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말까지 남당항 새조개축제, ‘새조개’너는 누구냐!
명품조개 ‘새조개’, 날개 돋친 이유
귀족조개, 황금조개, 해방조개로 불리며 조개 중의 으뜸이라는 ‘새조개’철이 돌아왔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에서 빠져 나와 천수만 방조제 쪽으로 달리다보면 조그만 항구도시인 홍성 남당항과 마주치게 된다. 가을철 ‘대하축제’로도 명성이 자자한 이곳에 요즈음 ‘황금조개’가 입을 벌리고 날개를 달았다.
이 맛을 보지 않고 어찌 세상을 살랴. 껍질을 벌리면 삼각형의 긴 발을 늘어트린 채 작은 새가 털도 없이 태어난다. 다리가 닭고기 맛과 비슷하다하여 조합(鳥蛤)이라고도 한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경남지역에서 대량 번식하여 인근의 어민들에게 수년간 ‘황금’수입원이 됐으며, 이 때문에 ‘해방조개’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형으로 볼록하고 얇으며 껍데기를 붙이면 공처럼 보인다. 껍데기 표면에는 40∼50개의 가늘고 얕은 방사상의 주름(방사륵,放射肋)이 있고, 이 방사륵을 따라 부드러운 털이 촘촘히 나 있다. 껍데기표면은 연한 황갈색의 각피로 덮여 있고, 안쪽 면은 홍자색이다. 발은 삼각형으로 길고 흑갈색이다. 사람들은 이 조개 이름을 ‘새조개’라 부른다.
새인가, 조개인가. 향과 맛 ‘최고’
이 조개는 가만히 있을 때는 크기나 모양에서 평범한 조개의 모습과 비슷하나,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마치 먹이를 쪼려는 듯 진한 초콜릿 빛 부리를 쑤욱 내민다. 바닥에 놓으면 파닥파닥 튀어 오르려는 모습으로 봐서는 영락없는 새다. 특이한 이름이나 모양만큼, 귀한 것 또한 새조개다. 얼마나 귀했으면 웬만한 사람에게도 붙이기 힘든 ‘귀족’이란 말을 조개에 붙였을까. 일단 새조개는 양식이 불가능하며, 청정갯벌에서만 잡힌다. 얼마나 까다로운지 죽은 갯벌에서는 절대로 살지 않는다.
새조개를 잡는 방법은 백합을 잡는 방법과 비슷하다. 갯벌에 박힌 백합을 오롯이 사람의 힘만으로 ‘그레(갈퀴가 달린 끌개)’를 끌어 캐낸다면, 새조개는 배의 동력을 이용해 그레 역할을 하는 ‘형망 틀’을 끌어 잡는다는 점이 다르다. 일단 배의 후미에 달아맨 ‘형망 틀’을 잘 점검하여 닻을 내리듯 틀을 갯벌에 내려놓는다. 바닥에서 새조개를 긁어모으는 커다란 ‘참빗’ 모양이다. 쇠창살이 100여 개 정도 박힌 너비 3m정도의 ‘참빗’을 갯벌 30cm 깊이까지 박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 속 10~30cm 사이에 새조개가 웅크리고 있기 때문이다.
쇠로 된 살과 살 사이의 간격은 어림잡아 5~6cm, 그러니 6cm 이하의 새조개는 살 사이로 빠져나가게 돼 있다. 어린 것은 안 잡는 게 어민들에게도 득이며, 어업의 기본 원칙이다. 새조개는 양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디에 숨어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심 5∼30m의 진흙 바닥에 살며 발을 이용해 헤엄쳐서 멀리까지 움직일 수 있다. 산란기는 7∼10월이다.
새조개, 맛보려면 ‘5초를 지켜라’
새조개를 즐기는 비법은 끓는 육수에 살짝 담갔다 건져 내면 제 맛이 난다. 끓는 물에 너무 오랫동안 익히면 육질이 질겨지고 단맛도 사라져 제 맛이 나지 않는다. 얼마나 쫄깃하냐는 것은 불과 5초 사이에 판가름 난다. 건져 낸 새조개를 초장에 풍덩 빠트려 입 안으로 집어넣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짭짤하고도 쫄깃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식성에 따라 날 것으로 먹거나, 구워먹기도 하지만 샤브샤브로 먹는 것이 가장 쫄깃쫄깃하다. 새조개는 맛과 향이 짙어 펄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어야 조개 특유의 비린내도 없다. 새조개는 샤브샤브를 한 다음 남은 시원한 진국에 칼국수 사리나 라면을 넣어 먹는 맛도 별미다. 고픈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어 덤이다. 새조개 말고도 키조개의 맛도 명품이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면 홍성 남당항을 찾아가 해물삼매경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귀족조개인 새조개는 산란기 이후 12월에서 3월까지 겨울철이 가장 맛있다. 이때야말로 굵으면서도 육질이 최고로 부드러운 새조개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월 14일부터 3월말까지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새조개축제’에서 맛을 보지 못하면 한 해를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남당항의 새조개는 맛과 향은 물론 필수 아미노산과 철분 등 영양가가 풍부해 ‘하늘이 내린 선물’로 불리는 고영양해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