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핑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텐트를 치면 비교적 다른 여행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전 연령이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의 캠핑은 자주 다녔지만 겨울은 날씨가 추워 장비도 더 준비해야 하는 문제로 즐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장기간으로 접어들다 보니 집에만 있기 답답해 겨울 캠핑에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처음 도전해보는 겨울 캠핑의 목적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보령 독산해수욕장으로 정했습니다. 다른 곳보다 한가롭기도 하고, 조개를 잡을 수 있다는 말에 두말하지 않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독산해수욕장으로 가기 전 도착하자마자 먹을 수 있도록 회를 사서 가기로 하고 대천항에 들렸습니다. 대천항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있어 보령에 오면 꼭 들렀다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구항수산시장과 신항수산시장 두 군데로 나뉘는데, 대천항 방조제 쪽이 구항수산시장입니다. 초입에 건어물과 횟집이 자리잡고 있고, 끝으로 가면 수산물을 파는 곳이 나옵니다.
 

▲구항수산시장
 
새벽마다 어선들이 잡아온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경매로 들여와서 파는 곳이라 싱싱하고, 가격도 다른 곳보다 저렴합니다. 특히 겨울철 보령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굴과 간재미, 키조개, 물메기 등 다양한 수산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가자마자 먹을 수 있는 굴 한망과 제철을 맞은 대방어로 회를 뜨니 덤으로 매운탕에 넣어 먹으라며 삼식이, 간재미, 조개 등을 넣어줍니다. 산지에서 사는 맛이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보령 3미 중 바다의 우유 굴
 
▲겨울철 가장 맛있는 생선회로 손꼽히는 대방어
 
장을 본 후 20여 분을 차로 달려 독산해수욕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겨울철 평일의 해수욕장은 한가롭습니다. 오후 3시쯤 도착하니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었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잠자리가 될 텐트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큰 타프를 치고, 그 밑에 상을 차렸습니다. 
 
▲물이 들어오는 중인 독산해수욕장
 
한쪽에서는 숯을 피워 굴을 얹어놓고, 굴이 익기 전까지 방어회를 먹으며 기다렸습니다. 굴껍질이 타닥 소리를 내며 튀는데도 재미있다고 깔깔댑니다. 집에서라면 그냥 쪄 먹었을 텐데 야외로 오니 이런 재미도 있습니다. 방어회와 굴구이를 먹다 보니 육고기가 당깁니다. 매운탕에 넣어먹으라고 준 새우와 간재미를 삼겹살과 함께 올려 구워봅니다.
 
▲숯불에 구운 굴구이
 
▲기름지고 고소한 대방어
 
▲서비스로 준 해산물과 삼겹살의 콜라보
 
먹다 보니 어느새 밖은 어두컴컴해지고, 앞을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조용해진 해수욕장에 들려오는 소리는 철썩이는 파도소리뿐입니다. 구이를 해 먹던 화로대에 장작을 넣고 캠핑의 꽃인 캠프파이어를 하며, 파도소리를 음악 삼아 힐링의 시간을 가집니다. 멍하니 불만 보고 있어도 복잡했던 일들이 사라지는 기분이 듭니다. 요즘같이 답답한 때에는 불멍이 최고인 듯합니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불멍
 
조금 추웠지만 덕분에 일찍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새벽부터 빠진 물이 이른 아침이 되니 걷기 좋은 갯벌이 되었습니다. 독산해수욕장은 모래로 되어 있어 단단하고, 조개와 맛살, 골뱅이가 많이 나와 여름이면 가족 체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합니다. 여름에 오면 자리잡기가 쉽지 않아 조개만 잡고 돌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아침 물 빠진 독산해수욕장 갯벌
 
아침밥도 먹지 않고 물이 들어오기 전에 조개를 캐야 한다고 해서 갯벌로 나갔습니다. 벌써 한참 먼 곳까지 나가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름이 되면 물이 더 많이 빠지는데 우리가 간 날은 그믐달이 뜨는 날이어서 많은 물이 빠지지는 않았습니다. 해루질을 하러 가기 전 물때를 알아보고 가는 것이 중요한데, 만조는 물이 들어오는 때이고, 간조는 물이 빠질 때입니다. 해루질은 간조 시간에 하면 되는데, 물때표에 나온 간조 시간은 그 이후에는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기 때문에 나와있는 시간보다 두 시간 전부터 나가서 하면 됩니다. 단, 알람 시간을 맞춰놓아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때에는 나오면서 30분 정도 해루질을 하면 됩니다.  

▲간조 두 시간 전부터 나가서 해루질을 할 수 있습니다
 
물이 빠진 경계선까지 걸어가다 보니 중간에 조개가 모래에 콕 박혀 있습니다. 걸어가면서도 조개를 주워서 담듯이 잡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파고 있는 곳 주변에서 같이 파다 보면 커다란 조개들이 속속 나옵니다. 독산해수욕장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게 밀조개인데, 더 쉽게 조개를 잡는 팁을 주자면 발로 갯벌을 꾹꾹 누르면서 걸으면 물이 들어온 줄 알고 위로 올라온다고 합니다. 다녀와서 알게 된 내용이라 다음에 가서 테스트를 해봐야겠습니다. 
 
▲걸어가면서도 잡히는 조개들
 
▲꼬막
 
▲떡조개 
 
▲ 맛조개
 
▲제일 많이 잡히는 밀조개
 
넋 놓고 조개를 잡다 보면 어느새 물이 들어옵니다. 낮에는 물이 들어오는 게 보이지만 밤에 나갈 때는 물때를 꼭 확인하고 시간을 봐가면서 해야 합니다. 잡는 데에 몰두하다 보면 물이 들어오는지 몰라 갇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서 지난번에 늦게 와서 가보지 못했던 생태탐방로를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탐방로 걷기는 실패입니다. 바로 옆에 군부대가 사격 등 훈련을 하면 문을 닫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물이 들어오는 독산해수욕장
 
▲독산마을 생태탐방로
 
▲군부대 훈련시간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2박 3일 일정으로 온 캠핑이라 다음날 아침에도 갯벌에 나갔습니다. 전날 잡은 조개는 해감을 해놓고, 물이 들어오기 전 잠시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갈매기는 벌써 자리를 잡고 사람들이 버린 깨진 조갯살을 먹고 있습니다. 지나가는데 아이가 말미잘을 갖고 놀고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말미잘이 저렇게 크다니 적잖이 놀랐습니다. 
 
▲물이 빠져 드러난 독대섬 
 
▲손쉽게 먹이를 구한 갈매기
 
▲아이의 놀잇감 말미잘
 
어제는 밀조개만 많이 잡았는데, 이곳에서 맛조개와 골뱅이 등도 잡힌다는 말을 듣고 오늘의 목표로 정했습니다. 열심히 곡괭이와 호미로 판 결과 골뱅이 두 개와 개불 몇 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갯벌을 파고 났더니 허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와 갯벌을 나왔습니다. 
 
▲골뱅이
 
▲개불 구멍
 
▲개불
 
▲이튿날 더 다양해진 조개류
 

▲자연과 함께 힐링하기 좋은 독산해수욕장
 
텐트를 걷기 전 점심을 먹고 나니 어느새 물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틀 동안 날씨가 좋아 먼 해안선까지 보여준 바다와 아낌없이 조개를 잡게 해준 갯벌에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잘 정돈한 뒤 힐링의 시간을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