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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생각하다

2017.04.24(월) 14:12:46도희(ass137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사진

사월은 벌들이 꽃향기에 취하여 코를 박고 여기저기 꽃들 사이를 누비며 수정을 하느라 분주한 계절입니다.   퇴근길에 예당호를 지나 응봉마을을 지나는데 저만치서 복사꽃 화려하게 피어나 사람을 유혹합니다. 셀카폰에 막대기를 끼우고 복사꽃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이화의 물결 또한 장관입니다. 봄 햇살에 천지가 요동치어 꽃들이 일제히 잠에서 깨어나는 계절에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읊어봅니다. '귀거래사(歸去徠辭)'는 도연명이 41살에 관직을 버리고 자연 속으로 돌아가며 지은 시입니다.

자, 돌아가자.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사진

앞으로 바른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고, 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 가네,
길손에게 고향이 예서 얼마나 머냐 물어보며,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한다. 
마침내 저 멀리 우리 집 대문과 처마가 보이자
기쁜 마음에 급히 뛰어갔다.

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사진

머슴아이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어린 것들이 대문에서 손 흔들어 나를 맞는다.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지만,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꿋꿋하다.
어린놈 손 잡고 방에 들어오니, 
언제 빚었는지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가득, 
술단지 끌어당겨 나 스스로 잔에 따라 마시며,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사진

남쪽 창가에 기대어 마냥 의기 양양 해하니,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작은 집이지만 이 얼마나 편한가. 
날마다 동산을 거닐며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문이야 달아 놓았지만 찾아오는 이 없어 항상 닫혀 있다.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하며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날기에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
저녁빛이 어두워지며 서산에 해가 지려 하는데,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고 있다.

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사진

돌아왔노라.
세상과 사귀지 않고 속세와 단절된 생활을 하겠다.
세상과 나는 서로 인연을 끊었으니,
다시 벼슬길에 올라 무엇을 구할 것이 있겠는가.
친척들과 정담을 나누며 즐거워하고,
거문고를 타고 책을 읽으며 시름을 달래련다.
농부가 내게 찾아와 봄이 왔다고 일러 주니,
 
앞으로는 서쪽 밭에 나가 밭을 갈련다.
혹은 장식한 수레를 부르고,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 
깊은 골짜기의 시냇물을 찾아가고
험한 산을 넘어 언덕을 지나가리라. 
나무들은 즐거운 듯 생기있게 자라고, 
샘물은 졸졸 솟아 흐른다.
 
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사진

만물이 때를 얻어 즐거워하는 것을 부러워하며,
나의 생이 멀지않았음을 느낀다.
아, 인제 모든 것이 끝이로다!
 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그 얼마이리.
어찌 마음을 대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으며.
이제 새삼 초조하고 황망같은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돈도 지위도 바라지 않고,
죽어 신선이 사는 나라에 태어날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때로는 지팡이 세워 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이 생명 다하는 대로 돌아가니,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이랴. 

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사진
                                 
이조년

이화에 월백하고 은 한이 삼경인 제
일지 춘심을 두견새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야 잠 못 들어 하노라
                                                 
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사진


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사진


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사진

                                
예당호 가는길에 만난 복사꽃과 배꽃 사진

오늘은 복사꽃, 이화에 취해 시간을 잊고 무릉도원을 거닐다 왔습니다. 아웅다웅하고 살아가는 속세의 인간들을 자연은 비웃기라도 하듯이 일제히 봄의 축제에 들떠 있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서로 할퀴고 미워하고 살아갑니다. 도연명은 허영과 사치에 물든 세간을 간파하고 오직 순진무구한 자연의 삶만이 영혼을 구제할수 있음을 일찌기 깨달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자연의 봄 향연에 동참하면 참 나를 발견할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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