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가난하여도 일생 동안 그 향기를 돈과 바꾸지 않는다'. 추위를 견디고 화사한 꽃을 피우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절개를 지키는 선비의 정신을 말합니다. 추사 고택 사랑채 옆에는 2월부터 피어나는 설중매를 비롯해 봄 매화가 아름답습니다. 사랑채의 격자 창문으로 바람 타고 솔솔 불어오는 매화 향기를 시로 노래하던 선비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옛것을 모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 법고창신의 귀재 추사의 정신이 깃든 고택 뜰 안은 봄의 향연에 온통 들떠 있습니다.
230년 전에 전국에 가뭄이 들어 우물이 마르고 흉년이 들었을 때 추사 김정희 선생님은 24개월 만에 태어나셨습니다. 추사가 태어나시자, 산천초목이 되살아나고 우물이 샘솟았다는 설화가 있는 추사의 우물입니다. 사월의 눈 부신 햇살에 자색 목련이 방긋 웃고 우물가에 앵두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납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가사를 읊조려 봅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생각나는 그 사람"~~ 활짝 핀 목련의 순백색 아름다움에 푹 빠져 버린 현대인은 세상시름 잊고 추사의 뜰안을 거닐어 봅니다. 春風大雅能容物(춘풍대아능용물) 봄바람처럼 고운 시는 능히 만물을 포용하고 秋水文章不染塵(추수문장불염진) 가을물처럼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네. 추사고택 나무 기둥에 걸어 놓은 추사 선생님의 글귀와 문장에서 이백 년이 훌쩍 넘은 이 시대에도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말씀이 있습니다.
추사 영실로 올라가는 길옆 화단에는 수선화가 고운 자태로 피어나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추사가 재주도 유배 중에 제주도 사람들이 수선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캐어 버려 안타깝다는 말씀을 했던 추사 선생님. 위리안치라는 가시 울타리의 감금형 유배 속에서도 학문에 정진하셔서 그만의 독창적인 추사체와 세한도를 그려내셨습니다. 청초하게 피어나는 수선화를 바라보며 벗을 그리워하며 시서화로 담아내셨습니다.
한 점 마음처럼 늘어진 둥근 꽃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은 냉철하고 준수하구나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뜰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서 진실로 해탈한 신선을 보는구나 - 김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