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형에 등장하는 글자 대(臺)는 정자를 지을 수 있는 야산 혹은 해안가에 높이 형성된 지역을 일컫는 글자입니다. 그래서 여행지 한자 이름을 보면 탄금대, 해운대, 경포대와 같이 산에 정자를 짓고 내려다보기 좋은 자연풍경을 가진 명승지에 이 글자가 주로 붙어 있지요.

충남 해수욕장 중에는 태안 청포대, 서천 춘장대 두 곳이 이 글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천 춘장대는 1980년대 들어 해수욕장으로 개발되면서 새로 이름을 갖게 된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대(臺)'가 충분히 붙을 자격이 있는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춘장대를 차근차근 둘러봅니다. 바닷가를 거니는 기본코스 외에도 숨겨진 산책코스가 많이 있는 멋진 곳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춘장대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얀 꽃이 수북하게 핀 이팝나무길이 반겨줍니다. 그리고 춘장대 해수욕장 내 산책로를 거닐며 오색딱따구리, 물까치와 같은 야생조류도 만날 수 있습니다.
 

 

 
▲춘장대 산책로 풍경 - 이팝나무길, 송림산책로 오색딱따구리와 물까치
 
바닷가에 도착하자 다른 여느 해수욕장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장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이곳에 설치된 해안사구 보호장치(모래포집기)입니다. 부산 해운대를 비롯한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은 해안침식으로 인해 매년 백사장 면적이 줄어들고 모래가 유실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해안사구 보호지역이나 복원지역 이외에 일반 해수욕장에서 모래포집기를 이용해 해안사구를 보전하는 사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이걸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일까요? 그 어떤 유명 해수욕장보다도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는 이곳 춘장대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서천 춘장대에 설치된 해안사구 보호장치 - 모래포집기 너머로 수북히 쌓이고 있는 모래

이번에는 바닷가를 거닐며 다른 해수욕장에서 보지 못한 사구식물을 만났습니다. 5~6월 바닷가 주인공인 해당화가 활짝 피어 있고, 그 옆에는 분홍색 갯메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멀리 갯바위 쪽 바닷가 산비탈 아래에는 모래지치와 갯완두가 사람 눈을 피해 조용히 꽃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서천 춘장대 바닷가 사구식물 친구 - 해당화, 갯메꽃, 모래지치, 갯완두

춘장대 갯바위 쪽 바닷가를 거닌 후 다시 중심부로 오는 길에 보면 '부사호 가는 길' 표지판이 있습니다. 안내판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오면 넓은 솔밭 풍경이 모습을 드러내지요. 그리고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철새나그새길'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가진 비밀 숲길이 나타납니다. 그 안에 들어가 앉아 아카시꽃 향기도 들이마시고 방울새 소리도 듣고 주변에 핀 여러 야생화 친구도 만났습니다.
   

 

 
▲서천 춘장대 비밀 숲길, 부사호 가는 길

다시 백사장 중심부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없어 멀리 보이는 홍원항까지 못 가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버스시간을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해안사구를 보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이곳 모습, 바닷가를 거닐며 만난 사구 식물과 갯벌 친구, 그리고 숨겨진 비밀숲길 철새나그네길에 이르기까지 춘장대란 곳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춘장대가 고맙고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하루입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춘장대 바닷가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