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의 말사로 공주 의당면 천태산 중턱에 자리잡은 동혈사 가는 길은 산허리를 돌고 돌아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느낌이다.
일주문 대신 길 양쪽으로 동혈사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돌탑 두개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산길을 오르고 오르다 보면 산중턱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듯한...
절 아래도 커다란 주차장이 있지만...
1분 1초라도 동혈사를 빨리 만나고 싶어 절마당 입구, 작은 주차장에 주차 후 절 탐방을 시작한다.
동혈사엔 석굴(혈)이 있다고 하는데... 혹시 여기가 거기?...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고 들었는데...가파른 언덕이라 사람이 드나들기는 힘들 것 같고 크기도 작아 느낌적인 느낌으로 여기는 아닌 듯~
큰법당과 요사채가 일직선으로 들어선 넓지 않은 마당에 의자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있어 좀 의아했는데...담장 너머 압도적인 풍경을 보고 왜 이곳에 의자가 있는지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사찰이나 서원을 찾을때마다 짝꿍이 아니면 한자로 쓰여진 글을 읽기가 난감할때가 많은데
'큰법당' 이라 써진 한글의 동혈사 현판이 그저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ㅎㅎ
'전통사찰 제15호'인 동혈사는 고즈넉하면서 아담하다.
오래 된 사찰 특유의 고풍스러움이 마음에 쏙 든다.
큰법당에 들어가 가족 건강을 빌고...
쌀바위를 찾지 못해 서성이고 있으니, 스님이 오셔서 큰 법당 뒤, 쌀 바위로 안내해주시며 쌀바위 전설에 대해 이야기 해주신다.
"아픈 호랑이를 스님이 극진히 보살펴주어
그 보답으로 호랑이가 쌀이 나오는 바위를 일러 주었단다.
가난했던 동혈사에 손님이 찾아오면 항상 그 사람들만 먹을 만큼 쌀이 나왔는데...
어느 날 스님이 더 많은 양의 쌀이 나오게하려고 바위틈을 크게 뚫었단다.
그날 이후 쌀은 나오지 않고 돌 틈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고 한다."
큰법당 뒤편의 쌀바위를 눈에 넣고 가파른 계단을 타고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듯한 나한전으로 발길을 돌린다.
나한전 오르는 길목에 동혈사라는 절 이름이 암시하듯 작은 굴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지만 수행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처럼 느껴졌다.
작은 굴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삼층 석탑과 약병을 들고 아픈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약사여래불이 산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삼층석탑처럼 세월의 깊이는 없지만, 저마다의 소원을 안고 찾아와 빌고 빈다는...
먼산을 바라보며 앉아있어 불상의 뒷 모습만 볼 수 있기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증이 더해가는
젊은 약사여래불께 짝꿍 건강을 간절히 빌어본다.
저 멀리 겹겹이 둘러쌓인 높고 낮은 산의 능선을 배경으로 한 풍광 덕분인지 국보급 석탑보다 더 아름답게 보인다.ㅎ
나한전에서 발아래를 내려다 보니
'도'를 몰라도 ...'기'를 몰라도 ...
신비로움과 풍광만큼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