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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도하고 사랑하며 홀로 있게 하소서”

대한성공회 천안 부대동 교회에서 평신도 종신부제서품식 거행

2021.11.14(일) 21:30:12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 도로는 차들이 붐비고 길은 좁았다. 단풍나무는 붉게 타오르고 향나무의 초록빛은 여름보다 왕성하며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늦가을, 천안 부대동으로 가는 길 가로수의 은행나무가 바람을 타고 노란 꽃잎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된다. 나무에 단풍이 들고 하늘의 시푸른 색감이 가슴 언저리에 밀려온다 싶으면 ‘김현승’시인의 이 시가 마음에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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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회 천안 부대동교회

입동(立冬)을 하루 앞둔 지난 11월6일 토요일, 대한성공회 천안 부대동 교회에서는 대전교구 평신도 종신부제 서품식이 열렸다. 대전교구에서 제일 먼저 창설된 천안의 부대동 교회는 1907년 8월에 설립되었고 2007년 선교100주년으로 2021년 현재 114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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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로 오르는 막다른 골목길

교회로 가는 길은 큰 도로를 벗어나 구불구불한 동네 골목을 오르는 막다른 길에 있었다. 느티나무 한그루 앞으로 두 팔 벌린 예수상이 보이고 그 뒤로 공사 중인 아파트의 푸른천막이 보였다. 주차장 바닥에는 벚나무 이파리가 떨어져 걷는 동안 사각거리는 소리가 뒤따랐다. 오전 11시에 진행될 종신부제서품식에 앞서 서품자 4명은 1시간 전에 미리 도착하여 필요한 사항들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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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아파트공사가 진행중인 성공회 부대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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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선교100주년 기념 예수상, 그 뒤로 보호수인 느티나무가 서 있다. 

성공회 부대동교회의 수호성인은 성 요한세례자이다. 서품식이 있던 날은 성 레오나르도의 축일이기도 해서 종신부제서품의 의미를 더했다. ‘용맹한 사자’를 뜻하는 이름인 레오나르도는 6세기 프랑크 왕국의 장군으로 세례 후 하느님의 군사로서 여생을 하느님께 봉사하기로 결심하고, 사제서품을 받은 뒤에 많은 이들을 개종시켰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은수생활을 시작했지만 이내 많은 신자와 비신자들이 성인을 찾아왔다. 병자들과 수감자들, 그리고 말[馬]의 수호성인인 ‘레오나르도’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20세기의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 이름을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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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상십자가 옆으로 종신부제 성직서품자의 이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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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백의를 입은 네명의 서품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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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성직은 하느님의 교회를 섬기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에게 서품하는 교회의 거룩한 직분 중 하나이다. 부제는 주교와 사제의 가르침과 지시에 따라 교회의 신자들과 함께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당한 이웃들의 고통을 나누고, 세상과 교회를 섬기며 봉사하는 직분이다. 때에 따라 주교의 허락으로 설교도 하며, 성사와 예식에서 사제를 돕는 한편 신자들을 교육한다. 성직의 부름을 받고 나온 4명의 서품자들은 소명에 대한 확신과 교회에 대한 충성, 신자에 대한 사랑이 있는지 주교의 질문에 대하여 대답하며 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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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낙준 주교 아래로 4명의 평신도 부제서품자들

부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교회 공동체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수행하는 중요한 보조자였다. 성경 사도행전에서는 오늘날의 주교인 사도들이 기도와 말씀 선포에 충실할 수 있도록 공동체의 식탁 봉사 등,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구제 활동에 너무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실무를 맡아 수행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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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체성사

중용과 다양성을 추구하며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으로 변화하는 성공회. 부대동교회는 100년이 넘는 동안 다양한 선교활동과 더불어 천안지역의 근대식교육, 계몽운동 등 천안의 성장과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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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체성사

부제는 단지 사제서품을 받기 전의 단계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다시 부제의 본래 의미와 역할을 찾아야 할 때이다. 세계 성공회 중 종신부제 제도가 활성화 된 곳이 많은데, 최초의 순교자 스테파노, 가난한 이들의 친구였던 로렌스, 아씨시의 프란시스 역시 부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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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평신도로서 4년여 동안 일정한 교육을 통해 서품을 받은 종신부제가 된 4명(남1명, 여3명)은 철학과 여성학, 상담학 등, 자신의 전공과 직업, 달란트 등을 활용하여 기존의 교회 안에서 전문적이고 다양한 영역의 종신부제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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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서품축하 꽃다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기도형식으로 된 이 시가 오늘 내 마음을 적시는 건, 기도하고 사랑하고 고독하게 하는 삶의 궁극적인 경지를 소망하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서품을 축하하며 꽃다발을 받는 서품자들의 어깨에 묵직한 축복이 지그시 내려앉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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