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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사람향기]기다림의 미학

2020.12.10(목) 12:45:59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사진은 4일 대기초 어린이들의 김장체험 모습

▲ 사진은 4일 대기초 어린이들의 김장체험 모습



요즘 한창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김장들을 하느라 떠들썩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김장은 했슈?”가 서로의 인사가 되고, 이집 저집에서 맛보라고 준 김장 김치 먹으면서 용케도 누구네 김장인지 잘도 알아맞춥니다. 한 두 해 아니고 수년 동안 정을 나눠왔으니 너무 당연합니다.

요즘에야 김치냉장고가 있으니 배추와 무만 다 자라 준비된다면 따뜻할 때 서둘러 김장을 마치는 집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니 고생스러움이 덜합니다. 그런데 김치냉장고가 없던 어린 시절 특히 아래 지방에서는 김장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늦춰야 오랜 시간 두고두고 제 맛을 유지하며 먹을 수 있으니 많이 추워진 때에라야 김장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에 배추랑 소로 쓰일 각종 채소들을 다듬어 씻고 절이던 어머니의 손이 붉어져 손가락이 구부러지지도 않던 모습이 기억 속에 생생합니다.

온 가족은 물론이고 품앗이 온 동네 아주머니들까지 꽤 너른 마당 한 가득 모여 젓갈, 파, 마늘, 고추 가루, 생강, 파 갓, 채 썬 무까지 되직하게 버무려진 김치 소를 잘 절여진 배추에 치덕치덕 발라 젓가락 따위 필요 없고 두 손으로 위에서 아래로 주욱 찢어 안주삼아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 가며 추위를 달래시던 동네 분들의 모습은 카메라도 귀한 시절, 사진 대신 마음속에 콕 저장되어 요맘때면 꺼내보는 귀한 마음사진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김장김치 속 기다림의 미학이 있습니다. 돼지고기 숭숭 썰어 넣어 보글보글 끓여내는 김치찌개는 갓 담아낸 김치로는 제 맛을 낼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 숙성이 되고 발효가 되어야 깊은 맛이 우러나옵니다. 기다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이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백신이 개발되어 안전성 검증 마무리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앞다퉈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각국의 정부와 백신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빨리빨리 백신을 공급해주는 대신에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도록 면책조항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영국을 비롯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승인을 하고 있는데 워낙 짧은 시간에 급속하게 개발이 진행되다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을 검증하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유효성과 안정성,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제 갓 버무린 김장김치로는 김치찌개를 끓일 수 없듯이 무슨 일에나 급하다고 서두르면 냄비 통째로 하수구에 쏟아 버려야 하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김치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인이 배우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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