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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무더위 속 수도계량기 있는 곳 어디든지

<수도검침원 동행취재기> 아찔한 옹벽위도 길없는 풀밭도

2021.08.02(월) 16:01:46 | 관리자 (이메일주소:srgreen19@yesm.kr
               	srgreen19@yes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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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검침원이 출입문이 없는 건물을 검침하기 위해 좁은 창문을 넘어 들어가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설마 여기에 있다고요?”

<무한정보> 기자가 7월 29일 수도검침 현장을 동행취재하는 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일 것이다. 출입문이 없어진 곳, 평소라면 눈길도 주지 않을 곳. 수도계량기를 찾아다니는 여정은 예상과 달리 험난했다.

첫 일정은 예산읍 주교오거리 근처 옹벽이다. 성인남성 키의 1.5배가 되는 높이다. 발을 겨우 디딜 수 있을 정도의 턱을 밟고 올라가면 풀숲 사이에 수도계량기함이 있다. 숫자를 꼼꼼히 확인한 뒤 수첩에 적은 이창현(37) 검침원은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차에 올라타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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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이 없는 어두운 지하에서 휴대전화 불빛을 밝혀 계량기 숫자를 기록하는 모습. ⓒ 무한정보신문

전등이 없어 칠흑같이 깜깜한 지하에도, 덩굴과 잡초가 우거져 풀밭을 연상케 하는 좁은 외벽 사이에도 계량기가 있다. 특히 지은 지 오래돼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계량기 쪽 출입문을 없앤 건물은 폭이 50㎝ 정도인 창문이 유일한 통로였다.

그뿐일까, 한 주택은 대문 앞 바닥에 덧댄 긴 널빤지를 들어올리고 계량기함 뚜껑을 열자마자 손바닥만한 쥐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12년째 검침원 일을 하고 있는 베테랑 창현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계량기 눈금 위에 쌓인 쥐똥을 쓱쓱 닦아내고 숫자를 적는다.

또 다른 집에 가까이 가자 몸집이 송아지와 맞먹는 개 한 마리가 다가와 대문 건너편에서 짖기 시작했다. “나중에 사람이 있을 때 다시 와야겠네요. 작은 개는 신발 같은 데를 무는데 큰 개는 아니거든요. 그나마 저는 개를 많이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더 어려우실 거에요”라고 설명한 그도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개에게 물린 적이 여러 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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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잡초 사이에 숨어 있는(?) 수도계량기. ⓒ 무한정보신문

복병은 또 있다. 뱀이다. 무한천체육공원 근처 풀숲에 있는 계량기함은 뱀이 자주 출몰하던 곳이다. 계량기함을 두드렸을 때 도망가면 물뱀이고 가만히 똬리를 틀고 있으면 독사란다. 긴장했지만 다행히 뚜껑 안은 안전했다.

이날 찾은 곳들은 매달 중순 정기적인 수도검침에서 사용량이 평소보다 크게 늘었거나 줄은 경우, 주택 안에 있는 계량기를 사람이 없어 검침하지 못한 경우 등이다. 


불볕더위에 방역마스크까지
냉수한잔, 격려 한마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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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검침원이 누수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탐지봉’에 귀를 대고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누수가 잦은 곳은 ‘탐지봉(청음봉)’을 이용해 점검하기도 한다. 

긴 막대 끝을 계량기와 연결된 수도관에 놓고 반대쪽에 달린 동그란 청음부에 귀를 가져다대면 물 흘러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도를 사용 중임을 표시하는 화살이 멈춰 있는데도 소리가 난다면 누수를 의심해봐야 한다.

한낮 최고기온이 33.5도를 기록했던 이날, 시종일관 빠른 걸음으로 대상지를 돌던 창현씨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렀다. 

“사계절 중에 여름이 가장 힘들어요. 지난해부터는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야 해서 숨 쉬기도 힘들고요” 군내 계량기는 모두 1만5000여개로 검침원 13명이 구역별로 나눠 매달 1명당 평균 1150개를 검침하고 있다. 그가 이 더위에도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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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집 대문 앞에 붙은 ‘상수도검침카드’. 계량기가 집 안에 있는 경우 이렇게 숫자를 적어놔주면 신속한 검침에 도움이 된다. ⓒ 무한정보신문

집집마다 방문해 계량기 숫자를 기록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전산입력과 수도요금 고지서 전달, 계량기 이상유무 확인 등의 업무까지 맡고 있어 검침을 다니다보면 점심을 제때 챙겨먹는 경우가 드물다.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수도요금이 평소보다 많이 나왔을 때, 요금체납으로 단수해야 할 때다. 한 번은 1년 이상 요금을 내지 않은 집에 찾아갔다가 집주인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잘못 본 것 아니냐’며 심한 말을 하시는 분도 있어요. 물이 생활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더 민감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항상 꼼꼼하고 정확하게 검침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신다면 더 힘날 것 같습니다”
 

폭염과 감염병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의 여유를 잃기 쉬운 요즘이지만,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로 뛰는 검침원들에게 미소와 함께 냉수 한 잔과 격려 한마디를 건네보자.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자,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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