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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허기진 저녁, 국수면발에 따라 올라오는 그리움

‘한 그릇 정을 나누는 공간’ 공주시 신관동 ‘국수정’

2021.12.03(금) 10:27:42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에 가서 국수라도 먹고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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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정

길이 막히자 운전대를 잡은 아들이 말했다. 사방이 어두워지고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국수’라는 말에 없던 입맛이 되돌아올 만큼 구미가 당겼다. 서산에 계신 친정엄마한테 들렀다가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해가 남아있을 때 출발하자고 서두른 시간이 오후 4시 30분. 주말 고속도로의 차량은 상·하행선 모두 도로를 거의 채우다시피 했다. 요즘 눈에 띄게 차가 많아졌다는 걸 실감한다. 아마도 코로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차가 멈출 정도는 아니었지만 고속도로의 정해진 속도를 내기엔 턱없이 느린 구간이 종종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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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범음식점, 천사나눔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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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식단, 으뜸공주맛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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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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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곳에 가고싶다. 따스한 온기가 있는 국수정
 
우린 예산을 지나 공주 시내로 들어섰다. 어둠이 깔리고 날은 추웠다. 공주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니 눈앞에 ‘국수정’이 나타났다. 더 반가웠던 건, 이곳이 으뜸 공주맛집으로 모범음식점이었다. 공주시청년회 회원의 집이면서 천사무료급식소를 후원하는 ‘천사나눔인증’가게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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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전문점. 국수정은 공주시청년회 회원의집입니다. 

식당 밖 벤치가 있는 벽엔 국수정을 대표하는 이미지사진이 허기진 뱃속을 자극했다. 한 젓가락 들어 올린 저 면발을 어서 후루룩 먹고 싶었다. 으슬으슬 몸이 추워서 그런지 내 눈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잔치국수로만 보였다. 식당은 붐비지 않고 그렇다고 한가하지도 않았다. 적당히 손님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간간히 미리 주문해서 포장해가는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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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 양이 많은 분은 미리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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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정 메뉴

우리는 잔치국수와 돈가스, 그리고 모둠만두를 주문했다. 주방 쪽에서는 연신 바쁘게 움직이고, 우리보다 먼저 온 건너편의 손님이 면발을 빨아올리는 소리가 귓등을 스쳤다. 나는 침이 꼴깍 넘어갔다. 메뉴판 맨 위 ‘국수 한 그릇에 정을 담아드립니다.’ 라는 한 줄의 글이 보채는 마음을 다독인다. 더구나 ‘국수를 많이 드실 분은 주문시 미리 말씀해주세요.’라는 글이라니. 아, 주문한 시간이 꽤 됐는데 지금 국수를 더 먹겠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싶어 아쉬웠다. 드디어 내 앞에 잔치국수가 놓였다. 국수는 조금 전의 내 마음을 읽은 듯 이미 충분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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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배를 채웠던 맛좋고 정성담긴 잔치국수와 모둠만두, 그리고 돈가스

잔치국수의 고명으로 올린 ‘아부래기’는 두부를 기름에 튀겨낸 것으로 유부초밥을 만들 때도 들어가는 재료다. 난 이 아부래기를 보면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기차를 타고 갈 때 먹었던 ‘각기우동’이 떠오른다. 동생도 있었는데 아버지는 왜 나만 데리고 가셨는지, 어디로 가는 길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때 먹었던 우동 맛은 50여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씹지도 않았는데 그냥 넘어가기도 했던 부드러운 우동가락에 어쩌다 씹혀지는 색다른 고소함, 아버지는 당신의 아부래기를 건져 내 입에 넣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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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 잔치국수의 추억 속에서 아부래기를 천천히 먹고 아들은 돈가스를 썰었다. 김치만두, 고기만두, 갈비만두가 다 있는 모둠만두에서 나는 갈비만두 하나를 먹었다. 국수는 양껏 다 먹었다. 멸치육수와 반찬은 셀프로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게 충분히 만족스럽게 먹었는데 ‘착한’가격에 또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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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정 근처에서 보이는 공주대 건물

배가 부르니 안 보이던 주변 거리가 다시 보인다. 식당을 나와 유리창 칸칸이 불 켜진 우뚝한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곳이 공주대학교 건물이란다. 어쩐지 거리엔 유난히 청년들이 많았다. ‘모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 국수정이 약속’한다는 글, 그 약속에 정성과 인정이 담긴 잔치국수의 푸짐하고 따뜻한 국물이 점심을 앞두고 눈앞에 삼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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