐조여행길 : 청다리도요, 중부리도요, 뒷부리도요, 메추라기도요

탐조활동을 하는 도중, 특별한 순간을 경험합니다. 바로 난생처음으로 쇠제비갈매기를 실물로 만난 순간입니다.  4월 초순에 도래해 번식하고, 9월 초순까지 국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쇠제비갈매기는 그동안 도감으로만 봐 온 친구입니다. 별 기대감 없이 시작한 탐조 여행길에서 막상 이 친구를 만나니 보니, 정말 반갑고 또 반갑습니다. 망원경으로 열심히 들여다보다가 적당한 타이밍을 포착해 사진 찍기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쇠제비갈매기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 한 장을 서천 금강하구 탐조여행 기념품으로 얻어갑니다.

▲ 서천 금강하구 5월 탐조여행길 : 쇠제비갈매기

밀물 시간대가 점점 가까워지자, 조류 녀석들이 안쪽으로 더 가깝게 이동해 옵니다. 그때 뜻하지 않은 반가운 만남을 경험합니다. 동아시아에만 서식하지만, 그 숫자가 약 5,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부리 끝 색깔이 노랗다고 해서 노랑부리저어새라고 부르는 저어새 사촌도 와 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노랑부리저어새를 실물로 만나는 순간이라 가슴이 벅차옵니다. 또 언제 이런 순간을 맞이할까 싶어 마지막 순간까지 자리를 잡고 앉아 설렘 가득한 이 순간을 만끽합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이곳에서 이런 평화로운 멋진 순간이 쭉 계속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 서천 금강하구 5월 탐조여행길 :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