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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그림책이 되는 송정 그림책마을

동심과 맞닿아 있는 송정 그림책 마을의 골목길을 걸으며 힐링의 시간을 가지다.

2021.02.02(화) 23:11:38 | 충화댁 (이메일주소:och0290@hanmail.net
               	och029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옛날 골목길에는 아이들이 있었고 전쟁놀이도 있었고 고무줄놀이도 있었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뛰노는 소리와 함께 온동네가 아이들을 키웠다. 낮은 돌담길과 좁은 골목길에는 호박이 덩굴째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지금도 담을 넘어올 것 같다.

오늘의 골목길에는 아이들 대신 그림과 추억이 있다. 정겨운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담벼락 그림들이 꿈꾸는 세상을 이야기해 주는 마을이 있다. 언제 이런 골목길을 걸어보았는지 아련한 추억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 같다. 부여군 양화면 송정 그림책마을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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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마을처럼 낮은 산밑으로 마을이 아기자기하게 앉아 있고 입구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는 곳이다. 그 수호신들을 닮아가는 어르신들이 살아온 눈물겹고 정겨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을이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생은 소설책 몇 권으로도 모자란다고 말하지만 책으로 쓸 생각을 하지 못한다. 송정마을에서는 지나온 생의 가장 반짝이는 시간을 직접 그린 그림과 글로 남긴 분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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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는 흙을 가까이 하고 살았던 분들이 쓰고 그린 책에는 서툴러서 익숙하고 사투리가 푸근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을 와서 한평생 오순도순 농사 지으며 살아온 이야기이며 아버지를 따라 장에 갔던 일이 그림이 되고 글이 되어 책으로 나왔다. 남들에게는 별것 아닌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소중한 생의 한 단편 소설인 셈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인정받고 싶었던 욕구가 생의 황혼기에 그림을 배우고 글씨를 쓰게 하는 열의를 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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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마을의 어르신들이 그림책을 냈다는 소식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단번에 책의 저자가 된 어르신들께는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그 작가들이 직접 읽어주는 책속에서 나의 생과 남의 생이 다르지 않은 공감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고개를 절로 끄덕이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소를 짓게 한다.
 
“내가 농사지은 것으로 내가 먹고, 우리가 먹고, 세상이 다 먹어.”
 
평생 농사일밖에 모르고 살았더니 ‘나는 농부여’라고 세상에 큰소리로 외치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출판만큼 공신력은 물론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자기만큼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평생에 남을 일 한 가지, 잘한 일 한가지라면 책을 출판한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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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마을에는 마을의 소중한 유산으로 지켜온 야학당이 있다. 1925년 마을사람들이 힘을 모아 짓고 지켜온 야학당은 일제강점기와 6.25 동란을 겪으며 피폐해진 살림 속에서도 배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이들에게 한글을 깨우치게 했던 곳이다. 그때 배웠던 한글이 지금의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마을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야학당에 다니며 글을 배우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었던 추억이 어르신 작가들의 그림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이가 들수록 지나간 시절의 기억은 또렷해지고 현재와 가까운 기억은 쉽게 잊혀지게 된다. 송정마을 어르신들은 아름다웠던 시절을 책속에 가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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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들 중에는 어린 시절 할머니의 품에서 듣고 자란 자장가와 옛날이야기가 창작의 근원이었다고 회고하는 이도 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모르고 산 세대들이 부여 송정마을에서 보았던 어르신들의 그림책들이 훗날 작가의 영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추억을 스토리텔링화해 평균 연령 80세가 넘는 노령화된 시골마을 골목길이 관광자원이 되고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찾아 벤치마킹하는 곳으로 탈바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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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마을의 낮은 돌담길을 따라 걸으면 그 마을 어르신 작가들이 살아온 생을 압축해 놓은 것 같은 담벼락 그림들을 볼 수가 있다. 격변하는 시대에 태어나 온몸으로 시대의 아픔을 받아내고 이겨낸 삶이 거기에 녹아 있다. 동심과 맞닿아 있는 그림들이 주는 힐링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골목길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모르고 자란 세대들과 손잡고 걸으며 추억의 그림책을 완성하는 시간으로 충분하다.
 
2017년에는 '송정 그림책마을 찻집'을 열어 어르신 작가들이 직접 읽어주는 그림책 낭독회와 인형극 등을 공연하고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만든 차를 마시는 문화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금 송정 그림책마을도 코로나19 후폭풍을 거세게 맞고 있는 중이라 찻집은 닫혀 있지만 그간의 암울했던 시대를 묵묵히 견뎌왔던 잠재력으로 감내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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