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관 제20조 4항은 "협의회장은 이사회 의결을 얻어 유급 상근이사로 관리소장을 두며, 이 경우 아산시장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협의회는 "아산시장과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을 "관리소장은 인주 산단 전·현직 이사회 임원 2인 이상 추천과 공개 모집 대상자에 한해 총회 의결을 거쳐 협의회장이 임용한다"로 개정했다. 즉, 관리소장 선임 방식을 공개모집으로 전환한 것이다.
협의회는 17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관개정안을 가결했다. 협의회는 오는 25일 총회를 열어 정관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관리소 측 A 소장은 오늘(18일) 오전 기자와 만나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선 관리소장 선출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산단관리소장은 시 공무원이나 선출직 시장과 가깝거나 시장이 속한 정당 추천 정치인이 오기 일쑤였다. 특히 정치인이 오면 입주기업으로선 곤란하다. 만약 시장이 바뀌면 관리소장도 운명을 같이하기 때문"이라고 A 소장은 설명했다.
이 같은 사례는 실제로 존재한다. 둔포면 소재 아산테크노밸리 입주기업협의회 관리소장은 장기승 전 시의원이다. 장 전 시의원은 지난 2019년 8월 사전선거운동혐의로 대법원에서 150만원 벌금형이 확정돼 시의원직을 잃었다.
그러나 민선 8기 박경귀 아산시장은 취임 후 장 전 시의원을 관리소장으로 위촉했다. 이어 지난해 5월엔 장 전 시의원을 기업유치 분야 정책특보로 발탁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장 전 시의원은 지난해 8월 대전고법에서 열렸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박 시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뿐만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주기업체협의회 관리소장은 국민의힘 소속 현역 시의원의 친아버지로, 박 시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A 소장은 "관리소장은 입주 기업체의 뜻을 적극 반영해줘야 하는 자리다. 따라서 기업활동을 직·간접으로 지원할 의향이 있는 분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소장, 기업 지원 뜻 있는 분이 와야 하는 자리”
아산시는 정관개정에 난색을 표시했다. '아산시 산업단지 조성·관리에 관한 조례'가 상위 개념이라는 게 아산시 입장이었다. 이 조례 제25조는 "아산시장은 산업단지관리사무소를 설치할 경우 관리소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1년간 유임 가능하나 연임은 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산단 측은 "해당 규정은 시장이 산단 관리사무소를 직접 운용하며 관리소장을 둘 경우 인건비 등 제반경비를 부담하는 관리소장 임기를 정할 수 있는 사항이다. 이 같은 조례를 내세워 입주기업체협의회 정관에 임원 임기를 제한하도록 하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맞섰다.
A 소장은 "지난 3일 아산시가 정관개정안을 서면심의했는데, 심의과정에서도 입장차는 여전했다. 하지만 진통 끝에 담당국장을 설득했다"고 털어 놓았다.
정관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관'이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여전하다. 충청남도 산업단지 관리 주무과장과 아산시 산업단지 관리 주무국장을 총회 선임 없는 당연직 이사로 두기로 한 현행 규정은 그대로 두기로 해서다. 이사회 정원은 9명인데, 2명은 공무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A 소장은 "충남도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신규산업단지가 정관을 마련할 때 관계기관 공무원을 당연직 이사에서 제외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관계 공무원을 당연직 이사로 두는 관행은 천안·아산만 있다고 들었다. 궁극적으로 이런 규정도 바꿔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