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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미소 (18) 임존성

청효연재소설

2014.07.16(수) 08:55:22도정신문(deun127@korea.kr)

미소 (18) 임존성 사진


“그래, 그래. 이리 와봐.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사내는 순간 연의 어깨를 잡아챘다. 연의 입에서 비명이 쏟아지고 초림은 뒷걸음질을 치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우람한 체구의 사내는 껄껄거리며 웃어댔다. 연은 사내의 바짝 마른 몸에 안긴 채 몸부림을 쳐댔다.

“이러지 말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연의 입에서는 다급하고도 두려움에 휩싸인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너는 나하고 놀자!”
우람한 사내는 넘어진 초림에게로 다가갔다. 당황한 초림의 입에서도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더러운 신라 놈들.”
초림의 입에서 신라 놈들이라는 말이 쏟아져 나오기 무섭게 사내의 우악스런 손이 초림의 머리채를 낚아챘다. 동시 초림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쏟아져 나오며 밤하늘을 구슬프게 수놓았다..   

“이런 발정 난 암캐 같은 백제 년이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고 있어.” 이어 살결이 부딪는 맑은 소리가 초림의 뺨에서 터져 나왔다.

“발정 나서 밤길을 헤매고 다니는 주제에 고맙게 생각하지는 못 할망정. 뭐, 신라 놈들?”
사내는 초림의 옷을 풀어헤치려 했다. 그러나 초림도 지지 않고 가슴을 여며댔다. 죽을힘을 다해 사내에 맞섰던 것이다. 그럴수록 사내의 손은 더욱 거칠어졌고 초림의 비명소리도 커져만 갔다.

“살살 다뤄야지, 계집이란 그렇게 마구 다루는 게 아냐.”
연을 끌어안은 사내는 히죽거리며 우악스런 사내를 달랬다. 그때 바람 같은 소리가 사내들의 귀를 잠깐 스치고 지나갔다. 이어 두 사내의 입에서 동시에 짧은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짚단이 쓰러지듯 소리 없이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연과 초림은 소스라치게 놀라는 동시 옥죄었던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들의 앞으로 일단의 사람들이 바람같이 나타났다.

“괜찮소?”
부드럽게 묻는 말에 연은 일단 안심이 되었다. 초림도 옷매무새를 고치며 마음을 놓았다.

“이곳은 위험한 곳이오. 우리를 따라오도록 하시오.”
호의적인 태도에 백제 군사임을 직감한 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임존성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알고 있소. 여기까지 온 백성들이 임존성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소. 수많은 사람들이 처자들처럼 임존성으로 몰려들고 있소이다. 그래서 신라 놈들도 이렇게 숨어 있었던 것이고요.”

“신라 놈들 몰래 갈 수 있으려니 하고.”
연의 말에 사내는 혀를 끌끌 차댔다. 몰라도 너무 몰라 한심하다는 투였다.

“마침 우리가 매복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 뻔 했소이다.”
다른 한 사내가 위로의 말을 던졌다. 연과 초림은 그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백제 군사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신라 군사들이 임존성으로 향하는 백제 백성들을 막기 위해 지키고 있어 이를 구하고자 하는 군사들이었던 것이다.

연과 초림은 백제 군사들을 따라 임존성으로 향했다. 우뚝 솟은 임존산은 그 자체가 하나의 요새와도 같았다. 험하기 그지없는 천험의 요새였던 것이다.

중턱 쯤 오르자 멀리서 가물가물 보이던 오산성의 불빛이 그제야 훤하게 한눈에 들어왔다. 오산성을 앞에 두고 수많은 군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오산천에는 끝도 없는 불빛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저건?”
초림이 놀라 묻자 한 군사가 대답했다.

“당나라 군대요. 이 임존성을 치기 위해 저리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저 긴 줄은 오산천을 메우고 있는 당나라 함선들이고요.”
연은 소름이 돋았다. 수많은 군사와 함선에 기가 질리고 만 것이다.

“저렇게 많은 군사들이.”
말도 다 잇지 못하자 다른 군사가 다시 받았다.

“그까짓 당나라 군대. 오합지졸이지 뭐 별거 있겠수. 내일이면 결딴이 날 텐데.”
“결딴이 나다니요?”
초림이 묻자 다시 답했다.

“내일 우리 풍달군장께서 오산성을 구하기 위해 성문을 열 것이오. 게다가 상잠장군이신 복신장군도 합류하기로 되어 있소이다. 그리고 풍왕자께서 임존성으로 오시기만 하면 우리 군사들은 물론 우리 백제 사람들의 사기도 한층 올라갈 것이오.

그러면 저깟 오합지졸들이야 찬바람에 낙엽 떨어지듯 우수수 떨어지고 말 것이오.”
목소리에 다소 허풍 끼가 들어있기는 했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렇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에 연은 다소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눈에 들어온 현실은 그래도 걱정이 한참이나 앞서 있었다.

긴 불뱀처럼 끝도 없이 늘어선 함선들은 오산천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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