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 명인 찾아가 전수

본인 이름 건 식당 여는게 목표

이번 ‘충남인’ 인터뷰는 특별히 독자와의 만남으로 진행했다. 본지에 애독자엽서를 보내 자신의 특기와 장래희망을 밝히며 도정신문의 건승을 기원한 이호림 군에 화답하기 위해서다. 학업과 취미를 병행하며 차근차근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이 군의 앞날을 응원한다.

본지에 독특한 사연의 애독자엽서를 보낸 이호림(17) 군을 만난 곳은 천안 병천고등학교. 학생 신분 특성 상 점심시간을 틈타 만난 차였다. 급히 점심 급식을 먹고 헐레벌떡 뛰어나온 이 군은 단정한 교복차림의, 영락없이 앳된 고등학생의 모습이다. 평범한 또래 청소년의 모습이지만 이 군의 꿈은 다소 특이하다. 미성년자인 이 군의 꿈은 바로 ‘전통주 장인’이다.

중학생 때부터 틈틈이 각종 전통주를 빚어왔다는 이 군은 SNS를 통해 술을 빚는 과정을 공유하거나 전통주 명인을 찾아가 비법을 전수받는 등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전통주를 빚는 청소년이라니, 무엇보다 계기가 궁금했다.

“시골에 사는데다 할머니께서 술을 이따금 빚으셨기 때문에 전통주는 어려서부터 익숙했어요. 직접 술을 빚기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부터였는데 우연히 인터넷으로 구입한 막걸리 만들기 키트가 시작이었어요.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 이후로도 여러 가지 술을 담그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이 군은 어려서부터 요리사를 장래희망으로 결정했을 만큼 음식에 대해 관심이 높다. 병천고등학교로 진학한 것도 조리학과에서 실력을 쌓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군이 현재까지 담가온 전통주의 종류만 30여 종. 가장 최근에 담근 것은 삼해주(三亥酒)다.  음력 정월 돼지날에 맞춰 담근 것으로 제조법은 전통주 빚는 법을 정리한 책을 참고했다. 방 한 켠에 들여놓은 옹기에서 숙성시켜 용수로 거른 삼해주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맑은 담황색의 술은 빚깔 만큼이나 맛도 좋았다. 이 군의 술을 언제나 냉정하게 시음하는 친할머니의 평가라고 이 군은 설명했다.

“할머니가 정말 많이 도와주세요. 아무리 책을 따라 한다고 해도 술을 빚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미묘한 기술이나 노하우가 있거든요. 할머니께선 예전부터 집에서 제사용 술을 빚으셨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많이 가르쳐주세요. 처음엔 어린 녀석이 무슨 술이냐며 마뜩치 않게 생각하셨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큰 응원을 보내주고 계세요.”

전통주 장인이 돼야겠다고 결심하면서 부터는 전국 각지의 명장들도 만나 자문을 구하고 있다. 전남 장성 김병기 환희지공방 대표는 이 군의 노력을 기특하게 여기고 각종 노하우를 전수하는 스승 중 한 명이다. 전통주를 알면 알수록 자신감과 목표의식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이 군은 말한다.

이 군의 꿈은 언젠가 자신의 이름으로 식당을 여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이 군이 담근 전통주들과 그 술들에 어울리는 다양한 요리가 선보인다. 이 군은 머지않은 그날을 기대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학생 신분으로 혼자 책을 보며 하는 게 조금 외롭지만 어디에선가 저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함께하고 싶어요. 혹시 제 또래를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시간은 금새 흐를테니 성인이 된 제 미래가 기다려져요. 충남의 전통주 장인으로 성장할 이호림의 앞날을 응원해주세요.”

/김혜동 기자 khd1226@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