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금오산 생태탐방
2021.06.21(월) 02:18:08 | 경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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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h_letter@naver.com)
길을 걸으면서 체험하는 자연책 이야기는 언제나 새로움이 가득한 배움길입니다. 어느 장소를 자주 방문하면서 '이제 여기선 웬만한 것은 다 봤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마다 자연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낯선 만남 이야기를 건네주면서, '아직 멀었어'라고 대답해 줍니다. 이번이 그런 날입니다. 그동안 다른 장소에 비해 자주 드나들면서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기에, 별다른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예산 금오산 일대를 거닙니다. 하지만 금오산 만석골 일대에 들어서자마자 그 생각은 금방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익숙함 속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금오산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장면 하나하나 놓치기 싫어 저도 모르게 산책길에 몰입하면서 예정에 없던 생태탐방을 시작합니다. 6월 금오산 숲은 온갖 새소리로 가득합니다. 머리 위에는 파랑새 소리가 울려 퍼지고, 숲길 주변에는 다양한 숲새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옵니다. 여름이면 언제나 이곳을 찾아오는 노랑할미새 역시 '나 여기 또 왔소'하고 알려주듯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처음 만나는 해오라기 친구도 있습니다. 금오산에서 경험하는 첫 해오라기 만남이라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관찰을 시작합니다. 편안하게 식사를 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 소리에 놀라 예산천 부근 큰 나무에 숨어서 조심스레 상황을 살피는 모습이 다소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 예산 금오산 생태탐방 : 노랑할미새, 해오라기
마음이 평온해지자 여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보기 좋은 예쁜 꽃이 봄 숲 주인공이라면, 여름 숲 주인공은 풍성한 먹거리 식물 꽃과 열매입니다. 구석에 숨어 피는 산딸기꽃도 보이고, 빨갛게 잘 익은 산버찌도 보입니다. 사람 손길 닿지 않은 곳에 꽤 많이 남아 있는 오디 열매도 6월 숲길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해주는 멋진 주인공입니다.
▲ 예산 금오산 생태탐방 : 산버찌 열매, 오디열매, 산딸기꽃
또 다른 여름 숲 주인공인 곤충 친구들 모습도 더 다양해집니다. 주변에 피어있는 야생화와 나무꽃을 잘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벌, 나비를 비롯한 여러 다양한 곤충을 손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새로 발견한 덜꿩나무 군락은 덜꿩나무꽃이 활짝 피어있고, 덜꿩나무 꽃이 품고있는 화분과 꿀을 찾아온 여러 손님이 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태탐방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꽃무지를 야생에서 만난 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굼벵이 주인공이기도 한 꽃무지는 '꽃에 모이는 풍뎅잇과 곤충'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꽃무지 세계에도 나름 질서가 있나봅니다. 차례차례 먹이 순서를 교대하는 덕분에, 검정꽃무지도 만나고 만주점박이꽃무지도 만나는 귀한 시간을 갖습니다.
▲ 예산 금오산 생태탐방 : 덜꿩나무꽃을 찾아온 검정꽃무지, 만주점박이꽃무지
평소 보던 나비 세상과 많이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기존에 자주 보던 녀석들 외에 새로운 녀석들 모습이 눈에 띕니다. 노랑나비가 이꽃 저꽃 옮겨다니면서 열심히 먹이를 먹습니다. 그 옆에는 필드에서 잘 보기 힘든 큰줄희나비가 무리지어 활발하게 날아다닙니다. 그렇게 이 나비, 저 나비가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와중에 아주 귀한 만남을 경험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바로 별박이세줄나비라는 친구를 만난 일입니다. 얼핏보면 흔한 애기세줄나비로 보이지만, 검은색 바탕에 새겨진 흰무늬 모양을 자세히 보면 다른 종임을 알아차릴 수 있지요. 그렇게 숲길 한가운데에서 우연히 만난 별박이세줄나비 이야기에 푹 빠져듭니다.
▲ 예산 금오산 생태탐방 : 큰줄흰나비, 노랑나비, 별박이세줄나비
되돌아오는 길에 다양한 나방 친구를 만납니다. 이름을 아직 찾지 못해 사진을 올리지 못한 녀석도 있고, 어렵게 이름을 알아낸 흰무늬왕불나방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애정을 받는 나비에 비해, 나방은 해충 이미지로 인해 상대적으로 덜 환영받는 녀석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명 무게가 다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야외에서 만나는 나방 중 일부는 나비만큼이나 예쁘고 화려한 종이 있습니다. 흰무늬왕불나방은 야생성 활동을 즐기는 다른 나방과 달리, 꿀을 찾아 낮에 움직이는 그런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운이 좋게 난생처음 보는 새로운 나방 종을 만난 기쁨을 누리면서 금오산이 들려주는 마지막 자연책 페이지를 만끽합니다.
▲ 예산 금오산 생태탐방 : 흰무늬왕불나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