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포룡정을 정점으로 궁남지 주변은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 빛의 향연 속에서 연못을 곁에 두고 잘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가슴을 적시는 청량감으로 한여름의 무더위쯤은 거뜬히 떠나보낼 수 있다.
궁남지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백제본기)’에 ‘무왕 35년(634년) 3월에 궁성 남쪽에 연못을 파고 물을 20여리나 되는 긴 수로로 끌어들였으며, 물가 주변의 사방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方丈仙山,중국 전설에 나오는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을 본떴다.'고 되어 있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의 출생 설화와도 관련이 있다. 백제시대 법왕의 시녀였던 여인이 못가에서 홀로 살던 중 용신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이가 서동으로 법왕의 뒤를 이은 무왕이다. 그래서 궁남지 곳곳에 마를 캐던 백제인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형상들이 많다.
다리 양 옆의 화려한 조명 속을 걸어서 끝에 다다르면 포룡정이란 정자와 마주하게 된다. 정자에 이르기까지 짧은 거리이지만 마치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은은한 조명 아래 산책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곳곳에 사랑·감성을 자극하는 조명,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어서 낭만적인 분위기가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빛의 정원을 구현했다.
연지 위에 떠 있는 달, 사랑을 테마로 한 포토존 등이 설치되어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과 연인들에게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궁남지의 밤풍경 관람은 한여름이 제격이다. 한낮의 후텁지근했던 더위도 호수를 거쳐 온 바람이 식혀주고, 조명 빛을 받은 버드나무들은 별천지 속에 들어온 듯 차가운 신비감이 느껴진다.
밤의 궁남지는 여름이 가기 전에 꼭 한번 들러볼만한 볼거리가 많이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