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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서원'을 찾아서

송년 겸 보령을 찾은 어르신들

2013.12.21(토) 01:30:18솔바다(jadoori@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 단체에서 송년을 겸해서 보령에 있는 화암서원을 오겠다고 한다.
시간을 넉넉히 하고 서원이 있는 청라행 버스에 몸을 싣기 시작했다.
차창으로 보이는 겨울 풍경이 마치 여행을 하는 기분이게 한다.

“어디 가유?”
“화암서원이요”
“화암서원이 어디랴”
“이--. 화양이 저기여”
“화양이 아니고 화암서원이라고 하잖여”

당신들끼리 야단났다. 어르신들이 청력이 약해서인지 목소리를 높이며 주고 받았는데 내가 내리는 동안 화두가 되어버렸다.
어르신들이 겪으며 지냈던 옛이야기도 간간히 들으며 지날 수 있어 좋기도 하였는데  벌써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

“얼-래”
“봐— 내말이 맞지”
아쉬운듯 바라보시더니만 “잘 가슈” 하신다.
 
이 서원은 광해군(1610)때 세워지고 숙종(1686)임금님이 ‘화암서원’이란 이름을 내려주신 보령 청라에 있는 사액서원이다.

'화암서원'을 찾아서 사진
            
                        숙종임금님이 이름을 내려주신 '화암서원'

‘花巖’. 바위가 얼마나 예뻤으면 꽃이라고 붙여주셨을까.
당시 학동들이 책거리를 할 때면 분명 꽃이 되지 않았을까.

이 꽃들은 지역발전은 물론이고 국립대학이라고 볼 수 있는 성균관으로도 진출을 하여 분명 기여도 하였으리라.

좀 전에 버스에서 같이 했던 어르신도 ‘화암서원’이 이러한 곳이라는 걸 아셨다면 이러한 곳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자랑스러워 하셨을 것 같다.
 
여유롭게 서원을 들어서니 관리하시는 이여사님이 따끈한 산수유차를 건넨다.출행을 취소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제향기능만 남아 있는 이 서원은 마침 공사 중이었는데

'화암서원'을 찾아서 사진

                                    보령시 청라면에 있는 화암서원

이단(二段)으로 되어 있는 이 서원은 아래는 재실이 양쪽으로 배치되어 있고 뒤편으로 강당이 구성되어 있다.

강당으로 다가가니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는데 한 켠에 있는 장독대가 눈길을 잡는다.

이여사님이 손수 수확한 콩으로 담근 장(醬)단지 들이었는데 여름내 이 소리를 들으며 맛있게 익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장을 오는 사람들에게 퍼주기도 한다고 한다.
 

'화암서원'을 찾아서 사진

                         글 읽는 소리와 함께 익어가지 않았을까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다.
돌아 나와서 사당이 있는 계단으로 올라섰다.

'화암서원'을 찾아서 사진
 
                                     토정선생이 봉안된 사당

             

 '화암서원'을 찾아서 사진
                              
                               6척이 넘었다는  토정 이지함 선생

중앙에 토정 이지함선생을, 좌우측으로 4분을 배치하고 있다.
‘토정비결’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토정선생은 생전에 기이한 행동을 많이 하셔서 기인이라고도 불렸는데 나라와 백성들을 아끼는 데는 누구보다 앞선 분이다.
영정 앞에 서서 뵙고 있자니 약속한 분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조용하던 서원은 사람들로 가득하기 시작하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서로 돌아보기 시작하니 토정선생이 내려다보시며 더욱 반기시는 듯하다.
보령에서 태어나서 보령에서 묻히신 토정선생.

“산에 있는 은을 캐고, 바닷물을 이용해서 소금을 구워 팔아 백성들을 배부르게 하자고 하셨지요. 또 해외와 교류를 하여 부를 축적하자고 상소책을 올리기도 하셨지요”
“임진왜란도 예고를 하셨다지요?”
“토정선생 묘가 저—쪽에 있지요?”

이분 들 중에 보령이 고향인 분도 있어서인지 잘 알고 있었는데
“이 길을 지나 저 산 너머로 학교를 다녔더랬지요”
그야말로 추억이 어린 곳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저 산 너머엔 주포초등학교와 보령중학교가 있는 보령읍성으로 또 하나의 역사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곳을 노년이 되어 찾아 온 고향이니 얼마나 정감을 더할까.

이렇게 여기저기에서 이야기꽃들이 한창이었는데 그 사이 이여사님은 편치 않은 거동에도 뜨거운 차 한 잔을 내어주시느라 분주하셨다. 애써 수확한 얼룩강낭콩도 내어 놓으며 가져가라고 하신다.
토정선생의 자비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젠 학교를 향해 고개를 넘어가야 했는데  그냥 가기는 아쉬웠는지 고개 정상에 있는 보령정에 잠시 오르자고 한다.

'화암서원'을 찾아서 사진       '화암서원'을 찾아서 사진
진당산을 옆에 두고 우뚝 선 보령정           "저기가 원산도이구요~~~"


보령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화암서원'을 찾아서 사진

                            날만 좋으면 안면도가 가까이...


“와~~~”
“저긴 원산도, 저—긴 안면도입니다”
또 한 번 감탄을 한다. 
감탄을 연발할수록 송년을 보내고 있는 시간들이 빠르게만 흘러가고 있었
는데 고개를 내려가서 보령읍성을 둘러보면서도  그랬다.
내가 사는 곳이 더없이 소중해져 온다.
 

'화암서원'을 찾아서 사진

           고라니가 튀어나옴에 깜짝 놀라기도 하며 보령읍성을...
 

"참으로 이야기가 많은 곳입니다"
그렇다. 이 분들도 보고 느낀 것처럼 이곳 보령은 참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아쉬운듯 돌아가면서도  인사를 나누는 목소리가 여간 뿌듯하지 않다.
멋진 분들이시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곳에 오늘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다녀갔답니다. 또 오고 싶다고 했답니다”
할아버지가 줄곧 지나다니시는  이 길. 화암서원과 함께 오늘도 이야기는 계속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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