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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비오는 날 부여 부소산 낙화암과 고란사에서

낙화암 백화정과 백마강 수상관광

2020.07.14(화) 07:16:49 | 유리향 (이메일주소:dried12@naver.com
               	dried12@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충청남도 부여 궁남지에서 연꽃을 구경한 후 가까운 부소산에 올랐습니다.
 
잔뜩 흐린 날씨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지만 백제 궁녀들의 한이 서린 낙화암과 고란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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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문이라는 멋진 성문을 통과하여 부소산에 오릅니다. 사비문은 사적 제5호로 지정된 부소산성의 정문이지요. 이 문은 1986년 건립된 목조 건물로 팔작 지붕 3간 측면 2간의 건축양식으로 처마와 지붕 용마루의 곡선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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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산은 높이 106m의 나지막한 산입니다. 부소산을 2.2km의 산성이 둘러싸고 있으며 금강(부여 부근을 흐르는 금강을 백마강이라고도 부른다)이 산을 따라 흐르고 있습니다. 
 
부소산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생긴 연리지 소나무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두 그루의 나무가지가 서로 붙어 버린 보통의 연리지와는 달리 이 소나무는 분명 한 그루인데 가지가 자라다가 소나무의 다른 줄기에 연결되어 버렸군요. 참으로 신기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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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자루입니다. 1919년 임천면의 관아 정문이던 개산루를 옮겨 짓고 사자루라고 이름하였다 하는군요. 건물 정면에 한말 의천왕이 쓴 사자루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이 지역은 백제시대에는 망대 역할을 하였던 곳으로 백제시대의 금동석가여래입상이 발견되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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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문에서 30여 분 걸으니 낙화암 백화정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백화정은 죽은 궁녀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하여 낙화암 위에 1929년 세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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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정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내려다봅니다. 나무 사이로 두 대의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며 지나갑니다. 한 척은 한옥 모양의 지붕을 가진 돛단배 모양이고 한 척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유람선입니다.

660년 의자왕 20년, 백제가 나당연합군의 침공으로 함락되자 당시 궁녀 3천여 명이 이곳 절벽 낙화암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부소산 낙화암. 치마를 뒤집어쓰고 백마강으로 뛰어드는 궁녀들의 모습이 마치 떨어지는 꽃과 같았다하여 낙화암(落花巖)이라 했다는데, 3천궁녀의 전설보다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후궁들이 굴욕을 면하지 못할 것을 알고 서로 이끌고 이곳에 와서 강에 빠져 죽었으므로 이 바위를 타사암(墮死巖-떨어져 죽은 바위)이라 하였다고 한다'는 설명이 더 타당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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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낙화암과 바로 이웃해 있는 고란사로 내려가 봅니다.
 
고란사는 백제 말기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할 뿐, 자세한 기록은 전하지 않는다고 해요. 백제가 멸망할 때 낙화암에서 떨어져 죽은 삼천궁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고려시대인 1028년에 지어진 사찰이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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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사 뒤에는 고란정이라는 맑은 샘물이 있습니다. 이 물을 마시면 늙지 않는다 하여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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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정 바로 위 절벽에는 고란초라는 희귀한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고란초(皐蘭草)는 고란초과에 속하는 양치식물입니다. 그런데 고란초가 고란사 절벽에만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전국 강가 절벽이나 바닷가 숲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하네요. 
  
고란사(皐蘭寺)에서 자란다고 해서 고란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는 하나, 희귀한 고란초가 자라는 절이라고 해서 고란사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고란사에서 고란초가 나온 건지, 고란초에서 고란사가 나온 것인지 모르겠네요. 이거야말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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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걱정하던 비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잠잠해지기는커녕 빗줄기는 점점 거세집니다. 고란사에서 나와서 다시 낙화암 백화정에 올라 소나무 잎에 맺혀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봅니다. 3천궁녀의 슬픔을 알아달라는 빗줄기인가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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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정 마루에 누워 천장을 쳐다 봅니다. 화려한 연화무늬가 눈 앞에 다가 옵니다. 비가 와도 어쩐 일인지 걱정이 되지 않고 여기서 그냥 1박이라도 하면서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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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에서 깨어나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백마강 유람선 선착장으로 급히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배는 이미 떠나가고 언제 다시 배가 올지 모른다는 답변만 듣고 발을 동돌 굴렀습니다.
 
백마강 유람선은 구드래나루터 선착장에서 고란사 선착장까지 운행하며 성인 기준으로 왕복 7000원 편도 5000원이라합니다. 하지만 손님이 적어도 7명 이상이 되어야 운행을 한다고 하는데, 비가 쏟아지는 날 유람선을 타고 고란사에 오는 배가 있을 턱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선착장 내 매점에 우산과 비옷이 있어서 비옷을 사 입고 비내리는 부소산을 걸어 내려왔습니다. 남편과 비내리는 부소산 숲길을 걸으며 데이트를 즐긴다고 생각하니 처량하거나 힘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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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산성 매표소에 이르니 외로운 섬초롱꽃 한 송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참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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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나아꽃은 비로 샤워를 하면서 더욱 싱싱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비옷을 입고 내려왔지만 온몸이 땀과 비로 흠뻑 젖었습니다. 하지만 비를 맞으며 걸었던 부소산 숲길은 영원히 뇌리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전설일 뿐입니다. 의자왕은 전설처럼 술과 여자에 빠져 나라를 망하게 했던 왕이 아니고 오히려 해동증자로 불리며 강국 백제를 이끌었던 왕이라는 게 역사적 사실이라고 합니다. 다만 거대한 외세의 침입에 무릎을 꿇고 아들 융과 함께 당나라로 끌려가 생을 마감했던 슬픈 임금일 뿐이지요. 이렇게 유적지를 방문하고 눈으로 직접 보면 우리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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