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내린 우강 평야 (우강면 성원리에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업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먹을 것을 찾듯이,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욱더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였으며, 그러기에 그토록 중요한 것이 농사였지만, 오직 자연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 한가위 달 (2021년 9월 21일 우강면 공포리에서) 

그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것이 바로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변하는 모습을 기록한 것으로 '음력(陰曆)'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시기와 계절을 앎으로써 농사를 짓는데 미리 준비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음력은 동양문화권에서 달을 기준으로 1일, 1달, 1년이라는 기준이 만들어져 사용해 왔고 글로 남길 수 있는 시기에 정리되었을 것이며, 그 후 이집트에서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양력이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 합덕제 (2021년 4월 28일) 

자연에만 의존하던 상황을 이겨내고자 하는 또 다른 노력으로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하였으며, 그러한 결과로 우리 지역에 있는 합덕제를 꼽을 수 있겠다.
합덕제는 후백제의 견훤이 합덕 인근에 일만 이천의 군대를 주둔하고 먹여야 하였기에 축조하였다고 전한다. 
이것이 물을 모아두었다 필요한 곳에 이용하려는 시도였으며, 지금에 이르러 합덕제는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2017년 10월 등재)

▲ 우강 평야 (우강면 내경리에서) 

그럼, 우리 선조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서 사용한 24절기의 기준은 음력일까, 아니면 양력일까? 
바로, 양력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된다.
음력을 사용하던 선조들이 양력에 가까운 24절기를 사용했던 이유는, 농사를 지을 때 계절에 맞게 파종하고 거두어들이는데 양력 기준이 더 맞았을 것이다.

▲ 우강 평야 (우강면 내경리에서) 

우리는 음력과 양력이라는 두 개의 생일이 있고, 아직도 그 두 개의 달력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불편함 속에서 살고 있다.
이미 모든 사회생활에서는 양력이 기준이지만, 우리의 명절 등 민족의 고유문화라는 측면에서 음력을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삽교천 ( 우강면 내경리 삽교천에서) 

그런 음력 속에 여러 명절이 있지만, 그중 추석과 설날은 민족의 대 이동이 발생하는 큰 명절이다.
과연 이 명절들이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특히, 코로나19가 지속되며 더 많은 확산이 되고 있는 이 시기에,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민족의 대 이동은 괜찮은 것일까?

▲ 서해대교 

사람은 정(情)이 우선이기에 아프고 힘들며 보고프면 만사를 제치고 찾아봐야 하는 동물인가 보다.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난 후, 외로움과 불안함 속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구정이라 부르는 명절 설!
이번엔 꼭 뵈어야겠다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저 서해대교를 건너고 있을 귀성객들이 보이는 듯하다.

▲ 우강 평야 

그 고맙고 안타까운 마음은 알겠지만, 이제 우리 이러면 어떨까?
명절에만 어수선하게 찾아가 얼굴 삐죽 내밀고 도장 찍는 것 말고, 평상시에 자주 찾아뵙는 것은...

"아들아~! 명절은 조용히 집에서 조상들의 덕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는 것이란다. 우리 다음 주에는 할머니 댁 마당으로 캠핑 가면 어떨까?"
 
이렇게 음력이라는 또 하나의 해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