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에 찾아본 '천주교 요골공소'
2022.11.11(금) 14:31:25 | 희망굴뚝 ‘友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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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ke4856@hanmail.net)
얼마 전에 아는 분이 "공주시 유구읍에 있는 요골공소에 가 본 적이 있느냐?"라고 물으시더군요.
가 본 적이 없노라 답변하니, "바람도 쐴 겸 다녀오자."라고 말씀하셔서 '공소'라는 생경한 단어가 궁금하기도 하여 얼떨결에 따라나서게 되었습니다.
▲ 명곡 2구 마을회관(공주시 유구읍 명곡2길 122)
공주시 유구읍 명곡 2리에 위치한 '천주교 요골공소'는 명곡 2구 마을회관 인근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타일벽화로 벽면을 장식한 마을회관의 외관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 천주교 요골공소(공주시 유구읍 명곡요골길 15)
명곡 2구 마을회관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붉은 칠을 한 종각이 보였는데, 예상대로 그곳이 '천주교 요골공소'였는데, 아담한 규모의 한옥 건물이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다 보니, 길가에 세워진 전신주의 탑 부분이 다른 곳의 그것들과는 달라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요골공소의 종각을 보니 전신주의 탑 부분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네 분들께 정확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지만, 마을회관의 벽화도 마을의 전신주도 이 마을의 요골공소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천주교 대전교구 유구성당의 공소에 속하는 요골공소는 관리인 없이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열린 문을 들어서자 건물 왼쪽 기둥에 '요골공소'라고 적힌 손때 묻은 현판이 보입니다. 여기서 공소(公所)는 천주교 건축물로 본당보다 작아서 본당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고 순회하는 구역의 천주교 공동체를 말합니다.
건물 마당 한쪽에는 성모상과 요골공소에서 배출한 신부님 명단, 역대 회장의 이름을 적은 작은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려고 이곳저곳을 살폈더니 출입을 금하는 안내문이 없이 개방되어 있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현재 미사 장소로 사용하지는 않는다는데, 정갈한 공소 내부는 미사를 볼 수 있는 긴 의자가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공소 마당에서 본 기념비 속 인물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공소 안의 성물(聖物)도 십자고상(十字苦像)과 예수상, 성모상이 전부였습니다.
[ 사진출처 : 유구 요골공소 벽면 ]
공주시 유구읍의 '요골공소'는 1866년 병인박해 이후 각지에서 모여든 천주교인들이 일군 교우촌(敎友村)에서 기원한다고 합니다. 벽면에 걸린 오래된 사진을 보니, 요골공소는 한차례 건물 이전한 듯 보였습니다.
[ 사진출처 : 유구 요골공소 벽면 ]
기록을 찾아보니, 1938년 정기현이라는 분으로부터 명곡리 195번지의 대지를 기증받아 공소 건물이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광복 이후 지붕을 개량하고, 담장과 종각을 설치하고, 성모상을 안치하여 오늘날의 공소 모습이 갖추어진 듯합니다.
안내문이 따로 적혀 있지 않았으나, 요골공소 건물 오른쪽 벽면에 보이는 상량문은 지붕을 개량할 당시에 들어낸 것으로 보였습니다. 요골공소는 1883년 프랑스 선교사 두세가 충청도 지역을 순회할 때 최초로 설정된 공소 가운데 한 곳으로, 근대건축물로서 지닌 의미도 크나큰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을 분들이 요골공소의 위치를 알려 주시며 들어가 보라고 하셔서 아무도 없는 요골공소를 둘러보고는 왔으나, 건물을 나오면서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처음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주저하거나 실수하지 않도록 방문자 에티켓이나 건물 역사를 기술한 자세한 안내문이 보완된다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을 갖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