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고 생각했는데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 사랑의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백제역사상 사랑으로 가장 잘 알려진 왕은 단언컨대 무왕일 것입니다.
 

 
무왕의 어릴 때를 서동이라고 불렀습니다. 감자·고구마가 없었던 시대에 마는 칡뿌리와 함께 중요한 구황식품(救荒食品)인 마를 캐서 팔아 살림을 꾸렸기에 사람들이 맛동이라 불렀던 것입니다.  
 
성흥산은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였기 때문에 그곳을 자주 시찰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삼국시대에는 내륙의 산줄기와 강을 국경으로 삼아 살아왔는데, 성흥산에서는 서해에서 금강을 거슬러오는 움직임을 다 관찰할 수 있었던 곳입니다. 직접 올라와 보면 올라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매우 아리땁다는 소문을 듣고 소문을 퍼트려 미인을 왕비로 얻었다는 설화의 주인공입니다. 설화의 진실은 뒤로하더라도 사랑이야기는 오래 전에도 지금도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사랑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던 남녀가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중간에 힘들어서 그만두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갈래길에서 다른 길로 가기도 합니다. 
 

 
함께 끝까지 올라갔을 때 보일 그 인생 풍광을 만나기 위해 끌어주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교감이 없다면 함께하지 못할 오르막입니다.
 

 
성흥산성에는 아직도 남문·북문·서문·우물·보루·창고의 터는 남겨져 있는데, 여름에 가면 수풀이 우거져서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새롭게 축성이 되어 산성의 모습을 온전하게 볼 수 있습니다. 설악산이나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보는 것도 좋지만 300m가 안 되는 성흥산에서 바라보는 해돋이와 해넘이 역시 장관입니다.
 

 
성흥산은 부여에 수도가 있던 때에 중요한 요충지로 성흥산성이 그곳에서 부여를 방어하는 역할을 하던 곳입니다. 성흥산성은 백제 동성왕 23년 서기 501년에 백제시대 가림성으로 지어졌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부여를 비롯하여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경치가 장관입니다.
 

 
어떻게 보면 어떤 사람은 미리 사랑의 결과를 예측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은 전혀 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1400여 년 전, 신라의 서울 서라벌 골목에서는 날마다 동요가 울려 퍼졌습니다.

“선화공주님은(善花公主主隱) 남몰래 사귀어 두고(他密只嫁良置古) 맛둥 도련님을(薯童房乙) 밤에 몰래 안고 간다(夜矣卯乙抱遺去如)”
 

 
정면에 보이는 나무가 정상에 심어져 있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 전해지는 사랑나무입니다. 이곳에서는 적지 않은 드라마와 영화가 찍어서 유명세를 탄 곳이기도 합니다.
 

 
전에도 사랑나무를 보기 위해 올라와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좋은 것을 같이 보고 좋은 것을 같이 먹는 것도 좋지만 힘들 때에도 같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힘든 순간조차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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