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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신성리갈대밭 가을 풍경

2020.11.10(화) 15:40:43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흐르는 시간을 참으로 빠르기도 하여 어느덧 가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올가을은 살면서 이럴 때가 있었던가 싶게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연일 계속돼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단풍과 함께 가을이어야 볼 수 있는 갈대와 억새가 꽃을 피운 모습을 보기 위해 이 아름다운 가을날 금강이 만들어 놓은 신성리갈대밭으로 간다.
 
입동을 앞둔 만추의 오후 해는 짧아 곧 어두워질 것 같은 신성리갈대밭 둑방에 서니 강을 따라 넓게 펼쳐진 갈대밭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장구한 세월 동안 강물에 실려 왔을 퇴적물이 조금씩 쌓이고 범람의 우려로 강변 습지에 사람들이 농사를 짓지 않아 갈대와 억새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어 이토록 무성하게 갈대와 억새들이 자기들만의 세상을 이룰 수 있었던 모양이다.
 
신성리 갈대밭 표지판
▲신성리갈대밭 표지판
 
강가에 끝도 없이 펼쳐진 너른 습지에 갈대와 억새가 가득하다. 이 너른 습지 중 2~3% 정도인 폭 200m, 길이 1km, 총면적 250,000㎡ 규모의 갈대밭을 걸을 수 있도록 공원으로 조성하여 일반에 개방하고 갈대와 억새가 꽃이 피는 가을이 되면 낭만이 있는 여행지로 유명하여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이 '신성리갈대밭'은 우리나라 4대 갈대밭으로 꼽히고,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아름다운 갈대를 볼 수 있는 일곱 군데 중 한 곳으로 각종 교육기관의 자연학습장은 물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드라마 '추노'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같대밭 사이 쉼터
▲같대밭 사이 쉼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포스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포스터

습지 위로 조성된 산책길을 걷다 보니 갈밭 사이 군데군데 군락을 이룬 하얀 억새가 가벼운 바람에도 이리저리 일렁이며 바람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군무를 추고, 사람 키보다 더 큰 억새밭 사이를 걷는 사람들은 억새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습지에 조성된 산책길
▲습지에 조성된 산책길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억새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억새
 
산책길을 내려가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니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지는 해 사이로 기러기가 줄지어 날아가던 날 밤, 비무장지대 수색 작전을 나갔다가 홀로 떨어져 지뢰를 밟은 남한의 이수혁 병장(이병헌 분)과 그를 살려준 북한의 오경필 중사(송강호 분)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촬영했다는 안내판을 만났다. 영화에서는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이수혁 병장 뒤로 갈대가 바람에 흔들거렸었는데, 지금 이 자리에는 억새가 가득하다.
 
억새밭 사이 산책길▲억새밭 사이 산책길 
 
갈대 문학 길 표지판
▲갈대문학길 표지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이수혁 병장과 오경필 중사가 처음 만났던 장소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이수혁 병장과 오경필 중사가 처음 만났던 장소
 
42년이나 지난 군 복무 시절,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된 제3땅굴에서 한 해 겨울을 보냈던 나는 2000년도에 개봉된 이 영화를 실감이 나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그곳에도 철책 이쪽이나 저쪽이나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는 마른 갈대와 억새가 군데군데 피어 있었는데, 지금도 그대로인지 모르겠다.
 
생물학적 수명이 천년이나 된다는 갈대는 땅속줄기가 발달하면서 왕성하게 무성 생식하기 때문에 넓은 면적을 뒤덮고 있는 갈대군락이라면 틀림없이 유전자가 동일한 같은 줄기라고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 철책 이쪽 갈대와 저쪽 갈대는 사람들의 인위적인 선에 의해 나누어져 있었지만, 땅속에서 천 년 동안 한 몸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 이수혁과 오경필이 같은 한민족이듯이.
 
강변 산책길 옆으로 유람선이 지나간다. 배가 지나온 물결의 흔적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신성리 나루터가 보인다. 이 유람선은 금강하구를 한 바퀴 도는 모양인데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강 건너편에도 나루터가 있어 검색해 보았더니 익산의 웅포 나루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이 강을 황포돛배와 같은 나룻배로 넘나들면서 강 건너 웅포에 가서 장을 보고 다시 나룻배를 타고 돌아오는 왕래가 있었기에 인연이 되어 가족이 되기도 했던 모양이다.
 
갈대밭 산책길
▲갈대밭 산책길
 
신성리 갈대밭 유람선
▲신성리갈대밭 유람선
 
강 건너 보이는 익산 웅포 나루
▲강 건너 보이는 익산 웅포 나루
 
이 길에는 ’낭만여행지‘라 불리는 장소답게 아름다운 연인들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갈대숲 사이로 난 길을 걷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고, 갈대숲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현란한 발놀림으로 탭 댄스를 추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다. 구두 밑창에 탭이라는 징을 박아 밑창의 앞부분과 뒤축으로 마룻바닥을 쳐서 소리를 내며 추는 탭 댄스가 이렇게 신나는 춤인지 미처 몰랐다. 공연을 보고 있자니 몸이 저절로 들썩거리고 이들의 스탭을 흉내내는 발바닥으로 나도 몰래 땅바닥을 쳐보게 되는 몰입감이 있다.
 
갈대숲을 걷는 연인들
▲갈대숲을 걷는 연인들
 
탭 댄스 공연
▲탭 댄스 공연
 
마지막 공연이 끝이 나고 서쪽 하늘로 저무는 해는 호위무사처럼 펼쳐진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아 아쉬운데 추수를 끝낸 너른 논에서 볏짚을 태우는지 하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고 시나브로 어둑해지는 둑방에는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노을에 물든 갈대밭▲노을에 물든 갈대밭 

역광의 갈대밭
▲역광의 갈대밭
 
어둑해진 둑방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어둑해진 둑방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어둑해진 둑방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어둑해진 둑방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그로부터 얼마 후 나도 그 둑방에 서서 가을이 다 담겨 있는 것 같은 볏짚 태우는 냄새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신성리갈대밭
-주소: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125-1
-문의: 041-950-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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