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백제전이 공주와 부여에서 열리고 있는데, 의미 있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연일 열리는 대백제전에 다녀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백제의 고도인 두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는 2023년 대백제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할 듯합니다. 올해는 10여 년 만에 열리는 대백제전인만큼 공식행사를 비롯해 전시·공연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 대통합 문화교류 프로그램까지 헤아리기 힘들 만큼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프로그램 중에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무령왕릉과왕릉원, 관북리유적과부소산성 등지에서 진행되는 것도 많았습니다. 그중 올해는 무령왕 서거 1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인 만큼 무령왕릉과왕릉원에서 열리는 행사가 궁금해서 직접 찾아보았습니다.


▲ 무령왕릉과왕릉원(공주시 금성동 산5-1번지) 매표소 전경

무령왕릉과왕릉원에 도착하니, 2023년 대백제전이 열리는 기간이어서 무료 개방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특혜가 있으니, 대백제전이 끝나기 전에 더 열심히 이곳저곳을 찾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2023 열린관광 환경 조성사업 인력거 체험

무령왕릉과왕릉원 매표소 입구 인근에서는 연극 공연이 한창이었는데, 무령왕릉과왕릉원을 돌아보고 나서 공연 관람을 해도 좋을 듯합니다. 한쪽에서는 이곳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리플릿 안에는 '해설사와 동행하는 인력거 투어'에 관한 것도 있었는데, 열린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약시, 시각장애인, 휠체어사용자, 부상 등으로 인해 거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인력거 체험이라고 합니다. 


▲ 백제연못

한 달 전쯤 무령왕릉과왕릉원을 방문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전시관을 들르지 않고, 백제연못이 보이는 관람로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 봤습니다. 8월 방문 때는 백제연못도 환경개선공사가 있었던 듯 보였는데, 두 달여 만인데, 공사는 끝나 있는 듯 분수대에서는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 공주무령왕릉과왕릉원내외부 환경개선공사

전시관 뒤쪽으로 난 계단을 오르려고 보니, 지난봄부터 무령왕릉과왕릉원 내·외부 환경공사로 펜스가 쳐져 있던 5~6호분과 무령왕릉 쪽에는 여전히 펜스가 둘리어 있었습니다. 


▲ 5~6호분과 무령왕릉

무령왕릉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회색 포장에 덮인 무령왕릉의 봉분이 보였습니다. 내·외부 환경공사라고는 하는데, 직접 확인할 길이 없으니 어떠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 1~4호분


▲ 공주무령왕릉과왕릉원 1~4호분 재 발굴조사 

무령왕릉에서 조금 더 위쪽으로 오르니, 이번에는 1~4호분 쪽에도 포장으로 덮인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무령왕릉과 왕릉원을 찾았다가 단 1기의 무덤도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가게 될까 봐 슬슬 걱정이 되었습니다.

안내문을 읽어 보니, 이번 1~4호분 쪽 공사는 발굴조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9월 25일(월)~9월 27일(수)과 10월4일~10월 6일(금)은 발굴현장을 공개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만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오후 14:30 두 차례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사전 정보가 없어서 발굴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하고 말았는데, 앞으로 무령왕릉과왕릉원을 찾을 분들은 현장 안내자들의 해설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타이밍을 잘 맞춰서 오시면 좋을 듯합니다.


▲ 일제강점기 송산리고분군(1927년~1933년, 현 무령왕릉과왕릉원)에서 1~4호분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무령왕릉과왕릉원의 1~4호분은 1927년 조사된 4기의 굴식돌방무덤(횡혈식석실분)으로 공주지역의 백제유적 가운데 처음 발굴된 유적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1932년 관람로를 정비하다 우연히 발굴된 5호분은 굴식돌방무덤이며, 마찬가지로 1932년에 우연히 발견된 6호분은 벽돌무덤(전축분)입니다. 1971년 5호분과 6호분 배수로 작업을 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은 중국 남조에서 유행하던 벽돌무덤(전축분)으로, 널방은 연꽃무늬를 새긴 벽돌로 쌓여 있습니다.

조사 당시에는 5기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4기만이 복원돼 있다고 합니다. 무덤은 대부분 도굴되었으나 널방의 바닥에서 금과 은, 금동으로 만든 껴묻거리가 일부 출토돼 웅진기(475~538) 백제문화 복원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 무령왕릉과왕릉원 4호분 입구

4호분 입구 앞에는「고분군 보존상의 문제로 1997년 7월 15일 문화재청의 영구 비공개 결정에 따라 내부 관람이 중지되었다. 소중한 문화재의 영구보존을 위해 관람객 여러분의 양해를 바라며 모형전시관에서 실물과 같은 고분모형을 관람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문이 적혀 있었습니다.


▲ 1호분 석실 전개도와 출토유물


▲ 2호분 석실 전개도와 출토유물


▲ 3호분 석실 전개도와 출토유물

이번 발굴조사는 1~4호분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 1호분부터 시작된다고 하는데, 4호분과 달리 돌방입구가 확인되지 않은 1~3호분의 출입구를 확인하고 세부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무령왕릉과왕릉원을 찾을 때마다 4호분에서만 보이는 출입문이 의아스럽게 생각됐는데, 이번 방문으로 의문점이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이번 발굴조사가 잘 마무리되어 다음에 방문할 때는 출입구가 있는 1~3호분을 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송산 정상부에서 내려다본 무령왕릉과왕릉원의 1~4호분

무령왕릉과왕릉원이 자리한 송산 정상부에 올라 발굴조사가 진행 중인 1~4호분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정상부에서는 2~4호분만 보이던데, 복원하지 못했다는 남은 1기의 무덤의 행방도 궁금합니다.

발굴조사 현장에 쳐진 펜스에는 7·8호분 석곽 내부라든지, 29호분 현실 및 관대 등을 촬영한 사진 등도 전시하고 있으니, 무령왕릉과왕릉원에 관심은 많은 분은 꼭 한 번 다녀가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 송산리고분군 발굴조사 이야기

재발굴조사에 들어간 1~4호분과 내·외부 환경개선공사가 진행 중인 5~6호분 그리고 무령왕릉을 둘러보고 내려오다 보니,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알려주는 송산리고분군 발굴조사 이야기'가 적힌 안내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잠시 서서 읽어 보니, 1927년에는 가루베지온(輕部慈恩)이라는 일본인이 발견하여 개인조사한 후 조선총독부에서 1·2·5호분을 조사했습니다. 1932년~1933년에는 참관로 개설 중 5~8호분이 발견되었고, 가루베지온이라는 일본인이 5·7·8호분을 조사했으며, 조선총독부에서는 6호분 및 29호분을 조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1971년에 드디어 무령왕릉이 발굴 조사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1~4호분의 발굴조사는 일제강점기 이후 처음으로 재발굴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의미 있는 발굴조사에 많은 분의 관심이 모아지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 2017년 준공한 숭덕전 전경

백제의 웅진시대를 통치했던 문주왕,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의 위패를 봉안한 숭덕전을 마지막으로 무령왕릉과 왕릉원 관람을 마쳤습니다.

무령왕 서거 1500주년을 맞은 올해는 관련 행사가 많습니다. 국립공주박물관에서 9월 19일(화)부터 오는 12월 10일(일)까지 특별전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장례'이 열립니다. 10월 3일(화) 오후 3시에는 공산성 공북루에서 연문광장까지 무령왕의 장례를 대규모 행렬로 연출하는 '무령왕의 길'도 처음으로 선보인다고 하니, 날짜와 시간을 잘 기억해 두셨다가 기회가 되면 꼭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무령왕릉과 왕릉원
충남 공주시 금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