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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겨울 보령 여행 이야기 Ⅱ

충남 보령시 성주면 개화리 114-4

2024.01.23(화) 09:44:48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옥마산 전망대에서 보령을 내려다보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우산을 받쳐 들고 대천해수욕장 바닷가를 거닐어 본다. 한 해 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 나라 안에서 부산의 해운대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는 바닷가엔 인적이 드물다. 휴일이면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는 짚트랙 전망대 타워와 해변을 따라 설치된 레일바이크에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 덕분에 호젓하고 감성 충만한 아침 산책을 한다.

대천해수욕장 겨울 아침 풍경
▲ 대천해수욕장 겨울 아침 풍경

대천해수욕장 겨울 아침 풍경
▲ 대천해수욕장 겨울 아침 풍경

보령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옥마산 전망대 가는 길에 들린 성주산 일출 전망대는 밤하늘의 별과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고 새해가 되면 이곳에서 보령시민들이 해맞이 행사를 하는 모양이다. 군데군데 잔설이 있는 좁은 도롯가의 제설용 모래 보관함에 적힌 글귀가 가슴에 와닿고 다음에는 어떤 글귀가 적힌 모래함이 나타날까 하고 기대하게 된다.

성주산 일출 전망대
▲ 성주산 일출 전망대

옥마산 전망대 가는 길가의 모래함
▲ 옥마산 전망대 가는 길가의 모래함

여전히 비가 내리고 길가에 지난가을 떨어진 나뭇잎이 수북한 길을 달리다 도착한 전망대 옆에는 사고 위험으로 잠정 중단한다는 안내 현수막이 붙은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이 있고, 나선형으로 된 전망대 오르는 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 올라서 본 보령 시내는 멀리 바다와 산 그리고 산과 산 사이 머문 구름, 논과 밭, 크고 작은 건물들이 평화롭다. 반대편에는 서해에 인접하여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을 것 같은 예상과 달리 장군봉, 성주산, 문봉산 같은 꽤 높은 산들이 산군을 이뤄 첩첩하다.
 
옥마산 전망대
▲ 옥마산 전망대

옥마산 전망대에서 본 보령
▲ 옥마산 전망대에서 본 보령

옥마산 전망대에서 본 보령의 산군들
▲ 옥마산 전망대에서 본 보령의 산군들

이렇게 높은 산과 깊은 골 지하에 석탄층이 있는 모양이다. 한때 무연탄 전국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했던 충남탄전의 중심지기 성주산이 있는 성주면이었고 동네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탄광마을과 탄광이 있었던 성주산 자연휴양림은 저 산기슭 어디쯤 있을 것 같다.
 
너른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건축물들이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는 풍경은 보고 또 봐도 싫증이 나지 않고 바로 옆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에 커다랗게 써진 ‘보령사랑’에 눈길이 간다.

옥마산 전망대에서 본 보령시내

▲ 옥마산 전망대에서 본 보령시내


패러글라이딩 이륙장
▲ 패러글라이딩 이륙장

아무래도 나는, 하늘 푸른 날 패러글라이딩이 하늘을 날고, 멀리 바다가 선명하게 보이고, 밤하늘의 은하수와 별을 볼 수 있는 날 다시 올 것 같은 생각을 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보령석탄박물관을 둘러보며   

지금은 까맣게 잊고 있지만, 이 땅의 중년 이상이라면 연탄에 관한 추억 하나쯤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가까운 곳에 우리나라 최초 석탄박물관이 있어 찾아왔다.

보령석탄박물관
▲ 보령석탄박물관

보령 지역의 석탄층은 고생대층이 아니라 중생대층에 존재하여 석탄 품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기에 일제 강점기에는 석탄이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가 해방이 되고 본격적으로 개발되었던 모양이다.
 
해방 이후 산업화 시대를 맞아 자원개발의 필요에 따라 발달하기 시작한 보령의 석탄산업은 1980년대 성주면과 미산면 인구 중 3분의 1이 석탄 관련 산업에 종사하였을 만큼 정점에 달하였다가 국가 에너지 정책이 기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바뀐 1990년대 쇠퇴하였다고 한다.
 
박물관에 전시된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모습을 형상화한 디오라마를 보면서 ‘아, 우리는 이렇게 파먹고 살았구나’ 싶고, 다 타버린 연탄을 가는 모습에서 그때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 “입갱하다가 옷이 걸려 찢어지면 되돌아 나온다. 입갱할 때 뒤돌아보지 않는다”와 같은 탄광 작업장에서 지켜야 할 금기 사항을 보면서 연탄 불꽃처럼 치열하게 살았을 그들의 삶을 가늠해 본다.

탄광에서 석탄 캐는 모습(디오라마)
▲ 탄광에서 석탄 캐는 모습(디오라마)

탄광에서 석탄 캐는 모습(디오라마)
▲ 탄광에서 석탄 캐는 모습(디오라마)

연탄 가는 모습
▲ 연탄 가는 모습

탄광에서 광부들이 식사하는 모습
▲ 탄광에서 광부들이 식사하는 모습

이 박물관에는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석탄을 실은 탄차를 밀어보기도 하고, 굴착기로 구멍을 뚫어 보기도 하고 연탄을 만들어 보는 체험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마지막 전시장에서 본, 손에 보자기에 싼 도시락을 들고, 안전등이 달린 헬멧을 쓰고 광차를 타고 막장으로 들어가는 광부들의 미소에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는 이렇게 험한 곳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조금씩 이루어졌음을 기억하고, 후손에게 좀 더 좋은 나라를 물려주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책무'라는 생각을 하며 출구로 나오니 여전히 겨울비는 내리고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안도현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광차를 타고 막장으로 들어가는 광부들 모습을 담은 사진
▲ 광차를 타고 막장으로 들어가는 광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이렇게 한겨울 보령 여행은 끝이 났지만, 이 땅 어디를 가나 땅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보석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이 겨울이 지나고 곱게 단장한 화사한 봄이 오면 나는 다시 보령으로 가는 길 위에 있을지 모르겠다.     


옥마산 전망대
충남 보령시 성주면 개화리 114-22
    
보령 석탄 박물관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산로 508(041-934-1902)
이용 시간 : 하절기(09:00~18:00), 동절기(09:00~17:00)
휴관 : 매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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