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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미소 (21) 구자산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08.07(목) 15:28:12도정신문(deun127@korea.kr)

미소 (21) 구자산 사진


미소 (21) 구자산 사진

단과 의각대사는 구자산에 이르렀다. 웅장한 산세가 백제의 그것과는 또 달랐다. 규모도 클 뿐더러 험하기가 말이 아니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돌길이 끝도 없이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천천히 걷는데도 숨이 턱에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의각대사는 아무런 내색도 비치지 않았다. 젊은 단이 오히려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단의 지친 발걸음을 더욱 힘겹게 만들었다.

“대사님, 대륙의 산이 크고 험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단이 먼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화성사(化成寺)가 이 언저리에 있다고 했다.”
돌아온 엉뚱한 대답에 단은 무안했다. 그제야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나무가 푸르게 가득했다. 온화한 바람이 산을 흔들고, 푸른 대나무 숲을 흔들어댔다. 머리 위로는 연화봉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느새 문수동에 이르러 있었던 것이다.

“어찌 이 아름다움을 두고 험하다고만 하느냐?”
의각대사의 말에 단은 그제야 구자산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람의 몸은 어렵고 쉽고 한 것이니라. 이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으로 두면 이까짓 돌길이야 무어 그리 대수이겠느냐?”
의각대사의 말에 단은 마음으로 문수동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푸른 대나무와 하얀 폭포 그리고 연꽃과도 같이 늘어선 아홉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이 단의 마음속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가쁜 숨도, 힘겨운 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는 마침내 자신이 험한 산길을 걷고 있다는 것까지도 잊게 되었다.

문수동을 지나자 화성사가 손에 잡힐 듯이 대나무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저곳이 화성사인 모양이다.”
의각대사가 가리키는 곳으로 하얀 화성사가 날아갈 듯이 서 있었다. 단은 이제 다 왔다는 안도감에 짧은 한 숨을 몰아쉬었다.

“이곳에서 물이나 마시고 가자.”
사하촌(寺下村) 사람들이 물을 긷고 있었다. 단은 무슨 소린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마을사람들이 의각대사에게 호의적이라는 것은 그들의 얼굴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물을 마시고 나서 의각대사는 단에게 입을 열었다.

“다행히 가해(家海)대사께서 계신모양이다.”
“가해대사라니요?”
단의 물음에 의각대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대나무 숲 푸른 물결을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가해대사라고, 일찍이 보원사에서 출가하시고 바다를 건너오신 분이다. 화성사의 주지로 계신 분이지.”
“그래서 화성사를 찾아가시는 거로군요.”
단의 말에 의각대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 구자산은 대륙에서도 이름난 곳이다. 저 봉우리들의 형상이 연꽃을 닮아있어 부처님의 영험한 기운이 충만한 곳이지. 그래서 이곳의 영험한 기운을 빌어 백제의 구원을 도모하려 한다.”
그제야 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가해대사라는 법명에서 알 수 있듯이 백제를 향한 대사님의 깊은 충정도 도움 받고자 한다.”
“가해대사님의 백제를 향한 깊은 충정이라니요?”
단의 물음에 의각대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가해대사의 백제에 대한 충정은 그 누구도 따를 자가 없다. 오죽했으면 법명을 스스로 가해라고 했겠느냐.”
의각대사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가해란 백가제해(百家濟海)에서 유래한 것이다. 백 집이 바다를 건너왔다는 말에서 백제라는 이름이 나왔듯이 가해대사는 그 나머지 글자를 가지고 법명으로 삼은 것이다. 백제를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제야 단은 가해대사의 법명에 담겨 있는 깊은 뜻을 알 수 있었다. 고개도 끄덕였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일주문을 지나고 웅장한 사천왕문과 화려한 금강문도 지났다. 날아갈 듯 서 있는 화성사 금당이 단의 눈앞에 서 있었다. 화성사 금당은 대륙의 사찰답게 그 규모도 남달랐다.

무엇보다도 보원사와는 달리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청황백 삼색을 비롯해 금색과 은색의 화려함이 사찰의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화려함에 놀랐다.

의각대사는 지나는 스님에게 무어라 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반가운 기색으로 의각대사와 단을 친절히 안내했다. 금당을 지나고 흰 벽을 따라 돌자 작은 전각이 나타났다. 백제각이란 편액이 먼저 눈을 사로잡았다.

스님은 누군가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가해대사를 부르는 모양이었다. 이어 낮은 기침소리와 함께 노스님이 모습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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