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여행

시월 어느 멋진 날의 코스모스

부여 구드래에 핀 코스모스

2020.10.12(월) 21:08:12 | 충화댁 (이메일주소:och0290@hanmail.net
               	och029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에 코스모스가 피었다고 아우성이다.
 
꽃은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고 탄성을 질러줄 때 비로소 사물에서 꽃이 된다고 시인이 말했다. 꽃이 피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부여 구드래벌판에 코스모스밭이 조성이 되어 힙한 핫플레이스가 된 지 오래이다. 시월의 햇살이 어느 멋진 날을 더 빛나게 해주었던 부여의 자랑거리인 코스모스밭이다.
 
시월어느멋진날의코스모스 1
 
시월어느멋진날의코스모스 2
  
키가 작은 코스모스들이 가을햇살 속에 현란한 색깔을 뽐내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축제의 열기가 한창이었을 곳이다. 꽃구경으로 꽃이 몸살을 앓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인데, 올해는 꽃이 사람 구경을 하게 생겼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조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꽃구경을 오라고 할 만한 처지는 아니다. 조심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꽃은 피었다.

꽃이 피니 소녀감성도 살아나고 꽃바구니 옆에 끼고 꽃구경을 가고 싶다. 손 잡고 걸을 만한 사람을 꼬드겨서 만개한 꽃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마음만 설레게 코스모스가 절정이다.
 
시월어느멋진날의코스모스 3
 
시월어느멋진날의코스모스 4
  
부여 사람으로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의무감으로 매번 부여 자랑을 한다. 올해처럼 전례 없는 전염병의 상황에서는 역효과를 불러올까 싶어서 함부로 꽃구경을 오라고도 하지는 못하겠다. 사람에게 꽃구경이란 내면의 도피처를 찾는 것이며 최고의 힐링인데 안타깝다.
 
백마강변 구드래는 사람들끼리의 접촉을 요령껏 피할 수 있을 만큼 넒은 공간이다. 강변 쪽으로 꽃길을 걸을 수 있도록 코스모스를 양껏 심었다. 중간에 쉬어갈 만한 정자도 있고 사진을 찍는 곳도 마련을 해놓았다.
 
젊은 날 보았던, 영화 <닥터 지바고> 속의 지평선을 점령한 것처럼 끝없이 피어 있던 해바라기꽃밭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나의 십대와 이십대는 공부의 감옥에 갇힌 수험생이었고 학교에서도 집안에서도 꽃 한 포기 제대로 가꾸고 피웠던 기억이 없었다.
  
나의 소녀감성 속의 꽃은 교과서에 나오는 시인들이 읊은 ‘진달래꽃’ 같은 시 속에만 있었다. 꽃들은 시집 속에서 만났고, 꽃노래는 가곡으로 듣는 줄만 알았던 소녀에게 노란 해바라기가 끝없이 피어있던 해바라기밭의 스케일은 감성적 충격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랬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을 지나 경제성장과 발전에만 모든 동력을 기울였던 시기였기에 인간의 감수성 따위에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시골 출신들은 산과 들의 들꽃이라도 보면서 감수성을 키웠겠지만 당시 도시에는 요즘처럼 거리의 가로 화단조차 없었다.
 
그런 문화적 암흑기를 지나왔기에 구드래에 핀 광활한 코스모스밭이 더 아름답고 멋지게 보이는 것 같다. 지역마다 시그니처가 되는 꽃들을 광활하게 심고 꽃자랑을 하는 시절을 살고 있다. 휴대폰에 온갖 꽃들과 함께 찍은 사진 몇 장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꽃물결을 따라 사람들이 몰려다니던 시절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쁜 꽃들은 시집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들판에 있다.

혼자서 코스모스꽃길을 걸으며 추억과 감성에 젖어있는 동안 몇 명의 소녀들이 까르르 웃으며 코스모스밭으로 지나갔다. 소녀들은 셀카를 찍느라고 수선을 떨었다. 정말 예쁜 시절이고 예쁜 소녀들이다.
 
시월어느멋진날의코스모스 5

시월어느멋진날의코스모스 6
 

충화댁님의 다른 기사 보기

[충화댁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