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칠갑산 자락의 고즈넉한 천년고찰 장곡사를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에 장승공원에 들렸다.
청양군 칠갑산 주변 마을에는 한티마을을 비롯하여 이화리· 대치리· 농소리, 정산면 용두리 · 송학리 · 천장리 · 해남리 · 대박리, 운곡면 위라리 · 신대리 등 10여곳에서는 예로부터 매년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마을의 안녕과 주민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장승제를 지내며 우리나라의 장승문화를 보존 해온 지역이다.

이런 장승문화를 오랫동안 보존하고 계승하여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청양군은 1999년 장승테마공원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이 장승공원에는 전국 최대의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비롯하여 청양마을 장승, 시대별 장승, 지역별 장승, 창장 장승, 외국의 장승 등 300여 개가 있다.

장승공원 주변에는 알프스마을이나 장곡사와도 가까워서 가족들과 당일 나들이하기에도 괜찮고 아이들에게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장승문화를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일듯 싶다.



장승의 기원을 살펴보면 고대 솟대와 선돌에서 유래되었으며 조선시대에 와서 장승이라 불렀다고 한다. 장승은 지역 간의 경계나 이정표, 마을 수호신으로 여겼으며 나무나 돌 등의 형상으로 만들어 마을 입구에 세우고 장승제를 지내며 국민의 평안과 안녕, 무병장수를 기원하였다. 장승에 주로 새겨지는 글은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가장 많다고 한다.

 

장승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높이 우뚝 서 있어서 어디서나 눈에 띄는 이 두 장승은 높이가 무려 10미터로 국내 최대장승이라 한다. 이 최대장승은 청양 군민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고 장승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무병장수와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제작하였다고 한다.



장승공원에는 각종 고서와 수집한 사진자료를 통해 1870년부터 세워졌던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복원한 시대별 장승들도 선보이고 있다. 장승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을 조형물로 만든 것인 만큼 시대별 장승을 보면 그 시대의 사회상을 엿볼 수가 있는데 태평한 시대의 장승은 온화한 표정을 담고 있고 일제 강점기의 장승들은 울분이 담긴 무섭고 강렬한 표정이다.

전국의 유명한 장승 조각가들의 그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별 장승 또한 자리하고 있어서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장승의 얼굴을 만날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장승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가져온 독특한 외국의 장승들도 만날 수가 있었다. 이런 토템 문화에 있어서는 동·서양이 다른 듯 하면서도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얼굴만 보아도 자애로우며 귀볼이 축 늘어진 부처님을 연상시키는 장승에선 평화로운 미소가 번지고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막내둥이 같은 아이와도 같은 장승은 귀엽기도 하고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무로 만든 장승만이 아니라 돌로 만든 장승도 있었는데 '공자님 말씀'이나 '오방장승'이 그러했다.
 

장승공원에는 한 켠에는 장승무덤도 있었는데 1999년부터 조성된 곳이니 해가 지나면서 부식되는 장승들이 생기기 마련이었을 것이다.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지키고 수호신의 역할을 했던 장승이기에 부식된 장승들을 장승무덤에 보관해 둔 모습은 일생을 다한 사람의 모습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루지기타령에서 변강쇠가 장승을 뽑아 땔감으로 사용했다가 동티가 나 죽는 대목이 나오는 것만 보아도장승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 했다.
 

제각각 다르게 생긴 장승들을 보며 웃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장승무덤에서는 우리네 인생과도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에 먹먹해지기도 했다. 부디 우리나라 최고의 장승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명성만큼 오래도록 이 전통문화가 계승·발전되기를 바래보았다.

칠갑산 장승공원
충남 청양군 대치면 장곡리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