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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조선 개혁을 꿈꾼 사림의 스승 김정

내포칼럼-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2021.10.24(일) 23:47:39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scottju@korea.kr
               	scottju@korea.kr)

조선개혁을꿈꾼사림의스승김정 1


중종에 상소문 써올려
훈구파의 만행 고발하고
폐위된 신 씨 복위 요구
 
사림 이끌던 큰선비이자
정암 조광조의 정치 우군
유교 이상 구현하려다
기묘사화 만나 좌초·유배
 
묘비에 변명 남기지 않은
‘위국헌신’ 조선의 충신


대전광역시 대덕구 장동 욧골에 가면 충암 김정의 묘소와 사당이 있다. 그런데 그의 묘비는 아무런 내용도 기록되지 않은 백비(白碑)다. 도대체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김정은 수재였다. 중종 2년(1507) 약관 22세에 문과 시험에 장원급제했고, 조정에 나아간 지 불과 십여 년 만에 요직을 두루 지냈다. 그는 정암 조광조 등과 함께 유교적 이상을 구현하려고 주야로 노력하다가 중종 12년(1519)에 기묘사화를 만나서 좌초했다. 제주도로 유배됐다가 마침내 사약을 마시고 세상을 떠났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가 억울하게 죽고 말았으니, 비석에 어찌 구차한 변명을 적겠는가. 그의 백비는 지난 수백 년 동안 땅속에 숨어 있다가 최근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에는 조광조의 이름은 알지만, 김정을 모르는 이가 없지 않다. 조광조가 맨 처음 훈구파와 일전을 벌일 계기를 마련한 이가 바로 김정이었다. 중종 10년(1515) 8월 8일, 전라도 순창군수 김정은 담양부사 박상과 함께 봉사(封事, 밀봉한 글)를 올렸다. 이 상소문에서 김정 등은 훈구파의 잘못을 다음과 같이 격렬하게 비판했다.

‘저들은 전하를 겁주고 억누르기를 마치 다리 사이에 끼운듯하였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희롱하듯하였습니다. 국모(신 씨)를 폐위할 때는 마치 한 마리의 병아리를 팽개치듯 함부로 굴었습니다. 이토록 끔찍한 일을 저질렀으니 장차 무슨 일을 하지 못하겠습니까?’(실록, 중종 10년 8월 8일)

김정과 박상은 억울하게 대궐에서 쫓겨난 왕후 신 씨를 복위하라고 요구했다. 그것은 이치상 천만번 옳은 말이었으나, 중종은 훈구파의 감정을 건드릴까봐 도리어 김정과 박상을 처벌했다. 그 이듬해 중종11년, 조광조는 조정에 나오기가 무섭게 김정과 박상을 사면하라고 주장하며, 사건을 잘못 처리한 관리를 몽땅 쫓아냈다. 조광조의 개혁정치는 그렇게 시동을 걸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대쪽 같은 선비 김정과 조광조는 서로에게 가장 믿음직한 정치적 우군이 됐다. 실록 편찬자에 따르면, 그 당시 훈구파 이언호는 애초에 김정과 박상을 죽이지 못해 조정이 시끄러워지게 됐다면서 크게 후회했다고 전한다(실록, 중종 11년 3월 10일). 귀양에서 풀려난 김정과 박상은 개혁정치에 힘을 보탰다.
김정은 학문이 뛰어났기 때문에 더욱더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른바 ‘사유(師儒)’로 손꼽혔다(실록, 중종 11년 6월 19일). ‘후진을 지도할만한 큰선비’라는 공인이었는데, 김정은 조광조, 김구와 더불어 ‘대학’에 빼어났다(실록, 중종 12년 4월 27일). 당시 여론에 의하면, 김정은 조광조, 박훈, 정완 및 김식과 유별나게 친했다(실록, 중종 12년 3월 26일). 이들 선비야말로 사림파의 중심이었다. 사적으로 보면, 김정은 정승 정광필의 조카였으나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해서 껄끄러울 때가 많았다(실록, 중종 12년 7월 10일). 정광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한충, 기준과 협력해 초야에 묻혀 지내던 김식을 등용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실록, 중종 12년 7월 27일).

훗날 김식은 현량과에 장원으로 뽑혔는데, 그런지 얼마 안돼 훈구파가 기묘사화를 일으키는 바람에 사림파의 개혁정치는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후세는 ‘기묘 명현’의 미담을 기억하며 참 선비의 길을 잇고자 노력했다. 김정 등의 꿈이 허사로 돌아간 것은 정녕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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