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거센 봄바람이 불고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춘사불래춘(春似不來春)[봄은 와 있다고 하나 아직 봄은 멀었다]입니다.
아침이 되어도 영하를 겨우 벗어난 날씨 속에 오후 가벼운 마음으로 계룡산 국립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계룡산은 이미 수 많은 탐방객들의 들뜬 목소리가 가득합니다.
▲ 봄!!! 산불 조심합시다. |
계곡에는 아직 채 다 녹지 못한 얼음이 군데군데 자리하여 짙은 초록과 어우러져 봄인지 겨울인지 혼란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숲 어디를 둘러 보아도 봄의 전령들이 하나 하나 모습을 드러냅니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이름 붙여진 상사화가 겨우내 긴 기다림을 담아 여린 잎을 올리고 있고, 그 곁에는 노란꽃의 수선화도 싹을 올리고 있는데잎 끝의 노란색이 수선화의 고운 자태를 상상하게 해 줍니다.
▲ 수선화의 새싹 |
겨우내 마른 가지로 추위를 꿋꿋이 이겨낸 기린초도 죽은 듯 보이던 가지에서 영롱한 초록빛의 새싹들을 틔워 내고, 고운 보라빛의 꽃을 피우는 초롱꽃도 질세라 여린 잎을 다소곳이 세워내고 있습니다.
그곳 한켠... 노오란 황금빛 술잔이 놓여있습니다.
무채색의 겨울 숲속에 금빛으로 빛나는 키 작은 복수초입니다.
▲ 황금빛 금배 복수초꽃 |
복수초[福壽草]의 이름은 한자로 지어진 것으로 한자로 해석하면 복을 가지고 오래 산다는 뜻입니다.
이름처럼 지금까지 가장 이른 봄에 꽃소식을 전한다고 알고 있는 매화보다도 더 일찍 봄 꽃소식을 전하는 식물로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눈 속에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른 봄 꽃이 피고 눈이 내려 꽃을 덮은 모습을 보고 눈 속에서 핀 것으로 다들 생각하는 것입니다.
▲ 황금빛 금배 복수초 꽃 |
복수초는 산지 숲 속 습기가 많은 그늘에서 자라며 높이는 보통 10∼30cm인데, 겨울이 다 가기도 전에 노란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햇빛이 비치는 낮에만 꽃잎을 펼치며 햇빛이 없을 때에는 꽃잎을 닫아버리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복수초의 뿌리줄기는 짧고 굵으며 흑갈색의 잔뿌리가 많이 나옵니다.
줄기는 윗부분에서 갈라지며 털이 없거나 밑부분의 잎은 막질로서 원줄기를 둘러쌉니다.
▲ 새로이 돋아나는 쑥의 싹 |
그리고 숲길가에는 고운 향기로 봄을 고고하게 만들어 주는 매화도 이미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매화 |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그 긴 겨울도 자연의 순환고리의 하나, 이제 대지는 봄이라는 또 다른 계절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새로운 생명들을 잉태할 꽃들로 주변을 환하게 밝혀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치며 놓기 싫어하는 동장군이지만 계절은 이미 봄으로 깊숙이 들어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봄...
?금빛 술잔처럼 빛나는 복수초의 잔속에 건강과 행운의 기운을 가득 담았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올 한해 가족의 건강과 만사형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