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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예산으로 떠난 가을 여행

2020.10.29(목) 17:59:05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세월은 빠르기도 하여 내 생애의 또 한 번의 가을이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가을이 다 지나가기 전에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기억을 또 하나 담아두기 위해 내포로 차를 달린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데도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성지를 걷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것은 아마도 제주도 모슬봉에 억새가 가득하게 핀 가을 깊어가던 날, 제주올레길 11코스를 걷다가 만난 정난주 마리아 묘지가 있던 대정성지에서부터 그랬던 것 같다. 그분의 삶이 애달파 서성이다 어느 순간 가슴 속에 떠오른 말이 '내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뜻의 ‘아모르 파티’였다. 그리고 피처럼 붉은 피라칸사스 열매 아래 고난받으시던 예수님의 십자가 조각상도 내 가슴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날 이후로 둘러본 합덕성당과 솔뫼성지에서도, 신리성지와 베론성지, 수리치성지에서도 가슴속 가득 밀려드는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소가 성지인지도 모른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웠던 충청도 땅에는 다른 지역보다 먼저 서학이 들어와 뿌리를 내렸기에 조선의 4대 박해 때 많은 신실한 천주교도들이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킨 성스러운 땅과 의미가 있는 성당이 많다. 
 
내가 거주하는 곳과 가깝고 볼거리, 먹거리가 많은 예산 땅에도 '여사울'이라 불리는 성지가 있어 찾아가는 길가에는 빨갛고 노란 고운 옷을 갈아입고 먼 길 떠날 채비를 하는 산의 나무들과 누렇게 변한 들판이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여사울은 '내포의 사도'라 불리는 이존창(李存昌 1759-1801) 루도비코 사도 생가터로 이곳이 충청도에 최초로 복음이 전해진 곳이라고 한다. 여사울이라는 지명은 부자들이 많이 살아 서울과 비슷하다고 하여 ‘如서울’라 불렀던 것이 ‘여사울’로 변했다고 한다. 이곳에 복음이 전해진 것은 이존창이 1784년 권신일 형제로부터 교리를 배워 입교한 뒤 고향으로 내려와 천주교 신앙을 전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내 생각보다 소박한 규모의 성지는 80년대 초까지만 하여도 마을 주민의 50% 이상이 천주교 신자로 300명이 넘었으나 산업화의 영향으로 농촌 인구의 감소와 함께 신자 수도 감소하여 지금은 겨우 명맥만 잇는 정도인 것 같다. 한 바퀴 돌아 나왔더니 주변에 있던 과수원의 사과나무에 빨간 부사가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을 보면서 이 ‘신앙의 못자리’에서 퍼져나간 신앙인들이 어디에선가 저렇게 큰 열매를 맺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사울성지성당
▲여사울성지성당

여사울성지
▲여사울성지
 
여사울성지
▲여사울성지

여사울성지, 성지순례길 안내판
▲여사울성지, 성지순례길 안내판

여사울성지 길 위에 핀 천일홍
▲여사울성지 길 위에 핀 천일홍
 
여사울성지 주변 과수원의 사과
▲여사울성지 주변 과수원의 사과
 
국화, 국수, 국밥이 유명한 예산에는 해마다 예산장터에서 삼국축제를 개최하는 모양이다. 국화 향기 그윽한 장터에서 펼쳐진 시골 장날의 풍경이 정겹고 소쩍새 우는 봄부터 정성을 다해 잘 키워왔을 여러 모양의 국화를 보는 것도 즐겁다. 그러다 배가 출출해질 무렵 들어간 국숫집에서 먹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은 깊은 맛이 나는 쫄깃한 국수 한 그릇에 행복해진다.

예산장터
▲예산장터

예산장터 삼국 축제를 알리는 국화 전시탑
▲예산장터 삼국 축제를 알리는 국화 전시탑

국화전시장 포토존
▲국화전시장 포토존

예당저수지 출렁다리 모형
▲예당저수지 출렁다리 모형

국화로 꾸민 학
▲국화로 꾸민 학

국화로 꾸민 꽃 터널
▲국화로 꾸민 꽃터널

파란 하늘과 국화 두 송이
▲파란 하늘과 국화 두 송이

이곳에 왔으니 예당저수지를 둘러보지 않고 가는 것은 아니 될 것 같아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예당호 주변 산책길을 걷는다. 호수에는 아직 배를 채우지 못한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또 일부는 줄지어 그 어디엔가 있을 집을 향해 날아간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줄을 쳐놓고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거미도 있고, 낚시꾼이 떠나버린 수상 좌대에는 호수에 내리는 어두움처럼 외로움이 내리고 우리가 걷는 산책길 위에도 시나브로 가을 저녁이 내려앉는다.
 
석양에 물들어가는 예당저수지
▲석양에 물들어가는 예당저수지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거미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거미

어두워진 산책길을 되돌아 나오니 출렁다리에 조명이 들어오고 음악분수가 화려한 공연을 시작한다. 음악분수의 공연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몸이 흔들거려지기도 하고, 잔잔하게 솟아오르다 때로는 높이 솟구치는 물줄기가 되기도 하고, 또 산산이 부서져 내려 흩어지는 물이 되기도 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주변에는 이 음악분수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도 있고 탄성을 지르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즐겁고 아름다운 예산의 가을밤이다.
 
조명을 받은 예당저수지 인공폭포
▲조명을 받은 예당저수지 인공폭포
 
예당저수지 출렁다리 야경
▲예당저수지 출렁다리 야경
 
예당저수지 음악분수
▲예당저수지 음악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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