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판교, 시간이 멈춘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옛 이름은 '비인군 동면'이었으나 일제강점기 1942년 판교면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판교면은 충남 3대 우시장으로 꼽혔고 도토리묵과 세모시가 보부상들을 통해서 활발하게 거래되었던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 적산가옥으로 지금도 주민이 살고 있는 일본식 건물입니다.
어릴 적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이런 건물과 골목길에서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검은 바위가 있는 마을이라는 현암리라는 마을 이름이 유래한 곳입니다.
부수고 새로 지어도 시원치 않을, 세월이 두둑하게 앉은 집에 마을 갤러리를 들였습니다.
검은 바위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전시해 놓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인 마을입니다.
마을의 추억들을 모아서 앨범과 사진 액자를 제작했고요. 마을의 옛이야기에 시간이 쌓여서 잃어버린 기억을 살려주네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골목길입니다.
왠지 조무래기 꼬마들의 골목대장 놀이와 사방치기 소리에 시끌벅적했을 시간이 갇혀 있을 것 같네요.
타박타박 걸어서 어느 대문간으로 쏙 들어가면 안식처가 있을 것 같은 골목길.
모든 길이 자동차 위주로 바뀌면서 이런 골목길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죠.
판교에서 가장 잘나갔던 양조장이었던 동일주조장 건물.
오랫동안 방치했던 것이 오히려 건물을 빛나게 하는 아이러니한 곳이라고 하네요. 때로는 발 빠르고 날랜 손길만이 정답이 아님을 알려주는 곳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이지만 어릴 적 외가가 있는 동네가 가면 있었음 직한 건물이지요.
판교에서 나는 벼는 여기서 다 정미했던 정미소입니다.
'삼화정미소'라는 간판만이 여전히 풍요로웠던 옛 시절을 가둬 놓고 있네요.
세련되지 않아서 멋진, 이런 공간에서 여유가 느껴집니다.
서천군 판교면의 시그니처 건물이 된 판교 극장입니다.
판교면의 유일한 문화시설인 판교 극장에 얽힌 추억의 보따리를 풀면 한 트럭도 넘을 것 같네요.
이 극장을 이용하던 사람들을 모아서 여기서 모임 겸 축제를 열어도 푸짐하겠지요.
초등학교 다닐 때 어렴풋이 보았던 영화 포스터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네요.
진정 추억은 갇혀 있고 시간은 멈춘 곳이네요.
마을의 멋쟁이들과 비밀 연애를 하는 선남선녀들이 어두운 극장 구석에 앉아 소곤거리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요. 누구에게나 이팔청춘의 어느 날에 이런 추억 한 가닥이 있었겠지요?
추억여행 기차를 타고 서천군 판교면으로 오시면 시간이 멈춘 마을에서 '추억과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