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강화도로 저어새 탐조 기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만났던 주요 탐조 장소는 강화도 바다를 지키는 군사요충지 '진·보·돈대'입니다. 수도 한양로 통하는 바닷길을 지키기 위해 강화도 곳곳에 설치한 군사시설은 누가 바다를 오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최적의 자리에 만들어졌지요. 오랜 세월이 흐르고 평화 시대를 맞이한 지금, 옛 강화도 군사 유적지는 멋진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뿐만 아니라 이 일대를 드나드는 야생조류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생태교육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당시 강사 선생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충청남도 보령 여행길에서 만날 수 있는 충청수영성 역시 이런 비슷한 배경을 지닌 장소입니다. 이곳은 한양으로 가는 조운선을 보호하고, 왜구침탈을 방지하고, 근대에는 서양 함선을 감시하는 등 충청도 서해안 군사요충지 중 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했던 장소인 만큼 충청수영성을 거닐면서 오천항을 비롯한 이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그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 충남 최고 전망대 중 한 곳인 보령 충청수영성 (사적 제501호) 옛날에는 대규모 병력이 상주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팽팽하게 넘쳐났을 테지만, 오늘날 보령 충청수영성은 바람 소리, 바닷소리, 뱃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만 가득한 조용한 자연 속 쉼터입니다. 아래쪽부터 가장 높은 곳인 영보정 정까지 올라오는 길은 말 그대로 여유롭게 거닐기 좋은 멋진 산책로이고, 산책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은 오천항, 보령방조제, 빙도 일대가 한눈에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전망대입니다.
▲ 보령 충청수영성 내부 산책로, 주변 풍경 사적지로 지정받은 충청수영성은 자연환경도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 살고 있는 여러 조류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길을 걷는 방문객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던 쇠딱따구리 친구 덕분에 충청수영성 여행길이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영보정에 앉아 주변을 바라보던 중, 갑자기 나타나 곤충잡이에 열중하던 딱새 친구 모습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한 장면입니다.
▲ 보령 충청수영성 산책길에서 만난 조류 친구 : 쇠딱따구리, 딱새(암컷) 보령 충청수영성 일대 주변 풀밭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작고 귀여운 우리 야생화가 곳곳에 다양하게 피어있고, 풀밭에는 부전나비를 비롯해 방아깨비를 비롯한 여러 여름 곤충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인동초꽃도 만나고, 돌나물꽃도 구경하고, 그 외 다른 여러 6월 야생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 보령 충청수영성 산책길 풍경 : 부전나비, 인동초, 돌나물
보령 충청수영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영보정은 인근 야생조류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최적의 생태전망대입니다. 내륙 안쪽부터 바닷길을 따라 천수만으로 이동하는 조류 비행 모습도 볼 수 있고, 인근 바다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보령방조제 부근에 형성된 갯벌을 드나드는 바닷새 모습도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영보정 부근을 거닐면서 이곳을 찾아온 민물가마우지도 만나고,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 먹이활동 모습을 관찰하면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생태여행 경험을 얻어갑니다.
▲ 충남 최고 전망대 중 한 곳인 보령 충청수영성 (사적 제501호)
▲ 보령 충청수영성 내부 산책로, 주변 풍경
▲ 보령 충청수영성 산책길에서 만난 조류 친구 : 쇠딱따구리, 딱새(암컷)
▲ 보령 충청수영성 산책길 풍경 : 부전나비, 인동초, 돌나물
▲ 보령충청수영성 영보정에서 내려다본 야생조류 활동모습 : 민물가마우지, 노랑부리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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