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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세계문화유산 품은 기호 예학의 정수 '돈암서원'

눈썹 지붕과 꽃 담장에 숨은 이야기까지 만발

2022.01.11(화) 10:19:55 | 장군바라기 (이메일주소:hao0219@hanmail.net
               	hao021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돈암서원 응 당의 사액
▲ 기호 예학의 정수 돈암서원 사액 현판

서원은 선비 사상을 이끌었던 조선의 인문학 공간이자 존현과 강학의 기능을 갖춘 곳입니다. 선현에 제사를 지내고 유생에게 교육과 숙소의 공간을 제공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방 사림의 구심에서 나아가 중앙 정치 세력의 기반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조선 양반문화인 예학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돈암서원(사적 제383호)은 충남 논산시 연산면에 사계 김장생의 학문과 덕행 기리기 위해 1634년(인조 12년) 건립됐습니다. 김장생의 부친 김계휘의 ‘정회당’에서 시작돼 예학의 종장 김장생의 ‘양성당’을 거쳐 아들 김집으로 이어지는 공간으로 1660년 헌종으로부터 사액을 받았습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을 피한 전국 47개 서원 가운데 한 곳으로 2019년 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국내 8개 서원과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됐습니다. 당시 등재된 9개 '한국의 서원'은 돈암을 비롯해 소수(1543), 남계(1552), 옥산(1573), 도산(1574), 필암(1590), 도동(1605), 병산(1613), 무성서원(1615) 등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기념비
▲ 유네스코 세계유산 기념비. 한국의 서원으로 돈암서원 등 9개가 지정됐다, 
   
돈암서원은 원래 현재 위치에서 1.5㎞ 떨어진 임리(숲말)에 세워졌지만, 지대가 낮아 잦은 수해를 입었는데 1880년(고종 17년) 홍수에는 침수 위기에 처하자 서원말 터로 옮겼습니다. 강당으로 사용하던 응도당은 규모가 커 당시 옮겨오지 못했다가 1971년 이건 되다 보니 건물 배치가 처음의 서원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존현과 강학기능을 갖는 사립 교육기관이 서원의 공간 구성과 건물 배치는 관학인 향교와 흡사합니다. 선현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과 교육하는 강당, 유생들이 기숙사인 동·서재로 나누어집니다. 이와 함께 서적을 펴내는 장판고, 도서관인 서고, 복지시설인 교직사, 창고인 제기고 등의 부속 건물이 있습니다.
 
대지 형태 역시 향교와 비슷해 앞이 낮고 뒤가 높은 구릉지가 많습니다. 정문과 강당, 사당을 일직선상에 두고 양쪽에 동·서재를 배치하는 방식인데 사당은 별도 담장으로 구분하고 내삼문을 만드는 것 역시 비슷합니다. 교직사는 강당 서쪽에, 제기고는 사당 옆쪽에 세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돈암서원도 구릉지를 이용했습니다. 전면에 강당을 두고, 후면에 묘당을 둔 전형적인 '전학후묘' 형식입니다. 정문 격인 홍살문을 지나며 산앙루, 외삼문, 내삼문, 사우가 일직선으로 자리하고 좌우로 응도당, 동서재, 장판각, 정회당, 수직사가 있습니다. 구역별로는 묘당과 강학, 유식, 수직 등 4개 구역으로 구분합니다.
 
묘당의 핵심인 사우는 서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내삼문을 중심으로 대궐에서나 볼 수 있는 꽃담장으로 둘러쳐 12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화려한 담장 너머 숭례사에는 유학자 김장생을 중심으로 김집 송준길 송시열이 배향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유경사로 불렸는데 유림에서 해마다 음력 2월과 8월 중정에 제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돈암서원 사우의 꽃담장
▲ 돈암서원 사우의 꽃담장

사우의 전면은 1칸을 개방하여 전퇴를 두었고, 내부는 우물마루를 깔았습니다. 전면 기둥 사이 사분합 띠살문을 달고 옆면과 뒷면은 회벽입니다. 대들보가 새우처럼 휘어진 목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숭례당
▲ 숭례당

강학의 공간은 ‘입덕문’을 통해 들어서는데 ‘덕을 쌓으러 들어간다’는 뜻으로 주춧돌이 처음에는 사각이었다가 팔각 원형으로 바뀝니다. 학문을 익히는 과정에서 모난 사람이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강학의 중심에는 강당인 양성당이 있고 동쪽의 정의재와 서쪽의 거경재라는 기숙사가 있었습니다. 
 
돈암서원 외삼문(입덕문).
▲ 돈암서원 외삼문(입덕문). 주춧돌이 사각에서 팔각으로 변화한다.

