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빨갛게 영글어가는 10월 중순, 부여 백마강에도 가을이 곱게 피었습니다. 꽃들 중 우주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다는 코스모스가 백마강가를 점령했습니다. 백제의 비애가 서려 있는 부소산을 바라보며 코스모스가 가냘픈 몸을 연신 흔들어댑니다. 마치 낙화암에서 꽃처럼 떨어진 삼천궁녀가 환생한 듯합니다.
나를 등지고 가을햇살을 바라보는 꽃잎이 맑고 참 곱습니다. 허리 높이로 자란 꽃들이 서로 키재기라도 하듯 까치발을 들고 가을 하늘을 바라봅니다. 분홍의 꽃잎은 마치 백제의 소녀들 같고, 붉은 꽃잎은 삼천궁녀들 같습니다. 또 흰 꽃은 백의를 입고 있는 소박한 백제인 같습니다. 코스모스는 언제 보아도 고향친구처럼 반갑고 정겹습니다. 백마강에서 돛배를 타고 바라보는 코스모스는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멀리 떠나는 길에 배웅 나온 사람들같이 정이 한껏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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