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는 4월 말에서 5월 초에만 만날 수 있는 겹벚꽃 명소가 있다. 서산 개심사와 문수사가 그러한데 조금 일찍 서둘렀더니 찾아간 날은 두 곳 모두 완전한 만개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겹벚꽃 명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을 여는 절' 이라는 뜻의 개심사가 가장 빛나는 때는 역시 봄날의 하양, 빨강, 진분홍, 연분홍, 청색의 다섯 가지 겹벚꽃이 피는 때가 아닌가 싶다.
 

몇 년 전 나 또한 처음 이 꽃을 보고 정말 벚꽃이 맞나 싶었다. 벚꽃이 유명하다고 해서 무작정 이곳을 찾은 사람들 또한 이건 벚꽃이 아니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기 일쑤지만 분명 벚꽃이 맞다. 단지 우리가 흔하게 알던 홑벚꽃이 아니라 겹벚꽃이라는 것이 다를 뿐.
 

그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은 명부전 앞의 바로 이 청벚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옥색으로도 보이지만 연두빛에 가깝다. 찾아간 날 가장 만개 직전의 모습을 보였던 것도 청벚꽃이라 올해 좋은 일이 있을 것같은 괜한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축 늘어진 모양새가 수양버들과도 닮았는데 그 꽃잎은 송이송이 모여서 부케와도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볼수록 참 탐스럽고도 사랑스러운 꽃이다.
 

다른 겹벚꽃들이 만개가 덜 된 상태이기도 했고 가장 귀한 겹벚꽃이라 하니 청벚꽃 앞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개심사의 겹벚꽃만으로는 아무래도 성에 안찼던지라 문수사로 장소를 옮겼다. 개심사에 비해서는 덜 알려진 숨은 명소로 호젓하게 겹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주문에서부터 문수사에 이르기까지 마치 겹벚꽃 터널을 이루어 감탄사를 자아낸다. 하늘에서 꽃비가 내린다는 것은 바로 이럴 때 쓰는 표현일 듯 싶다.
 

진분홍 겹벚꽃에 취해 느릿느릿 문수사에 이른다. 세상에 이렇게 행복하고 고운 길이 또 있을까 싶다.
 

아담한 문수사의 경내에도 겹벚꽃은 여전히 사랑스럽게 맞이한다.
봄날 딱 이맘 때만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만나고 온 것 같다.

서산 개심사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1

서산 문수사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태봉리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