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맘때, 당시 공주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친구를 만나 금강둔치, 금강교, 공산성, 무령왕릉을 넘나들며 공주 구도심 일대를 거닐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공주와 첫 인연을 맺은 이후, 정말 오랜만에 다시 공주 구도심을 거닐게 되었지요. 당시 공주에 대해 잘 모른 채 마냥 걸었던 이 길은 '공주 고마나루 명승길'이란 멋진 이름을 가진 도보 여행길 코스로 바뀌어 있습니다.
 
고마나루 명승길은 공주시가 자랑하는 백제 전통관광 자원과 금강 수변공간을 연결하는 순환 도보여행길입니다. 공주종합버스터미널을 기준으로, 금강둔치를 출발해 '금강교-공산성-전통시장-제민천 생태하천-무령왕릉-국립공주박물관-한옥마을-고마나루 명승지-연마산-평목교-금강교'를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입니다. 금강둔치를 거닐다가 고마나루 명승길 안내도를 발견한 후, 옛 추억이 떠올라 그냥 자연스럽게 코스를 따라 걷기 시작합니다.
 
▲공주 고마나루 명승길 순환코스 안내도
 
먼저 금강교를 건너면서 금강을 만납니다. 금강교는 1933년에 지어진, 오랜 시간을 품고 있는 다리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 23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금강교를 걷는 동안 차와 사람이 조화롭게 다리를 오가는 그런 고즈넉한 멋스러움을 느낍니다. 아울러 금강 물길과 함께, 금강교 이전에 존재했던 금강 옛 다리 유적을 만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금강교에서 바라본 금강 풍경
 
금강교를 건너면 공산성,  제민천 생태하천, 그리고 무령왕릉이 있는 웅진백제역사관 일대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각 장소를 제대로 둘러보는 일만 해도 한 장소당 최소 두세 시간은 족히 걸리는 코스입니다. 아쉽지만 이번 목적지인 고마나루를 만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에, 간단하게 눈인사만 건넨 채 공산성-제민천-무령왕릉은 지나칩니다.
 

 

  
▲공주 고마나루 명승길-공산성·제민천·웅진백제역사관 일대 풍경
 
이제 공주 무령왕릉 이후부터는 처음 경험하는 낯선 길입니다. 그렇게 길을 걷다 보니, 무령왕릉과 국립공주박물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공주한옥마을을 만납니다. 2010년 개촌해 공주여행길 도중 한옥체험을 하며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굳이 숙박을 안 하더라도 기와 담장 너머로 전해져 오는 옛 한옥 분위기를 감상하면서 걷는 멋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공주 고마나루 명승길-공주한옥마을 주변 풍경
   
복합문화시설인 고마를 지나, 드디어 충남 3대 명승지 중 한 곳인 국가지정문화제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일대를 만납니다. 백제 옛 도읍지 웅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 고마나루라고 합니다. 곰을 뜻하는 고마라는 이름을 갖게 된, 곰과 나무꾼의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고마나루 솔숲 풍경에 푹 빠져듭니다. 
   
    ▲공주 고마나루 명승길-고마나루 솔숲길
 
조금 더 안쪽으로 금강 물길을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들어갑니다. 아래쪽으로는 공주보가 보이고, 위쪽에는 연마산이 금강 물길을 만나 빚어낸 멋진 암석 풍경이 펼쳐집니다. 거기에 더해 금강 물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다양한 조류 친구를 만나는 시간도 즐길 수 있습니다.
 

  

  
▲공주 고마나루 명승길-고마나루 금강풍경
 
원래 순환코스대로라면 길은 공주보를 건너 연미산을 지나 다시 금강둔치-금강교로 이어지게 됩니다. 오랜만에 긴 시간을 걸었더니, 이번에는 그냥 적당히 멈춰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고마나루 솔숲 탐방에 더 집중하면서 도보여행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솔숲에 찾아온 딱새 친구, 까마귀 친구를 만나면서 뜻하지 않게 공주가 건네준 소중한 '고마나루 명승길' 추억 선물을 갈무리합니다. 다음에는 코스를 바꾸어 이번에 미처 못 만난 연미산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그땐 또 어떤 풍경이 저를 맞이해 줄까요? 
 

▲고마나루 명승길 탐방을 마치면서 만난 딱새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