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맨발로 등산을 하는 등산트래킹이 유행인 가 보다.
등산을 취미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끔 운동 겸 산책으로 낮은 뒷산을 갈 때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맨발로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알고보니 최근 맨발 트레킹이 건강에 좋다는 보도가 많이 되었다고 한다.
맨발로 땅을 걷는 다는 것이 왜이리 어색하게만 느껴졌는지 시도해보는 것은 꺼려졌었다.
며칠 전, 부모님과 아이와 함께 몽산포 해변으로 피크닉을 다녀오면서 태안 해변길 4코스 구간길의
흙이 어찌나 좋던지 그동안 생각만 해오던 맨발 트레킹을 자연스레 해볼 수 있었다.
태안 해변길은 전체구간 100km로 해변을 따라 길쭉하게 구성되어 있다.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간이 살아숨쉬는 편안한 안전한 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구성된 리아스식 해안이다.
태안 해변길은 바라길, 소원길, 파도길, 솔모랫길, 천사길, 노을길, 샛별길, 바람길로
구간이 나누어져 있는데 이번에는 4코스, 솔모랫길을 가족들과 다녀왔다.
솔모랫길은 몽산포에서 드르니항까지의 구간으로 앞서 말했던 것 슬로건의 문구처럼
자연과 문화, 그리고 편안한 안전한 길 그 자체였다.
태안해안길은 왼쪽으로는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으며 오른쪽으로는 숲과 나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워낙 긴 코스여서 지나다니는 사람을 자주 만나기는 어렵다. 가끔 앉아서 쉴 때 반대편에서 트래킹을 즐기시는 분들을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멀찍이 나보다 먼저 걸어가거나 뒤쪽으로 걸오오는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의 거리는 상대방이 깨알처럼 보일만큼 멀다.
태안 해안가에는 소나무가 많다. 높고 푸르른 소나무는 우리에게 그늘도 만들어주고
피톤치드의 향도 솔솔 풍기니 향도 맡게 해주고 눈도 맑게 정화시켜 주는 듯 하다.
4코스 솔모랫길은 소나무 사이로 길이 나 있어서 그늘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도 막아주는 친절한 코스이다.
걷는 것 그 자체만으로 힐링을 주는 광경이 앞뒤옆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정말 힐링 그 자체였다. 카메라 셔터를 계속해서 누르며 걸었다.
등산이 아직은 버거운 아이 손을 잡고 걷기에도 무리가 없는 태안해안길.
해안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자연관찰이고 놀이터가 된다.
태안 해안길을 걷다가 발견한 개구리.
이렇게 큰 개구리가 왜 이곳에 있을까?
개구리 하면 연못이나 습지, 강에 살고 있는 생명체 아니던가.
어찌 태안 해안길 가운데에 턱 하니 앉아 있는걸까,
우리는 개구리가 신기해서 한참동안이나 개구리를 구경했다.
요즘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님과 같이 한 맨발 트래킹은 참 좋았다.
오르막 내리막이 없는 평탄한 길과 풍부한 그늘, 좋은 냄새, 폭신하고 안전한 흙길이
무릎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도 편안한 산책길이 되어주었다.
우리는 맨발 트래킹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 것인지 서로의 지식을 대방출해 가면서
천천히 우리만의 속도로 솔모랫길을 즐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분명 해가 높은 곳에 떴을 때 시작했던 태안해안길 4코스 솔모랫길이었는데
한참동안 걷고, 관찰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해가 뉘엿뉘엿 바다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구름이 적어 맑기만 했던 가을날, 우리는 뜨거운 햇살이 저무는 노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평온하기만 했던 태안 해안길. 그야말로 영화같은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