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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보령칼럼] 보령 ‘오남 8경’은 여전하고

2024.01.19(금) 11:43:47 | 주간보령 (이메일주소:9317733@hanmail.net
               	9317733@hanmail.net)

오남 8은 여전하고

첫 번째 주제는 잠두효월(蠶頭曉月)’이라 하여 오서산 정상에 새벽달이 뜬 형상이다. 잠두는 오서산 상봉이 마치 누에가 남쪽으로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높은 산 위에 하현달이 떠 있는 새벽녘이면 부지런한 농부는 들일을 나설 때다. 잠두는 또한 서울 남산을 지칭하기도 한다. 저 오서산 상봉을 보고 서울을 그리기도 하였을 것이다.

두 번째 주제는 우현모운(牛峴暮雲)’이라 하여 오서산 남쪽 우현 등성이에 구름 모여든 형상이다. ‘춘수모운(春樹暮雲)’이라는 말이 있다. ‘봄날의 나무와 저물녘 구름을 지칭하는데, 멀리 있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한 두보의 시에서 유래한다. 오서산 등성이에 저녁나절 구름 모여드는 것을 바라보노라면, 그 옛날 정다운 친구와 함께 어울렸던 일이 떠오르기도 하였을 것이다.

세 번째 주제는 황룡조우(黃龍朝雨)’라 하여 오서산 아래 황룡리(사가리, 용두, 느르실)에 아침 비가 내리는 형상이다. 이른 아침 황룡리에 가랑비가 만물을 적시니 봄기운이 완연하다. 산과 마을에 내린 비는 황룡천을 이루어 남서향으로 흐른다.

네 번째 주제는 옥계락조(玉溪落照)’라 하여 오서산 남서쪽으로 황룡천이 흘러, 그 옛날 시를 짓는 선비에게 옥계정을 짓게 하였고, 바로 거기에 해가 떨어지는 형상을 그린 것이다. 선비들은 옥계정이 들어선 황룡천을 화암천이라 부르기도 하였고, 그곳에서 난 이지함을 추모하고 학문하려 화암서원을 세웠다. 옥계정 마주한 서산과 서산밑 동네로 저녁놀이 붉어지면 장보고 돌아오는 촌부는 걸음을 재촉했을 것이다.

다섯 번째 주제는 안치귀적(鞍峙歸笛)’이라 하여 오서산 남서쪽으로 오봉산 줄기에 길게 들어선 질마재에 나무꾼이 피리를 불고 넘어가는 형상이다. 질마재는 청라 옥계리 서촌마을에서 청소 정전리 논향골로 넘어가는 고개다. 지금은 그 옛날 질마재는 사라지고 옥계저수지가 들어서 있다. 다만 그 위로 임도가 들어서 어쩌다 농사용 트럭만이 눈에 띌 뿐이다.

여섯 번째 주제는 석우설죽(石隅雪竹)’이라 하여 오서산 아래 석우촌 대나무에 흰 눈이 내린 형국이다. 오서산 남쪽 섶밭산 중턱에 석우촌은 간신히 붙어 있고, 동네 아래로는 성연으로 통하는 넙티가 가파르다. 저 고개로 광천으로 떠나는 이별과 청라로 들어오는 만남이 많았다고 한다. 석우동 마을에는 대밭이 넓은데, 한겨울 눈이 내리면 대나무 숲은 더욱 푸르고, 흰 눈이 소복이 쌓이거나, 바람에 더 크게 일렁이기도 한다. 신유박해로 다산 정약용이 유배길로 떠나던 동네도 석우촌이다. 같은 이름 다른 곳인 석우촌은 늘 만남과 헤어짐이 잦았나 보다.

일곱 번째 주제는 성주원종(聖住遠鐘)’이라 하여 오서산 남쪽 건너 성주산 넘어 절집(백운사 혹은 무량사)에서 들려오는 먼 종소리를 그린 형국이다. 그 옛날 선승이 노래했다는 원종양호풍(遠鐘揚好風, 먼 곳에서 종소리 바람 타고 실려오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여덟 번째 주제는 월산비폭(月山飛瀑)’이라 하여 오서산 남동쪽에 우뚝한 백월산과 성태산에 군데군데 떨어지는 폭포를 그린 형국이다. 두 산 사이로는 다리티와 늦은목이 있어 청양 금정과 부여 임수대로 통하기도 한다. 또한 성태산에서 동서로 각각 떨어지는 월산비폭은 대천천과 웅천천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성태산에서 시작된 두 물길은 대천천 18km, 웅천천 36km 각기 다른 물길을 내어 보령 땅을 적셔주다가 서해에서 다시 만난다. 사철 쉼 없이 물이 넘쳐나고 소리 내며 떨어져 흘러간 것이다.

 

주간보령칼럼보령오남8경은여전하고 1 

후손에게 물려줄 오남 8

오남 8은 보령이야말로 풍광이 빼어나고 또 거기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이 전해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보령이 단순히 자연 조건이 적절하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철 변화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고, 거기에 사람 사는 이야기를 덧씌워 더욱 멋지게 꾸미고 자연친화적으로 가꾸어 왔다.

그들은 자신이 사는 이 땅 보령을 놀랍도록 아끼고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이 땅에서 서로 어울려 더욱 풍요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였다. 참으로 지혜롭고 멋진 모습이다. 선조들의 아름다운 자연만큼이나 멋진 태도에 새삼 감동과 경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보령 9을 선정하여 보령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도 내내 위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을 아름답게 가꾸고 지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목적이기도 한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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