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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부여 석성의 도시 재생 공간으로 재탄생할 정부양곡 도정 공장

2021.10.26(화) 06:45:03 | 충화댁 (이메일주소:och0290@hanmail.net
               	och029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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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여군 석성면에 있는 1950년에 지어진 정부양곡 도정공장 전경.

여기서 벼를 도정해 논산훈련소에 납품해서 '정부미 영산 공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부여군 최초로 전기가 공급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부여, 논산 지역에서 현대화된 정미시설을 최초로 갖추고 도정 공장 체계로 운영하던 곳이었다. 70여년전, 벼도정의 혁신을 이끌었던 도정 공장이 역사적 의미만 남긴채 퇴색되고 있던 이 곳에 작은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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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이런 역사적 의미를 지닌 정부양곡 도정공장 마당에서 '석성면 문화재 보존복원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가졌다.  그동안 너무 빠른 걸음으로 앞만 보고 내달리느라 방치하고 훼손했던 지역의 문화 자원들과 문화재들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자리였다. 그런 의미를 되살려 임무를 마치고 긴 휴식의 시간에 빠져있던 석성 도정공장 마당에서 발대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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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성면이 고향인 김지태 석성면장은 지역의 우수한 문화자원을 스스로 평가절하고 훼손하고 방치하는 우를 더이상 범하지 않기 위해 석성면민들의 뜻을 결집하는 단체가 필요했다고 했다. 위원회에서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역량이 있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문화적 자원과 역사 기록에 근거한 소실 문화재를 찾고 매장문화재를 발굴할 때 관계 기관과 적극 협력하고 지원하는 체제이다. 석성면은 조선시대 행정구역으로 석성현이었다. 조선의 문화 유산도 많이 남아 있는 곳이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등의 시대적 격동기에 소실된 유적들이 많음을 이제서야 찾아보고 돌보겠다는 석성면민들의 의지가 담긴 발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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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된 도정공장들이 많이 생기면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던 정부양곡 도정공장은 문을 닫은채 지역의 흉물이 되어갔다. 기초사업거점사업을 통해 철거하자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한쪽에서는 근대문화유산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거셌다. 주민 여론의 충돌이 팽배한 가운데 대한 여성 건축가 협회 김규린 회장을 초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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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린 회장은 건물을 둘러보고 우리나라에서 몇 남지 않은 근대 건축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임을 직감했다. 이런 건축 양식은 보존하고 복원해서 우리나라의 건축 양식의 발전 과정의 모델로 남겨둬야 할 가치가 있는 건물이라고 판단했다. 주민들에게 역사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설명을 하고 보존과 복원을 위한 천 여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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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알고 나면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동네의 민원 발생의 온상이었던 폐업한 정부양곡도정 공장은 쓰레기를 치우고 묵은 때를 벗겨놓자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어려웠던 시절 우리나라 쌀 생산의 획기적인 전기가 되었던 통일벼가 나와 도정을 해서 밥을 배불리 먹게 되었던 시간이 머물렀던 곳이며 싸래기조차 아까워 얻어가서 떡을 해먹고 술을 담갔던 일이 오랜 기억 속에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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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를 도정하던 기계 장치들이 부속만 연결하면 곧 도정이 가능한 상태로 보존되어있다. 너무 빠른 걸음을 재촉하는 동안 방치되었던 수동 기계들이 불러오는 향수 앞에서 추억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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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이 느껴지는 나무 트러스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은 지금은 남아있는 곳이 거의 없다. 재단해서 톱으로 일일이 자르고 나사와 볼트로 조여서 지붕을 떠받치게 만들었다. 한땀한땀 사람의 손길이 머물고 땀이 배어있는 건축 공법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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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것들에는 향수가 있다. 시간이 고스란히 머물러 살아왔던 사람의 역사를 소환하게 만든다. 이 마당에 화물차들이 드나들며 장병들의 매끼 식사가 되는 쌀을 논산 훈련소로 실어가던 시간이 머물러 있다. 철문이 굳게 닫혀 있는 동안 석성 사람들의 역사도 추억도 빗장이 걸려있었다. 
최근 도시 재생의 물결이 일고 있다. 무조건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보다 살려내고 보완해서 환경도 살리고 오래된 것의 가치를 돌아보는 것이다. 석성 주민들도 새롭고 세련된 것 보다 오래된 것에서 뿜어져나오는 멋을 깨닫게 되었다.

강화도에서는 '조양방직'이라는 우리나라 근대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방직 공장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생을 택해 전국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나이 든 사람들은 추억과 향수를 찾아서 젊은 사람들은 오래지 않은 부모의 살아온 시간의 궤적을 좇아서 구경을 오고 있다. 부여에서도 그런 공간을 찾아서 재생의 길을 택한 것은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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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심' 이라는 빨간 글자에서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어린 시절 귀가 닳도록 들었던 어른들의 훈계가 고스란히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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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에서 최초로 전기가 들어왔던 도정공장의 변전탑에 넝쿨이 식물이 우거진 모습이 석양속에 세월을 짐작하게 한다. 재생의 시간을 지나 기억을 소환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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