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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아프냐? 나도 아프다!" 곳곳에 붕대처럼 푸른 포장을 두른 공주 공산성

2023.08.16(수) 08:23:53 | 희망굴뚝 ‘友樂’ (이메일주소:coke4856@hanmail.net
               	coke4856@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문화유산이 가장 두려워하는 계절은 태풍, 호우 등 풍수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여름이라고 합니다. 문화재청에서 조사한 최근 10년간 문화유산이 큰 피해를 입은 시기라고도 합니다. 지난 7월 중순에 전국적으로 인명과 재산상 피해를 준 집중호우에 우리의 문화유산들 역시 몸살을 앓았습니다.

폭우에 잠긴 공주 공산성 내 만하루

▲ 폭우에 잠긴 공주 공산성 내 만하루


세계문화유산인 공주 공산성도 그중 하나입니다. 당시 누가 촬영한 지도 모른채 SNS 여기저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사진 속에서 공주 공산성 만하루로 보이는 곳이 누각의 지붕만 드러난 채 금강물에 잠긴 장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금강교 근처에서 바라본 공주 공산성 금서루

▲ 금강교 근처에서 바라본 공주 공산성 금서루


공주 공산성은 작년 우기에도 성벽이 무너져 복구한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2023년 다시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 안전상에도 문제가 많을 듯 보입니다. 며칠 전, 이런저런 우려를 안고 있는 공주 공산성을 찾아봤습니다. 금강교(錦江橋) 방향에서 금서루로 진입하며 바라보니, 큰 피해는 없어 보였습니다.

공산성

▲ 공산성이 보이는 풍경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SNS상에 올라온 사진들에서 봤듯 공산성 비석군 위쪽 경사 부분의 토사가 유실됐는지 파란색 포장에 덮여 있었습니다. 더 가까이 가 살피니, 애석하게도 포장 앞의 비석 한 기는 반파되어 있었습니다. '○○○愛民碑'에서 애민비라고 적힌 한자 부분만 남아 있어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금서루 입구

▲ 금서루 입구


금서루 일대를 사진에 담으려 하니, 파란색 포장이 자꾸만 눈에 거슬렸습니다. 한참을 이리저리 각도를 달리하여 간신히 파란색 포장이 보이지 않는 한 컷을 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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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서루 일대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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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정


공주 공산성을 방문하면 금강이 잘 보이는 공산정(公山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두곤 하는데, 이번에는 공산정을 카메라에 담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장소를 달리하고 자세를 바꿔가며 앵글을 맞추는데, 옥에 티 같은 파란색 포장을 피해서 사진을 찍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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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 공산성 서문인 '금서루'


타지에서 온 듯한 남·여 커플이 금서루 쪽에서 사진을 찍다 말고 "공산성에서 가장 뷰가 좋은 곳이 어디예요?"라고 물어왔습니다. 공산정을 가리키며, "저곳이 가장 전망이 좋은데,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자신 없는 답변을 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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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서루에서 공산정으로 가는 성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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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서루에서 공산정으로 가는 성벽길은 유실되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7월 중순경 폭우가 멈추고 금강교에서 공산정 쪽 성벽에 파란 포장이 둘러처진 것을 확인했기에 저 역시 공산정에 오를 수 있을 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공산정을 향해 총총히 걸음을 옮기는 커플을 따라 공산정으로 걸음을 옮겨 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먼저 공산정을 향해 갔던 커플은 가던 길을 되돌아 나오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갈 수가 없다고 전해 주었습니다. 아쉬워하며 돌아서는 커플에게 공북루 쪽으로 돌아가면 오를 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말은 했지만, 확신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커플이 공산정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귀가하는 것을 보고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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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한 그루가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공북루

▲ 공북(公北樓)


한때 SNS상에서 사진 명소로 부상했던 은행나무 인근에도 파란 포장이 처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멀리 보이는 공북루 쪽은 이전 모습과 특별히 달라진 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산정으로 오르는 성벽

▲ 공산정으로 오르는 성벽길


그러나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공북루에서 공산정으로 오르는 성벽길도 성벽이 유실되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한 차례 성벽 유실이 있었던 곳이라 이번 폭우에 얼마나 큰 유실이 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산정에 오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도 진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공산성 성벽이 근래 유실이 잦아서 돌아서는 발걸음도 마음도 모두 무거웠습니다.
 

공북루 성벽길에서 바라본 금강교

▲ 공북루 성벽길에서 바라본 금강교


아쉬움을 달래려고 공북루 인근 성벽에 서서 멀리 있는 금강교를 내다보았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산정에서 바라보던 그 비경에는 미치지 못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자연스레 공산성 성벽길의 유실된 곳이 적어서 하루속히 복구되어 예전에 보던 멋진 풍광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청솔모

▲ 청설모


공주 공산성 둘레길을 한 바퀴 돌려고 마음먹고 찾았다가 성벽 유실로 곳곳이 통제되고 있어서 공북루에서 힘없이 돌아서야 했습니다. 금강교에서 물이 다 빠진 만하루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그곳을 찾지 못한 것이 계속 마음의 짐이 되었습니다.


공북루 일대에서 잠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가 청설모들을 발견했습니다. 한동안 방문객들이 적어서인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아직 호두가 익을 철이 아닐 텐데 땅에 떨어진 호두를 주워 와서 나무 위에서 잽싸게 알맹이만 빼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라앉았던 마음이 한결 가뿐해졌습니다.
 

공산정

▲ 공산정이 보이는 풍경


공산성은 언젠가 다시 방문객들로 북적이겠지요? 그동안 몸살을 앓았을 공산성이 잠시 쉬고 있다고 생각을 바꾸니, 집으로 향하는 걸음도 가벼워졌습니다. 몇 달 후, 빠르면 며칠 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공주 공산성에 응원을 보내며 희망찬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공산성
충남 공주시 금성동 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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