돈암서원 입덕문을 지나면 강당이 나온다.
▲ 돈암서원 강학의 공간. 정면에  양성당 왼쪽에 정의재. 오른쪽에 거경재가 잇다. 

돈암서원 강당인 양성당 현판.

▲ 돈암서원 강당인 양성당 현판.


돈암서원 동재인 거경재. 거경은 삼가하고 조심하는 태도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 돈암서원 동재인 거경재. 거경은 삼가하고 조심하는 태도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경학
▲ 돈암서원 서재인 정의재. 정의는 경전의 의의를 자세히 강론한다는 의미를 갖고있다.

이들 세 건물의 중심에는 돈암서원의 역사를 기록한 비석 ‘원정비(충남문화재자료 제366호)’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 싶을 정도로 크게 세워져 있습니다. 비석에는 돈암서원 건립 배경과 구조, 사계 김장생 부자의 성품과 학문적 업적을 칭송하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송시열이 비문을 짓고 송준길이 글씨를 ?다고 합니다. 다만, 앞면 전서체의 ‘연산돈암서원지비’라는 비문은 김장생 증손 김만기가 쓴 것입니다. 연꽃 무늬가 새겨진 네모난 받침대 위에 대리석을 세우고 지붕 모양 머릿돌이 올려져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숲말의 돈암서원을 현재 자리로 옮기면서 비문 내용과 현재 건물 배치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비석
▲ 연산돈암서원지비. 뒤편으로 강당인 양성당이 보인다.
   
돈암서원의 강당은 원래 응도당(보물 제1569호)이지만, 이전 과정에서 양성당을 먼저 옮겨 강당 자리에 배치하는 바람에 나중에 이전한 응도당은 양성당의 동남쪽에 세워졌습니다. 자리를 빼앗긴 셈인데 덕분에 돈암서원은 다른 서원과 달리 2개의 강당이 있습니다. 응도당은 고대 예법을 충실히 따라 건축한 것은 물론 눈썹 처마로도 유명합니다. 눈썹 처마는 맛배지붕 아래 측면에 비바람이 들이치는 것을 막아주도록 설치한 풍판에 마치 눈섭과 같이 처마를 덧붙인 것을 말합니다. 응도당에는 좌우 양쪽으로 눈썹 처마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들이치는 비도 막아주지만 누마루에 비치는 여름 햇살도 가려줍니다.
 
응도당
▲ 돈암서원 응도당 전경. 건물 좌우에 비바람이 막기 위한 눈썹처마가 특징이다. 

응도당
▲ 돈암서원 응도당 대청.
    
또 다른 강학 공간인 정회당은 “고요하게 몸소 실천하며 수행한다”는 뜻으로 김장생의 아버지 김계회가 강학하던 건물을 옮겨 지은 것입니다. 옆의 장판각(향토유적 제9호)은 목판을 보관하는 곳으로 김장생의 문집을 비롯해 여러 유학자의 장판이 보관되어 오다가 화재와 방범 문제로 원판은 수장고로 옮겨졌습니다.
 
정화당
▲ 돈암서원 정회당. 정회는 고요하게 몸소 실천하며 수행한다는 뜻이다.  

장판각
▲ 돈암서원 장판각. 김장생 문집이 사계전서 등이 보관되어 왔다.
 보호수▲ 돈암서원 강학 공간을 지켜온 보호수.

돈암서원을 관리하는 수직사 구역은 경회당과 제향을 준비하거나 제기 등을 보관해 두는 전사청 등이 있습니다.

전사청
▲ 돈암서원 전사청.

돈암서원 전사청을 지키는 보호수.

▲ 돈암서원 전사청을 지키는 보호수.


돈암서원은 정문 격인 홍살문과 하마비를 지나며 산앙루(山仰樓)를 마주합니다. 다른 서원에서는 보기 드물게 마당 한가운데 거대한 2층 누각이 있습니다. 2006년 건립된 것인데 단청이 서원의 건물로는 지나치게 화려해 보입니다. 그래도 2층에 올라서면 화창한 날 멀리 계룡산과 대둔산까지 들어올 정도로 시원하게 탁 트여 있습니다.
 
돈암서원 홍살문.
▲ 돈암서원 홍살문.

산앙루
▲ 돈암서원 산앙루

돈암서원은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면 더욱 재미난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설명을 들으며 전체를 둘러보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친절하신 해설사의 열정적인 안내가 추운 겨울마저 녹이게 합니다. 사색의 계절 겨울에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한국의 서원에서 인문학의 세계로 빠져봄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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