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곳곳 다니며 지역 건축물 그려 문화재팀 근무하면서 고건축물에 관심 2020년 3월부터 그린 건축물 115곳 그림 엽서로 제작해 면천서 굿즈로 판매
▲ 당진시 건축과 이소정 건축허가팀장
- 이소정 팀장의 블로그
익숙하고도 정겨운 당진의 풍경이 새하얀 스케치북에 담겼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지만 그곳엔 주민들의 삶이 묻어 있기에 그대로 허물어지는 게 안타까워 그리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곧 사라질 건물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건축물을 지난 2020년 3월부터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은 그의 작품 속 건축물은 어느덧 100곳이 넘는다.
당진시청에서 근무하는 이소정 씨는 건축과 건축허가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14살 사춘기를 지나면서 드라마 <내일은 사랑>을 보며 건축학도의 꿈을 키웠다. 이 드라마는 대학 동기 5명이 문화비평재단이라는 작은 동아리를 결성하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담아냈다.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신범수’는 건축과 학생으로, 열혈시청자였던 이소정 팀장은 주인공 범수의 매력에 빠져 결국 ‘건축인생’을 걷게 된 것이다.
▲ 합덕성당
이소정 팀장은 “문화재팀에서 근무하면서 공소에 대해 알게 됐다”며 “당진토박이 공무원으로서 우리 지역의 예스러운 공소를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2020년 3월 처음 그린 당진지역 건축물 역시 음섬공소다”고 말했다.
▲ 삼봉보건진료소
그는 매 주말마다 오래된 건축물을 찾아 지역 곳곳을 누빈다. 프랑스 파리의 세관원이었던 앙리 루소가 일요일마다 작품활동을 하며 ‘일요일의 화가’라고 불린 것처럼, 앙리 루소의 삶을 닮고 싶단다. 주중엔 공무원으로 일하고, 주말마다 그림을 그리면서 지역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게 3년 가까이 그린 건축물 그림은 총 115점이다. (12월 7일 기준) 그는 한 70여 곳쯤 그렸을 무렵 더이상 그릴 건축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00곳을 넘기면서 오히려 주변에 그릴 소재가 무척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인 건축물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건축물에는 지역주민들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도심의 건축물은 모두 그림으로 남기고 싶단다.
▲ 면천읍성
한편 최근에는 새마을주택에 관심을 갖고 작품활동을 하는 중이다. 이소정 팀장은 “나와 태어난 시기가 비슷한 1970년대 후반의 새마을주택은 마치 친구 같다”며 “신평면 거산리와 송악읍 가학리에는 아직까지 새마을주택 군락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음섬공소
출간·전시·굿즈샵 등 꿈꾸는 공무원
최근 이 팀장은 그림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당진시청 종이백에 담길 시청사의 모습을 직접 그렸고, 면천을 배경으로 그린 건축물 그림은 엽서로 제작돼 미인상회에서 판매되고 있다. 앞서 문화재팀에서 근무했을 때 버그내순례길을 모티브로 로고를 만들어 쿠션을 만들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수 십 년 간 의상실을 운영했던 이 팀장의 어머니 손길이 더해져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작업으로 기억되고 있다.
▲ 당진시청
이소정 팀장은 “나의 최종 목표는 당진의 굿즈샵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당진에는 산과 바다, 들까지 있어서, 이야기를 담아 굿즈로 만들 수 있는 자원이 제주도보다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