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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서 물품고 일소가 써레질

예산농악보존회, 전통 모내기도 재현 <br>모찌기도 그대로 “움쳐 움쳐 다 쪘네”

2021.06.07(월) 13:47:47 | 관리자 (이메일주소:srgreen19@yesm.kr
               	srgreen19@yes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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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 한손, 못줄 앞에 모인 손길이 바삐 움직인다. ⓒ 무한정보신문

기계 한 대면 하루 논 수십마지기 모내기는 거뜬한 요즘이다. 옛날에는 트랙터도, 이앙기도, 물을 퍼올리는 펌프도 없이 어떻게 벼농사를 지었을까? 2일 찾은 예산군 대흥면 금곡리 다랭이논. 예산전통농악보존회가 사라져가는 전통농업을 재현하는 현장이다.

물 한 방울이 귀한 ‘천수답’ 위에 파놓은 둠벙에 요 며칠 내린 빗물이 가득 차있다. 크기는 작아도 사람 허벅지까지 오는 깊이다. 행사 총감독을 맡은 이걸재 전 공주시 석장리박물관장은 나무를 깎아 만든 ‘용두레’로 물을 대는 시범을 보인다. 2시간 동안 두 사람이 번갈아 품으면 한마지기를 심을 수 있었단다. 올 봄엔 비가 자주 와 논물이 부족하지 않지만, 가물 때는 ‘생명수’ 노릇을 했다.

본격적인 모내기에 앞서 이웃한 홍성군 홍동면 홍원리에서 귀한 걸음을 한 일소가 써레를 끌기 시작한다. 지난 4월 22일에도 이곳에서 쟁기질에 구슬땀을 흘렸던 ‘농수’다.

먼저 ‘장써레질’로 흙덩이를 부순 뒤 논바닥을 편평하게 고르는 ‘곱써레질’을 한다. 무논이 써레날을 따라 찰랑이는 모습이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흰옷을 입고 머리띠를 맨 회원들은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부치고 모를 나르기 쉽게 논 한쪽에 마련한 모판에서 모를 뽑아 한 움큼씩 짚으로 묶는다. ‘모찌기’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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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에서 용두레로 물을 품는 이걸재 어르신. ⓒ 무한정보신문

여름의 문턱을 밟아 제법 강한 햇볕이 내리쬐던 이날, 허리를 구부린 채 모를 찌는 이들의 얼굴이 금세 벌겋게 달아오르자 이희철(덕산면, 75) 어르신이 삽교 창정리에서 전해내려오는 ‘모찌는 소리’를 시원하게 뽑아올린다. “우리네가 살며는 한 오백년 살 줄 알고 죽자사자 애만 써오니 (중략) 움쳐 움쳐 움쳐 움쳐 다 쪘네” 구성지게 뻗는 농요에 더위도 잠시 잊히는 듯하다.

이젠 모내기다. 다발로 묶은 모를 손에 들고 못줄 앞에 선 회원들과 함께한 기관단체장들의 빠른 손놀림에 논이 금방 채워진다. 논두렁에 서서 지켜보던 한 주민은 “저쪽 비었네”라며 직접 들어와 드문드문 비어있는 자리에 모를 꼼꼼히 꽂아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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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농악보존회원들이 연주하는 흥겨운 풍악에 더위와 고단함마저 날아가는 것 같다. ⓒ 무한정보신문

우리의 전통은 이날로 끝이 아니다. 구락서 회장은 “예산지역 전통농업을 널리 알리기 위한 여러 기획을 하고 있어요. 가을에 수확한 쌀을 브랜드화해 판매하고, 농요 등을 한국민속예술제에 출품해보려고 해요. 학교와 연계한 체험학습도 계획하고 있고요. 앞으로 더 많은 지역주민들이 관심 갖고 참여해 대대로 전승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구슬땀을 흘린 뒤 막걸리를 한 잔씩 걸친 회원들은 꽹과리와 장구, 북, 징을 집어들고 풍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수십 년 전 논에 사는 물고기가 익을 정도로 뜨거운 여름날에도 일을 해야 했던 시절, 신명나는 가락에 더위와 고단함을 실어보내곤 했던 농민들의 저력이 흥겹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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